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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섹스 풍조도 평화에 기여했다

전쟁과 평화

전쟁과 평화

전쟁과 평화
아자 가트 지음

근대화 이후 전쟁은 ‘사양산업’
평화가 전쟁보다 수지 남는 장사
최근 민족주의·권위주의 부활
평화의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어

이재만 옮김
교유서가
 
싸우지 않는 사람은 없다. 기혼자들은 부부싸움을 한다.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도 있다. 씨족이나 부족, 민족이 수행하는 조직화한 싸움을 우리는 전쟁이라 부른다.
 
『전쟁과 평화』는 세 가지를 묻는다. 첫째, 전쟁의 원인은 무엇인가. 둘째, 평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셋째, 전쟁과 평화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전쟁과 평화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전쟁과 평화』는 인류학·고고학·사학·철학·사회학·정치학·국제관계학·군사학이 제기한 논의를 총정리한다. 이 책은 전쟁·평화를 둘러싼 담론·이론에 관한 학설사(學說史)다.
 
저자에 따르면 전쟁은 인간 본성의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다. 전쟁은  국가나 문명의 탄생이 초래한 핵심도, 부산물도 아니다. 전쟁은 ‘호모’라는 생명 그룹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발전시킨 도구다. 인간에게 전쟁이란 협력·경쟁·폭력이라는 선택지 중 하나다. 전쟁은 결코 인간이 ‘억누를 수 없는 충동’은 아니다. 100년 후, 1000년 후에 전쟁이 인류사에서 완전히 사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두 번째 주제인 평화의 원인과 관련, 저자는 ‘전쟁은 왜 줄어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고 한다. 나폴레옹 전쟁(1803-1815)의 여파를 수습하기 위해 개최된 빈 회의(1814~1815) 이후 특히 1815~1914년, 1918~39년, 1945 이후 기간에 세계사적 규모의 전쟁은 없다.
 
미군이 1944년 6월 6일 아침, 노르망디 에 상륙하고 있다. 이제 전쟁은 ‘사양산업’이다. [사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미군이 1944년 6월 6일 아침, 노르망디 에 상륙하고 있다. 이제 전쟁은 ‘사양산업’이다. [사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19세기 이후 서구 강대국끼리, 특히 민주 강대국들끼리는 전쟁을 잘 안 한다. 이유가 뭘까. ‘민주주의 평화론’ ‘자본주의 평화론’이 제기됐다. 이 둘 이론을 종합해 저자는 ‘근대화 평화론’를 제시한다. 근대화된 나라들은 싸우기를 꺼린다는 것. 근대화된 미국과 소련 사이에도 ‘냉전(冷戰)’만 있었을 뿐 ‘열전(熱戰)’은 없었다.
 
오늘날 전쟁은 주로 근대화가 완료되지 않은 개발도상국들을 전장으로 삼는다. 개발도상국들끼리 싸우거나 개도국 내부에서 내전이 벌어진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전쟁에 끼어들기도 한다.
 
인간은 종종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는 동물이다. 이성적인 손익계산으로 행위의 수익성과 보상을 철저히 따지는 동물이기도 하다. 근대화 이후에는 평화 배당금이 전쟁 배당금을 압도적으로 능가한다.
 
평화가 전쟁보다 수지 남는 장사이기에 전쟁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저자에 따르면 꼭 낙관할 일은 아니다. 민족주의·제국주의·권위주의·보호주의의 귀환 때문이다. 전쟁과 평화의 관계에도 ‘요요현상’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 나온 『전쟁과 평화』(한글판 기준으로 422쪽)는 『문명과 전쟁』(한글판 1061쪽)의 축약판이자 확장판이다. 『문명과 전쟁』이 전쟁의 모든 것을 다뤘다면, 『전쟁과 평화』는 전쟁의 과거·현재·미래를 그 원인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텔아비브대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는 전쟁의 원인과 진화, 군사이론, 전략, 민족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에서 가장 불편한 내용은 전쟁과 섹스의 관계와 관련됐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물질적 안녕과 더불어 번식은, 따라서 성(性)은 진화상 형성된 욕구 체계의 중심에 있다. 따라서 성 풍습이 혁명과 문란한 성생활의 도래가 근대 선진 사회들에서, 특히 미혼 남성들 사이에서 전쟁 열의에 찬물을 끼얹은 또 다른 요인이라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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