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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수당, 법에선 삭제하되 기본급 속에 존속시켜야

권순원의 경제 안테나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최저임금 법령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최저임금 법령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바야흐로 ‘최저임금’의 계절이다. 국회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결정구조, 주휴수당 등 임금제도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제도로 수렴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여야와 노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제도 조정에 따른 유·불리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1주일에 최소 1일 유급휴일 보장
노동시간 줄고 임금 오르며 논란

최저임금 인상 상쇄할 목적 안 돼
통상임금 체계와 연계해 개편해야
근로자 소득감소 보완책도 필수

노동시장 제도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제도 설계의 취지와 입법 의도를 고려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임금의 법률적 하한인 최저임금을 기업의 지불능력 수준까지 요구하는 것이나, ‘주휴일’의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 포함 여부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제도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1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채운 근로자에게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55조). 이를 주휴일이라 하고, 해당 일에 통상적인 근로일의 하루치 시급을 별도로 산정해 주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주휴수당이다.
 
주휴일은 과거 주6일 근무하던 시절,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일을 시키지 말라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주휴수당은 근로자의 생계보장을 위해 주휴일 분의 임금도 사용자가 지급하라는 법의 요구였다. 예컨대 하루치 임금이 노동력의 단순재생산(‘하루 벌어 하루 살기’)에 필요한 최소 수준일 때 일 없이 쉬는 날에도 임금을 지급해야 노동력이 재생산될 수 있다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하지만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임금이 인상되면서 논란이 생겼다. 특히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1987년 이후 가파르게 올라 노동력의 단순재생산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더구나 우리 근로기준법 55조가 주휴일을 1주 평균 ‘1회 이상’으로 정하고 있어 주휴제도는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실제로 대기업의 경우 법정 주휴수당 이외의 나머지 하루 휴일도 약정유급휴일로 지정해 총 7일간 급여가 산정되는 경우가 많다. 주7일 가운데 5일은 소정근로일, 하루는 유급주휴일, 나머지 하루는 약정유급휴일로 산정해 7일 모두 급여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와 달리 주휴수당 회피를 목적으로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를 활용하는 사업장도 다수 존재한다.
 
주휴수당 제도는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수준이 낮았던 시절에는 잡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기준임금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지불능력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근로자들의 생계와 노동력의 안정적 재생산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형 취지’와 임금의 지급 기준을 설정하는 제도로서의 ‘도구적 취지’가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제도 간 충돌, 제도 내 상충이 발생하는 경우 당초의 법률 목적과 입법 취지가 여전히 유효한지,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주휴수당은 제도 설계의 취지와 입법 목적에서 벗어나 있다. 제도 개선을 모색할 때가 됐다. 무엇보다 글로벌 기준에서 임금 구성의 요소를 법률로 규율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은 아니다. 특히 기업의 인사관리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편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더라도 주휴수당 제도 변경의 방향이나 목적을 근로자 임금 수준의 하향에 둬서는 곤란하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특히 현재 논란이 되는 바와 같이 주휴수당 제도 개편을 ‘수단’으로 고려해 최저임금·통상임금 인상의 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목적에서 논의하는 것은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만 양산할 뿐이다. 주휴수당의 생활안정 목적이 여전히 필요한 근로계층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휴수당 제도 개편은 임금 체계의 개선과 연계해야 한다. 현재 복잡하게 설정돼 있는 수당·임금 항목을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단순화하고, 기본급 설정의 기준을 직무·역할·역량 등으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한 전제로서 주휴수당을 기본급 체계 내로 포섭해 조정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주휴수당을 근로기준법에서 삭제하되 기존 근로자의 ‘주휴수당 권리’가 임금체계 내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재편해야 한다.
 
아울러 제도 개편 과정에서 불이익이 초래될 수 있는 업종 또는 사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완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임금 사업장 종사자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과 주휴수당 폐지가 동시에 진행되면 급격한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정법 시행예고 기간을 길게 두거나, 적용 유예기간을 설정해 노사에게 임금 체계 및 임금 수준의 자율적 조정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좋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제도 시행을 위해 최소 3년의 시행 예고기간을 두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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