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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칼럼] 데이터청과 데이터거래소를 설립하자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누구인지는 몰라도 괜찮아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만 알려주세요. 사람들이 어느 거리에 많은지, 주로 어느 방향으로 지나가는지, 그 이동데이터만 살 수 있게 해주세요.” “제 데이터를 팔고 싶어요. 제가 어디로 이동하고, 뭘 먹고, 뭘 사는지, 그 데이터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회사에게요.” “국가간 미세먼지 데이터나 에너지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미세먼지 저감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려면, 국가간 데이터 거래가 필수적입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데이터거래소를 방문하니, 담당자가 들려준 예들이다. 실제로 카페를 열 채비를 하는 자영업자는 사람들의 이동데이터를 구하고 싶어하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구해야 할지 난감하다. 또, 개인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데이터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데, 거래를 매개해 줄 중개기관이 없다. 전지구적 스케일에서 국가의 정책을 정교하게 세우려면 각국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공유가 필요한데, 그걸 진행할 주체가 없다.
 
이런 요구들이 있어 덴마크는 3년 전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 거래를 관리할 거래소를 만들었다. 그들의 논리는 명쾌하다. ‘데이터가 21세기 돈이자 오일’이라는데 동의한다면, 자산가치가 있는 데이터를 제대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금이나 주식 거래소가 있듯이 말이다.
 
‘억울하면 플랫폼 만들어서 데이터를 직접 모아! 그러니까 플랫폼시대인 거라고!’는 틀린 말이다. 제 아무리 플랫폼 위의 데이터도 소유자는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라 데이터 생산자다. 그렇다면 플랫폼 사업자도 데이터 소유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제값을 지불하고 활용해야 한다. 약관에 몇 줄 적어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인도는 또 어떤가. 5년마다 실시되는 인도 총선이 얼마 전 시작됐다. 인도인구 13억 5000만 명 중 유권자는 무려 9억 명. 투표 기간만 39일에, 투표소가 전국적으로 1백만 곳에 이른다고 한다. 투표율도 낮지 않아 5년 전 총선 때는 6억 명 이상이 투표했다.
 
그렇다면 인도는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의 투표를 관리할까. 신봉길 인도대사에 따르면, 그들은 100% 전자투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투표소의 전자투표기에 지역 후보자의 번호, 이름, 사진이 쭉 나열되어있고, 이중 지지하는 후보자 옆의 버튼을 눌러 저장하는 방식이다. 개표는 하루에 전국적으로 동시에 이뤄지고, 바로 결과가 발표된다. 투표에는 39일이 걸리지만 개표에는 단 몇 시간이면 충분하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니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싶겠지만, 인도에 전자투표 제도가 도입된 것이 1990년대 말이다. 그동안 세 번의 연방 총선과 113번의 주 단위 선거가 전자투표로 시행되었다. 소프트웨어는 매년 업그레이드되고, 투표기 또한 투표 때마다 개선됐다. 인도의 보안기술도 크게 향상되었다.
 
기술만 보자면 얼마든지 전자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나라들이 많지만, 문제는 ‘사회적 신뢰’다. 정부 혹은 정당 간에 신뢰가 부족하면 도입이 어렵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현재 정당 내부 경선에서는 전자투표를 활용하지만,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아직 못 하고 있는 형편이다. 선관위가 개발한 전자투표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정부는 데이터청을 설립해야 한다. 국가의 모든 데이터를 관리하는 정부기관이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모으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치 1990년대 말 전국적인 인터넷 망 구축이 IT기술 발전에 기폭제가 되었듯이, 거래소와 담당기관 설립은 데이터 강국 도약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특히나 5G 등 차세대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전자정부가 매우 발달한 나라이지만, 양질의 데이터는 적다.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거나 거래하는 일은 더더욱 부족하다. 여시재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이미 2011년에 ‘디지털서비스청’을 신설했다. 2017년부터는 25개 정부 부처와 376개 정부 기관의 웹사이트를 하나로 통합해 모든 정보를 단일 창구를 통해 서비스한다.
 
데이터청이 설립되고 데이터 거래소가 생기면 우선 데이터 표준을 제대로 확립해야 한다. 표준 없이 파편화된 데이터는 무용지물이다. 데이터청이 표준을 만들고 상호 호환될 프로토콜을 설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새로 법과 제도도 혁신해야 할 것이다. 현재 데이터 관련법들은 시대착오적이어서,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 데이터 사회에 적합하지 않다. 사생활은 철저히 보호하되, 다양한 데이터 활용은 촉진하고, 활용주체들 스스로 보안을 철저히 하게 해서 시민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아직은 시행착오 중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시행착오도 데이터화해놓고 있습니다. 다들 나중에는 우리의 시행착오 데이터를 제일 먼저 필요로 할 겁니다.” 덴마크 데이터거래소 담당자의 말이다. 뒤통수를 맞았지만 머리가 맑아졌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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