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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스포츠 축제 마스터스·윔블던·고시엔…한국은 없네

이태일의 인사이드피치
로버트 터크맨은 한때 USA투데이와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던 저널리스트다. 그는 또한 젊은 시절 스포츠 관련 회사를 창업해 두 번이나 매각에 성공한 사업가 기질을 지녔다. 지금은 베벌리힐스의 굵직한 에이전시 CAA(Creative Arts Agency)의 임원이다. 그런 그가 2009년에 『당신이 꼭 봐야 할 100가지 스포츠 이벤트(The 100 Sporting events you must see live)』라는 흥미로운 책을 썼다. 그는 전 세계 주요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그가 파악한 100개의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 장소와 시기, 역사, 가는 방법은 물론 티켓을 구하는 법과 주변 맛집 등까지 자세히 소개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100가지 스포츠 이벤트의 랭킹을 매겼다는 것이다.
 
국내 스포츠 팬들의 영원한 논쟁거리가 ‘야구냐 축구냐’인 것처럼, 스포츠 이벤트는 팬의 성향에 따라 무엇이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터크맨이 매긴 랭킹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마스터스, 대회를 위해 선수가 존재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가 꼽은 ‘꼭 봐야 할 100대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1위는 지난주 내내 전 세계 골프팬을 흥분시켰던 ‘마스터스’였다. 그는 마스터스가 월드컵 축구(2위), 미식축구 수퍼보울(3위), 여름 올림픽(4위), 야구 월드시리즈(7위), 겨울 올림픽(8위)보다 스포츠팬으로서 가장 놓쳐서는 안 될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매년 4월 둘째 주가 되면 녹색의 전통으로 찾아오는 마스터스는 이번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의 부활이라는 감동의 드라마까지 보태 그 위상을 과시했다. 마스터스는 지난주 내내 전통과 품위를 스토리로 풀어내는 어떤 ‘격’에서 왜 터크맨이 그 대회를 1위로 꼽았는지 충분히 보여 주고도 남았다.
 
‘무엇이 최고인가’와 함께 ‘인사이드피치’가 눈여겨본 것은 100위 안에 어느 나라가 어떤 이벤트를 주최하고 있는가였다. ‘스포츠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이 가장 많은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또 영국과 프랑스는 유럽 전통의 국가답게 다른 국가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벤트를 주최하고 있다. 윔블던 테니스와 투르 드 프랑스가 그 대표적인 대회다. 두 대회는 테니스와 사이클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국가의 상징’이기도 하다. 눈길이 가는 곳은 아랍에미리트(UAE)·홍콩·호주·일본 등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장점을 살려 어떤 스포츠 이벤트를 훌륭한 콘텐트로 만들고, 전 세계인의 이목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마스터스가 만든 품위가 남다른 것은 다른 모든 골프 대회와 달리 한 장소에서만 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1931년 바비 존스가 골프장을 짓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1934년 그 첫 대회가 시작하고 지금까지 우승자 여부와 경기력보다 대회 자체와 골프장, 역사에 대한 스토리가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대회가 선수를 빛내기 위해 존재한다면, 마스터스는 대회 자체를 빛내기 위해 선수가 존재하는 것 같다. 모든 골프선수가 마스터스 출전을 간절히 바라고 최고의 영광으로 여긴다. 이번 대회 첫날 한·미 정상회담을 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현안과 함께 “이번 마스터스에서 누가 우승할 걸로 예상하느냐”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특히 미국에선 모두의 관심사다. 그래서 선수가 조연, 대회가 주연이 된다.
 
 
한국은 일회성 ‘보여주기’ 이벤트로 끝
 
일본의 고시엔 야구도 비슷하다. 고교야구선수들에게 고시엔은 꿈의 무대다. 출전 고교는 향토의 자부심이 되고, 선수의 가족이라는 사실은 가문의 영광이 된다. 대회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 만들었다. 그렇게 해가 거듭되고 세대가 이어진다. 매년 8월 첫째 주, 습하고 무더운 고시엔구장은 이른 아침부터 부모와 자식, 동문과 재학생이 모이는 향연장이 된다. NHK는 전 경기를 중계하고 아사히신문과 웹사이트, 모바일 플랫폼에서 모든 경기의 라이브 중계와 하이라이트, 인터뷰를 접할 수 있다. 그동안은 전 국민의 화제가 고교야구다. 고시엔대회가 관심이 많고 흥행이 된다고 해서, 다른 주관사가 같은 콘셉트의 대회를 만들지는 않는다. 참가하는 대상이 ‘학생’이라는 데 방점을 두고 경기력보다 ‘교육의 연장’이라는 의미를 주려고 애쓴다. 그렇게 만들어진  ‘The one and only(유일성)’의 가치를 바탕으로 국제적으로도 알려진 ‘일본의 자부심’이 된다.
 
홍콩이나 모나코, UAE의 두바이 등 인구가 적고 스포츠 역사가 미약한 국가들은 지역적 위치와 관광자원, 자본 등의 장점을 살린 스포츠 이벤트로 관심을 끌고 주최하는 대회를 국제적인 시그니처 이벤트로 만들고 있다.
 
터크맨이 꼽은 주요 스포츠 이벤트

터크맨이 꼽은 주요 스포츠 이벤트

우리는 여름, 겨울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 세계 육상선수권 등 ‘빅4’로 불리는 주요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한 몇 안 되는 나라다. 또 그때마다 성공적인 대회운영으로 국제 스포츠계를 깜짝 놀라게 해 왔다. 대회를 유치하고, 그 대회에서 많은 메달을 따서 성공적인 대회로 만들어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제적으로 내세울 ‘우리 브랜드의 스포츠 이벤트’는 딱히 없다. 이는 우리가 스포츠를 선수의 경기력으로, 그 승부의 결과로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온 한계가 아닌가 싶다. 스포츠를 통해 ‘국위선양’이라는 코드를 만들고 경쟁에서 승리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겠다는 ‘보여주기 식’ 노력이 만들어 낸 일종의 ‘배고픈 포만감’ 아닌가.  
 
실제 우리는 이 사회에 스포츠를 통해 바람직한 문화와 전통의 가치를 만들겠다는 관점을 갖지 못했고, 그저 경쟁으로 바라보기만 한 것 같다. 그래서 겉으로는 화려하게 보이지만 스스로 내면을 살찌우지 못한 결과가 지금의 자화상이다. 스포츠 강국임을 자처하고, 국제적인 스포츠 스타를 배출했지만 정작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는 “이거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게 지금 우리의 현실 아닌가.
 
언젠가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가 명품으로 태어나고, 자리를 잡아 역사와 전통을 갖게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 대회가 마스터스처럼, 윔블던처럼 전 세계 스포츠 팬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사회의 자부심으로 커 나가면 좋겠다. 경기력에서 국제 경쟁력을 가진 종목(여자골프·쇼트트랙·e스포츠·리틀야구 등) 이나 우리의 역사적 코드가 담겨 있는 종목, 바다와 대륙을 잇는 지리적 환경 등 우리가 내세울 만한 어떤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그 가능성을 잘 살려서 누군가 우리의 바비 존스(마스터스를 만든 인물)가 되어 주면 좋겠다. 그것은 마치 기름진 땅에서 좋은 곡식이 자라는 것과 같다. 열매를 먼저 바라볼 게 아니라 나무를 심고, 그 땅을 개척하는 것부터.
 
이태일 전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를 거쳐 인터넷 네이버 스포츠실장을 지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대표이사로 7년간 재직한 뒤 지금은 데이터업체 스포츠투아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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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