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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존중한다는 헌법재판관 7명, 동성혼 찬성은 1명 왜?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가 첫 동성결혼 소송 심문기일인 2015년 7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가 첫 동성결혼 소송 심문기일인 2015년 7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2013년 공개 동성 결혼식 뒤 혼인신고를 했지만 거절당한 영화감독 김조광수(54)씨는 동성혼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고심하고 있다. 남녀만의 결합을 혼인으로 인정한 법원의 결정의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문형배·이미선 임명시 헌법재판관 구성 변화
진보 6 중도 2 보수 1, 동성애 존중 7명
동성혼에는 이석태 재판관 외 신중모드
김조광수 감독 "동성혼 위헌제청 고심"

2016년 5월과 12월 서울서부지법은 김조광수·김승환씨 커플이 '구청이 동성부부의 혼인신고를 받아주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제출한 가족관계등록 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과 항고를 모두 기각했다. 동성 간의 결혼이 법으로 금지되진 않았으나 "현행법상 결혼은 남녀 간의 결합만을 뜻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이미선(왼쪽)과 문형배(오른쪽)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모습.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이미선(왼쪽)과 문형배(오른쪽)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모습. [중앙포토]

김씨는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정부의 헌법재판관 구성이 보수적이라 위헌제청 신청은 고려조차 할 수 없었다"며 "현 정부에서 헌법재판관 구성이 달라져 다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헌법재판관 구성이 매년 변화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했던 조용호·서기석 재판관이 18일 퇴임하며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재판관은 이선애 재판관 한명뿐이다.
 
이들의 빈자리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문형배·이미선 후보자가 임명되면 9명의 재판관은 진보 6명, 중도 2명, 보수 1명으로 구성된다. 재판관 9명 중 6명이 동의하면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 진보 성향의 재판관만으로 위헌 정족수가 채워진 것이다.
 
재판관 9명 중 7명 '동성애 존중' 1명만 '동성결혼' 찬성 
중앙일보는 문형배·이미선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9명의 헌법재판관이 동성애와 동성혼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살펴봤다. 각 재판관의 청문회 답변과 서면답변서를 참조했다. 
 
동성애를 성적지향으로 존중한다는 의견이 7명, 일부 제한이 필요하단 의견이 2명이었다. 대다수 법관이 동성애를 인정했다. 하지만 동성혼을 공개적으로 찬성한 재판관은 이석태 재판관이 유일했다. 이 재판관은 2014년 김조광수 감독 소송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동성애를 하나의 성적지향으로 존중한다는 재판관들이 왜 동성혼에는 "현행법상 금지(유남석 소장)""찬반 논의 필요(김기영)""국민의견 수렴 필요(이은애)"라는 입장을 밝혔을까.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변호사는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는 것과 동성혼을 찬성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혼은 한국 사회의 가족제도라는 사회적 합의를 송두리째 바꾸는 것이라 재판관들이 여론을 고려해 의견을 드러낼 수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법조계 '헌법 36조 1항' 해석 두고 이견 
헌법학자들 사이에선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된다"는 헌법 36조 1항에 대해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제한한 것"이란 해석과 "동성혼도 허용될 수 있는 조문"이란 해석이 엇갈린다. 
 
주류적 시각은 첫 번째 해석이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헌법 해석상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헌법재판관들이 동성애와 동성혼에 다른 입장을 밝힌 것은 자연스럽다"고 했다. 
 
서기석(왼쪽) 헌법재판관이 18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이 끝난 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이 퇴임한 조용호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서기석(왼쪽) 헌법재판관이 18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이 끝난 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이 퇴임한 조용호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은 위 조문을 언급하며 "현행법상 동성혼은 합헌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6조 1항은 남녀 간의 동등한 권리를 강조한 것인지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제한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헌법 해석보다 동성혼의 '사회적 합의'가 더 중요 
동성혼의 위헌 여부를 두고 헌법 조문의 해석보다 동성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헌재가 2012년 낙태죄에 대한 합헌 결정을 스스로 뒤집고 이달 위헌 결정을 내렸듯이 헌법의 해석은 그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종수 교수는 "유럽의 경우 동성혼에 대해 오랜 논의를 거쳐 성 소수자 간의 시민 결합(Civil Union) 등 혼인과는 다른 법적 결합을 인정하며 이들의 권리를 점진적으로 신장시켜왔다"고 말했다. 
 
김조광수 감독의 소송을 기각했던 법원은 동성혼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입법부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은 2016년 "별도의 입법적 조치가 없는 현행 법체계 하에서 법률 해석만으로 '동성 간의 결합'이 '혼인'으로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동성애, 동성혼 반대 국민연합과 바른군인권연구소 관계자 등이 지난해 9월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동성애와 동성혼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 온 당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동성애, 동성혼 반대 국민연합과 바른군인권연구소 관계자 등이 지난해 9월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동성애와 동성혼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 온 당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하지만 현재 국회에는 동성혼과 관련해 발의된 법안이 없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19대 국회에서 동성 커플의 결합을 허용하는 법안을 준비했지만 유권자의 반발에 발의하지 못했다. 
 
관련 사안에 정통한 여당 관계자는 "한국 정치 현실에서 동성결혼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지역구의 교회와 성당 신자들의 조직적 반발에 99% 낙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동성혼 찬성 17% 2017년 34%
동성혼에 대한 한국 사회의 여론은 반대 의견이 여전히 높지만 점차 수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7년 한국갤럽이 성인남녀 1004명을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반대, 34%가 찬성 입장을 밝혔다. 
 
2001년 반대가 67% 찬성이 17%였던 것에 비해 찬성 의견이 두 배로 늘었다. 같은 해 중앙일보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동성혼에 대해 조사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 응답자의 연령에 따라 찬반이 크게 갈렸다. 20~30대에선 찬성이 많았고 40대 이상부터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헌재 출신 변호사는 "낙태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미국 대법원은 1973년 한국 헌재는 2019년에 내렸다"며 "미국이 동성혼 합헌 결정을 내린 시기가 2015년이다. 한국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김조광수 감독도 "낙태죄도 2번의 헌재 판단을 받았다"며 "동성혼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 생각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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