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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국내선 이용 10명 중 6명은 LCC 선택

단거리 국제선 점유율도 45% 달해… 대형항공사 전유물이던 장거리 국제선도 도전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대형항공사를 긴장시켰다. / 사진:제주항공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대형항공사를 긴장시켰다. / 사진:제주항공

통상 시장에서 값싸고 질 좋은 ‘대체재’가 생기는 경우 소비자로선 기존 상권의 터줏대감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면 시장에 있던 기존 강자들의 위세는 자연스레 무너지고 만다. 지난 수년 간 국내외 항공 업계도 그랬다. 특히 국내에선 지금껏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유이(唯二)의 대형항공사(FSC) 위상이 굳건했지만, 이젠 옛날 얘기가 됐다. 이들의 대체재로 저비용항공사(LCC)가 급부상하면서다. 국내선과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국제선을 위주로 운항하는 LCC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국내 항공시장을 장악해나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 항공사 6곳(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가운데 지난해 영업이익 1위는 1조3700억원을 기록한 대한항공이었다. 여기까진 예상대로이지만 2위가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1012억원)이었다. 수십년 간 2위 자리에 고정으로 있던 아시아나항공은 28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치면서 5위로 밀려났다. 제주항공은 물론 다른 LCC인 진에어(629억원)와 티웨이항공(478억원)에도 수익성에서 뒤처진 셈이다. 아시나아항공으로선 자회사인 LCC 에어부산(205억원)과도 수익성에 별 차이가 없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LCC가 촉발한 항공 업계 지각변동이 그만큼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시아나 영업이익,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보다 적어
물론 여기엔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으로 항공기 운영 폭이 넓은 대형항공사 특성상 유류비 부담이 가중되는 등 외부 요인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LCC들도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마찬가지로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LCC가 점령하기 시작한 하늘 길’에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모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6.4% 증가한 1조2594억원으로, 2006년 처음 취항한 이후 13년 만에 LCC 연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수요가 꾸준히 뒷받침되면서 자신감을 얻은 제주항공의 운항 노선은 2017년 45개에서 지난해 67개까지 늘어났다. 이에 부가 매출도 25%가량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보유 항공기 숫자를 8대 늘리는 등 신규 취항과 시장점유율 상승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의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13.8% 증가한 1조10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진에어 역시 인기 노선을 증편하고 대형기를 투입해 장거리 노선 취항에도 적극 나서는 등 사세 확장에 힘쓰고 있다. 국내 최초의 LCC로 꼽히는 티웨이항공도 지난해 7319억원의 매출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이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34%에 달한다. 여세를 몰아서 지난해 8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 밖에 다른 LCC인 이스타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또 다른 자회사인 에어서울도 소비자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면서 치고 나갈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전체 점유율로 살펴보면 대형항공사와 LCC의 엇갈린 희비는 한층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공항공사와 항공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LCC의 국내선 점유율은 57.5%였다. 국내선 이용객 10명 가운데 6명은 대형항공사보다 저렴한 LCC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LCC의 단거리 국제선 점유율은 45.0%로 전월(1월)에 이어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국내선 장악에 이어 단거리 국제선까지 확실하게 점유하면서 LCC의 전년 동기 대비 국제선 수송객 증가율은 19.6%나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만 해도 LCC의 국내선 점유율은 약 47.5%로 대형항공사(약 52.5%)에 못 미쳤다. 단거리 국제선 점유율도 이처럼 단기간에 지금과 같이 상승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았다.
 
지속적인 국내선 수요 확보로 성장에 탄력을 받은 LCC들이 보유 항공기를 잇따라 늘리고 국제선을 개척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러면서 대형항공사가 독점했던 하늘 길 일부를 LCC가 나눠 갖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다가 2016년부터는 대한항공이 독점했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의 경우, 현재 대한항공 외에도 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부산까지 다섯 곳이 취항 중이다. 양대 항공사 위주로 운항됐던 미국령 사이판과 괌, 일본 삿포로 등지도 지금은 LCC 위주 노선으로 재편됐다. 올 초 기준 대한항공은 전 세계에서 총 18곳, 아시아나항공은 13곳의 단독 노선을 가졌을 뿐이다. 운수권 부여 권한을 가진 국토부가 공정 경쟁 유도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이유로 일부 항공사 독점 노선을 과거보다 더 까다롭게 따져보고 있는 것도 LCC엔 호재로, 대형항공사에는 악재로 작용 중이다.
 
전문가들은 LCC 전반의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올해 항공기 6대를 추가 도입하고 신규 노선 개설을 이어가면서 연간 20~30%의 외형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진에어도 올해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영업손실로 고전했던 이스타항공도 올해 신기종 도입 등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계속 고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화물 실적 부진과 정비비용 증가 등으로 올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기재 축소와 비(非)수익 노선 정리 등으로 수익성 회복과 경영 정상화를 이룬다는 계획이지만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LCC 간 경쟁 격화는 불안 요소
다만 LCC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으로 예상되는 것은 아니다. 유류비 변수가 여전히 존재하는 데다, 무엇보다 업체 간 경쟁 격화가 불안 요소다. 더욱이 LCC 전성시대로 시장 진입을 시도한 신생 항공사들이 늘면서 국내 LCC는 기존 6곳에서 9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국토부는 지난 3월 항공운송사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11월 신규 면허를 신청한 5개 사업자 가운데 3곳에 대한 면허 발급을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강원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플라이강원’, 인천국제공항 거점의 ‘에어프레미아’, 충북 청주공항 거점의 ‘에어로케이항공’ 등 세 곳이 LCC 경쟁에 가세했다. 이들은 올해 총 6대의 항공기를 도입하고 일부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에 취항하면서 2022년까지 2000여 명을 신규 채용, 사세 확장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미 LCC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신규 LCC의 등장으로 지금껏 이상의 경쟁 격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신규 LCC들의 실질적인 취항 효과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3곳이 당장에 차지하는 비중은 작겠지만,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업체들 간의 저가 출혈 경쟁이 지금까지보다 치열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결국 LCC 업계 안에서도 일부는 도태되거나 계속 고전하면서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리게 될 것”이라며 “업체별로 사업 전략을 얼마만큼 짜임새 있게 구성하느냐가 한층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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