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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연기자 저우, 온화한 눈빛 뒤 냉혹한 살기 숨겨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573>
우한(武漢) 시장 집무실의 우궈쩐, 1937년 12월.

우한(武漢) 시장 집무실의 우궈쩐, 1937년 12월.

중국공산당(중공)은 스스로 만든 가장 효율적인 두 가지 무기, 조직과 선전이 완벽하다고 믿었다. 개인의 풍격이나 독특한 매력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당원이 거의 없었다.
 

공산당 고위층 많이 만났던 우궈쩐
“사람들 넋을 빼는 저우 언변 섬찟”

1937년 겨울 우한에 도착한 저우
우궈쩐 시장 관저 가장 먼저 찾아

18년 만의 재회, 매일 어울렸지만
정치 얘기는 한마디도 안 꺼내

우궈쩐(吳國楨·오국정)은 국·공합작 시절 우한·충칭·상하이 시장과 외교부 차장, 당 선전부장을 역임했다. 국민당 내에서 공산당 고위층을 가장 많이 접해 본 사람이었다. 공산당원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는 구술을 남겼다.
 
첫째가 침묵과언(沈默寡言)형이라며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과 장제스(蔣介石·장개석)를 비교했다. “장제스는 상대방의 말을 듣기만 했다. 나는 장제스와 마오쩌둥이 함께한 모습을 여러 번 봤다. 장제스는 말수가 적었다. 마오는 장제스보다 더 적었다.”
 
둘째가 질풍노도(疾風怒濤)형이었다. 누구라고 집어 말하지는 않았다. “공산당원이 아니거나, 공산당 사업에 동조하지 않으면 적으로 대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회의나 담판에서 별것 아닌 일로 논쟁 벌이기를 좋아한다. 악독한 장편 연설로 시작해 흉악한 협박으로 끝을 맺는다.”
 
셋째는 대지약우(大智若愚)형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속은 꽉 차고, 정교하기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변명도 하는 법이 없다. 당 선전부장 대부분이 이런 유형이다.”
 
마지막이 긴장불안(緊張不安)형이다. “무슨 일이건 재촉하기 일쑤고 빈틈이 없어 보인다. 고위직에 오르는 경우가 드물다.”
 
저우언라이(周恩來·주은래)는 예외였다. “어느 유형에도 속하지 않았다. 당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타고난 연기자였다. 학생시절 여자역으로 분장해 관중을 우롱했던 것처럼 전형적인 위선자였다.”
 
우궈쩐의 분석은 정확했다. 저우언라이는 자신이 공평하다는 확신을 상대방의 머리에 쑤셔 넣을 줄 알았다. 회의나 만찬자리는 주장보다 설득의 무대였다. 언론의 자유와 인간의 기본권리를 말할 때는 듣는 사람이 넋을 잃을 정도였다. 우궈쩐은 저우의 그런 모습 볼 때마다 섬찟했다고 한다. “저우언라이는 영원한 배우였다. 온화한 눈빛 뒤에 냉혹한 살기(殺氣)가 담겨 있었다.”
 
난카이(南開)중학 연극반 시절의 저우언 라이(앞줄 왼쪽 첫째). 1916년 봄, 텐진(天津).

난카이(南開)중학 연극반 시절의 저우언 라이(앞줄 왼쪽 첫째). 1916년 봄, 텐진(天津).

1937년 겨울, 저우언라이가 중공 중앙 대표단을 이끌고 우한(武漢)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이 시장 우궈쩐의 관저였다. 귀가한 우궈쩐은 저우가 놓고 간 명함 들고 중공 대표단 숙소를 찾아갔다. 18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우궈쩐은 저우의 입이 떨어지기만 기다렸다. 저우는 웃기만 했다. 성질 급한 우궈쩐이 침묵을 깼다. “건강은 어떤가? 거처는 있을 만한가?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라. 내가 도와주겠다.” 저우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학창시절 형제 같은 사이였지만, 지금은 가는 길이 달랐다. 보이지 않는 거리감을 숨길 수 없었다.
 
우궈쩐이 분위기를 바꿨다. “우리 집에서 동창들과 저녁이나 함께하자.” 저우언라이가 함박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관저로 돌아온 우궈쩐은 부인 황쭤췬(黃卓群·황탁군)과 의논했다. 황쭤췬은 음식점 사정에 밝았다. “은행회관 주방장의 요리가 먹을 만하다. 한 테이블에 36원이다. 일반 음식점의 두 배다.” 우궈쩐이 답변을 하기도 전에 황급히 말을 바꿨다. “네 친구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국민당은 탐관오리가 들끓는 곳이라 규탄하는 공산당원이다. 16원짜리로 하자.”
 
저우언라이는 약속시간에 도착했다. 동창들과 학창시절 얘기로 꽃을 피웠다. 만찬이 끝날 무렵 제의했다. “다음엔 내가 초청하겠다. 내 거처는 손님 초대하기에 불편하다. 여기서 또 만나자.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오늘 모인 사람 중 한 명도 빠지면 안 된다. 술과 요리는 내가 준비하겠다.”
 
두 번째 만찬 날 우궈쩐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황쭤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저우언라이가 은행회관 요리사를 불렀다. 주방장이 직접 왔다. 일전에 우리가 잘못했다.”
 
만찬이 시작되자 다들 눈이 휘둥그래졌다. 술도 최고급이었다. 취기가 돌자 어색함이 사라졌다. 왁자지껄, 싱거운 말들이 오갔다. 저우언라이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야 저우언라이 매달 받는 돈이 얼마냐?” “5원 받는다.” “너무 적다. 오늘 만찬비용은 누가 내냐?” “당에서 지급한다.” “네 가죽코트 멋있다. 그것도 당에서 준 거냐?” “물론이다. 우리는 개인소유가 없다. 필요한 물건은 당에서 제공한다.” “사실이면 나도 공산당에 입당하겠다.” 박장대소가 터졌다.
 
그날 이후 저우언라이는 해만 지면 우궈쩐의 관저로 달려왔다. “저녁 먹으러 왔다.” 늦은 시간까지 온갖 얘기 나누다 돌아갔다. 정치 얘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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