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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때 검은색 나방 번성…‘못 나가던 것’들이 종족 지켰다

서광원의 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검은 나방

검은 나방

영국의 맨체스터는 축구선수 박지성 덕분에 더 알려졌지만 사실 역사가 깊은 도시다. 서기 76년에 지어진 로마 요새가 지금도 남아 있을 정도다. 맨체스터(manchester)라는 이름도 당시의 만큐니움(mancunium)에서 유래한 것이다. 산업혁명 시절 맨체스터는 증기 방적기와 직조기의 탄생지였을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밝음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최악의 노동환경은 마르크스와 함께 사회주의 기반을 마련한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영국 노동계급의 상태』(1845)를 쓰게 만들었고, 맨체스터를 축구 도시로 만들었다. 빈곤에 절었던 노동자들이 축구로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이다. 굴뚝에서 나온 검은 연기가 도시를 시커멓게 만든 바람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밝은색 나방과 검은색 나방의 명암이 교차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불확실성 대비 ‘쓸데없는 짓’ 필요
잡초도 씨앗마다 껍질 두께 달라
잘되는 것만 좇다 한 방에 갈 수도

그런데 이 두 나방의 교체 과정을 우리가 좀 더 눈여겨봐야 할 이유가 있다. 이들의 쇠퇴와 번성은 밝은색 나방이 검은색 나방으로 변신하는 진화가 아니었다. 좀 더 현명한 생존법이 있었다. 이들은 이전부터 ‘잘 나가던’ 밝은색 후손만 만든 게 아니라 ‘못 나가던’ 검은색과 중간 계열의 색깔까지 다양한 후손을 만들었다. 사실 이런 방식은 상당한 낭비일 수 있다. 생존 가능성도 크지 않은 여러 모델을 만드느라 지금 잘 나가는 모델을 희생시켜야 하는, 기회비용의 손실이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환경 변화에 대비한 것이었지만 그게 오지 않으면 시쳇말로 ‘쓸데없는 짓’을 한 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판단이 옳았다. 도시가 검게 변하자 그동안 잘살아왔던 밝은색 나방이 천적인 새들의 눈에 쉽게 띄어 급속하게 사라졌다. 보통 이런 급격한 변화는 종의 소멸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이들에게는 위장효과가 좋아진 검은색 나방이라는 대안이 있었다. 덕분에 또 다른 번성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들이 ‘이것만이 최선’이라며 잘나가는 모델에만 치중했다면 어땠을까? 사는 게 쉬웠겠지만 번성 또한 쉽게 끝나버렸을 것이다. 어쩌면 종 자체가 사라져버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낭비처럼 보였던 ‘쓸데없는 짓’이 이들을 살렸다.
 
자연에는 이런 일이 드물지 않다. 예를 들어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다시 자라 애를 먹인다. 도대체 어떤 생명력이 있길래 이런 질긴 생명력을 가졌을까? 많은 잡초는 씨앗을 만들 때 껍질 두께를 똑같이 만들지 않고 다 다르게 만든다. 그래서 다음 해 봄이 와도 다 싹이 트지 않는다. 그랬다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나면 그야말로 ‘한방에’ 다 죽을 수 있다. 그래서 두께를 다르게 만들어 해마다 싹을 틔운다. ‘한 바구니에 달걀을 모두 담지 마라’는 주식투자 격언처럼 만에 하나 있을 위험을 분산시킨다.
 
자연은 의미 없는 것에 투자하지 않는다. 이런 사례가 드물지 않은 건 낭비가 아니라는 뜻이다. 세상이 불확실할수록 이런 ‘쓸데없는 짓’이 필요하다. 지금 잘된다고 영원히 잘될 수는 없다. ‘지금, 여기’에만 자원을 쏟아붓는 것이야말로 ‘쓸데없는 짓’이 될 수 있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트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사장으로 산다는 것』 『사장의 길』 『사자도 굶어 죽는다』 등이 있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트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사장으로 산다는 것』『사장의 길』『사자도 굶어 죽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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