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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비행기 느는데 정비 인력 제자리걸음

신규 항공사 진출, 항공기 도입 급증… 국토부의 정비사 규모 유지 권고 3년째 미달
 
보잉 B737 맥스8이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잇따라 추락하면서 항공기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인도네시아 저비용항공사(LCC) 라이언에어는 B737 맥스8 추락 2일 전 사고 원인이 된 항공기 기수 센서 오작동을 알고도 정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157명이 숨진 에티오피아항공 사고도 보잉 B737 맥스8 기수 센서 오작동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보잉사의 소프트웨어 결함 문제지만 항공사에서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일어난 인재다.
 
B737 맥스8 잇단 추락에 불안감 커져
이런 가운데 국내 LCC 업계에도 ‘정비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발 LCC가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기존 LCC도 항공기 도입을 늘리고 있지만 정비 인력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정비 안전 강화 대책으로 2016년 4월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2명을 보유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LCC 업계는 이 권고를 3년째 지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LCC 정비 인력 확충 없인 ‘제2의 라이언에어’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서울 등 6개 국적 LCC는 지난 3월 말 기준 정비사 1513명을 고용해 항공기 144대를 정비·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초 LCC 업계 전체 정비사가 1252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정비사 규모는 20% 늘었다. 그러나 항공기 1대당 정비 인력은 10.5명으로 지난해 초 수준(10.3명)보다 0.2명 증가한 데 그쳤다. 같은 기간 LCC 업계 항공기 보유 대수가 122대에서 144대로 18%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난 3월 에어로K·에어프레미아·플라이강원 등 3개 LCC가 한꺼번에 항공운송면허를 획득하면서 비행기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는 것이다. 면허를 획득한 신규 LCC 3개사가 사업에 나서면 국내 LCC 업계 규모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한국보다 인구가 많은 일본과 독일의 LCC 수가 각각 8개, 5개에 불과하다. 특히 기존 LCC 6개사가 올해 말까지 총 19대 항공기를, 후발주자 3개사가 연내 모두 6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LCC 업계가 올해 말까지 도입할 예정인 항공기는 25대에 이른다. 비행기는 해외에서 들여오면 되지만 정비 인력을 갑자기 늘리기는 어려워 정비 인력 부족 사태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런 배경 탓에 6개 국적 LCC의 정비 소홀에 따른 운항 지연과 결항 횟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제선의 경우 2016년 151건이었던 정비 불량에 따른 운항 지연·결항은 2017년 239건으로 58.2%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329건으로 재차 37.6% 늘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LCC는 대형 항공사에 비해 자체 정비 인력이 부족해 운항 지연을 막기 위한 예방 정비, 예측 정비를 사실상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운항 지연 중 정비 소홀이 차지한 비율은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가 적을수록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가 3.5명으로 가장 적은 에어서울에서 정비 소홀에 따른 지연 비율이 5%로 가장 높았다. 에어서울 다음으로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가 적은 9.2명인 에어부산 4.3%를 기록했다. 항공기 1대당 정비사가 12.6명으로 가장 많은 제주항공은 국제선 전체 지연 중 정비 소홀 지연 비율이 3%로 낮았다.
 
항공 전문가들은 규모가 작은 LCC 입장에서 인력 확충은 곧 수익 악화로 이어지는 만큼 LCC 업계에서 정비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실제로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항공기 166대에 정비사가 2980명이어서 항공기 1대당 18명이 정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총 83대 항공기를 약 1500명 정비사가 맡고 있어 대당 약 18명이 있다. LCC 업계 평균인 항공기 1대당 10.6명과 비교에 약 7명이 많은 것이다. 최요한 경남도립거창대 항공기계IT학과 교수는 “LCC는 항공기 더 들여와 노선과 좌석을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면서 “국토부가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2명 보유 권고를 내린 것은 결국 수익성에 집착하는 LCC가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2016년 4월 국토부는 LCC에서 정비 소홀에 따른 안전관리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는 데 따라 LCC는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2명을 갖추도록 하는 안전강화 대책을 권고했다.
 
국토부 권고는 그러나 발표 후 3년 동안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LCC 업계의 정비 인력 부족은 항공기가 22대 늘어난 올해 들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초 LCC 업계는 항공기 122대에 정비 인력 1252명을 확보했다. 국토부 권고 정비사 규모인 1464명보다 212명 적었다.
 
그러나 지난 3월 기준 LCC 업계 전체가 운용하는 항공기 규모가 144대로 커지면서 권고와 현실 간 격차는 더욱 커졌다. 현재 LCC 업계 전체 정비 인력은 1513명으로 국토부 권고 규모인 1728명보다 215명 부족한 상황이다. LCC 중 글로벌 영업이익 1, 2위를 다투는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 미국의 얼리전트에어가 항공기 1대당 18명의 정비사를 고용해 항공기 안전 부문에서 대형 항공사와 맞먹는 수준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비 인력이 제한돼 있는 가운데 항공사와 항공기가 늘고 있어 항공사 간 정비 인력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내년 1월 일본 나고야, 베트남 하이퐁 등으로 취항 계획을 세운 에어로K는 4월에 정비 인력 채용 공고를 냈다. 올해 항공기 3대를 도입할 예정인 플라이강원도 정비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항공기 정비사는 “10년 정도 정비사로 일하며 B737 등 기종 한정 자격을 갖춘 경력 정비사는 없어서 못 데려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LCC 정비 소홀 따른 운항 지연 비율 증가세
기존 LCC와 신규 LCC가 올해 예정대로 항공기를 도입하면 정비 인력 부족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국토부 권고 기준으로 300명 넘는 정비 인력을 새로 수혈해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김재필 초당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현장 노하우를 가진 인력을 포함한 300명 충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정비 인력이 확충되지 않는 한 지연을 포함한 안전 문제는 계속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LCC 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각 사의 실적이 주춤한 것도 안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수익성을 따지다 보면 안전 문제는 아무래도 소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LCC 4개사는 모두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LCC가 기단 규모 확대 경쟁을 펼쳐온 데 따라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항공사들의 편당 승객이 감소하고 있다”며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해 항공사들이 운임 낮추기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전반적인 수익 감소는 안전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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