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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빠 몰래한 게임 결제…환불 쉽게 약관 바꾼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하는 직원들. 공정위는 최근 게임사 불공정 약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하는 직원들. 공정위는 최근 게임사 불공정 약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뉴스1]

직장인 김 모(45) 씨는 올 2월 카드 명세서를 받아들고 눈이 번쩍 뜨였다. 게임 아이템 거래액 80만원이 찍혀있어서다. 알고 보니 초등학생 아들이 '범인'이었다. 잠시 게임을 하겠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빌려줬는데, 아이템을 샀다. 김 씨는 게임사에 전화해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게임사는 “미성년자가 결제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약관을 살펴보니 김 씨 같은 경우는 물론 ID를 도용당했을 경우에도 환불이 불가했다. 김씨는 “미성년자가 저지른 실수조차 무조건 부모 책임으로 몰아 환불해줄 수 없다고 하니 ‘코 묻은 돈’까지 가져가려는 것 같이 여겨졌다”고 말했다.
 

공정위, 게임사 10곳 약관 조사
초등생 80만원 결제에 “부모 책임”
코 묻은 돈 가져간다는 비판 일어
업계 “관리 소홀 부모도 책임져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게임업체의 불공정 약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른바 ‘3N'으로 불리는 넥슨ㆍ넷마블ㆍ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국내 게임업체 10곳이 대상이다. 최근 게임업체에 불공정 약관 내용에 대한 의견서 회신을 요청했고, 조사 결과에 따라 상반기 중 시정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6~2018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게임 관련 피해 신고만 1만5000건에 이르는 등 소비자 피해가 심각한 데 따른 조사”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구체적으로 ①고객 청약 철회권(환불)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②약관 위반행위 경중과 무관하게 계정 이용 권한을 제한하거나 ③미성년자 고객과 법정 대리인(부모)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조항 등 6개 약관 내용에 대해 제재할 계획이다.
 
특히 파급력이 큰 조항은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게임을 하면서 발생한 요금을 청구한 데 대한 환불 거부 내용이다. 환불 관련 약관은 게임 이용 시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내용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넥슨이 18일 출시한 게임 ‘트라하’ 약관 중 결제 취소(환불) 관련 내용을 보면 ‘미성년자가 법정 대리인 동의 없이 결제한 경우 결제를 취소할 수 있다. 다만 허위로 접수된 미성년자 신고일 경우 결제를 취소할 수 없다. 서비스 구매자가 미성년자인지 여부는 단말기와 결제수단 명의자 기록을 토대로 판단한다’고 돼 있다.
 
마미영 한국소비자원 서비스팀장은 “쉽게 말해 미성년자가 부모 몰래 결제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증명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거래 후 7일 내 환불 가능한 전자상거래법과 달리 게임은 '콘텐트'란 이유로 환불을 거부하도록 한 내용도 문제 삼았다.
엔씨소프트ㆍ넥슨을 비롯한 게임업체가 밀집한 경기도 판교 테크노벨리 전경. [중앙포토]

엔씨소프트ㆍ넥슨을 비롯한 게임업체가 밀집한 경기도 판교 테크노벨리 전경. [중앙포토]

게임업계에선 과도한 제재라는 의견이 나온다. 부모의 관리 소홀 책임도 있는데, 게임업계만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약관엔 그렇게 돼 있지만 증명할 수 없더라도 1회에 한해 환불해 주는 경우도 있다”며 “자녀가 게임을 하더라도 무관심하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결제 비밀번호 관리도 소홀하면서 무조건 환불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환불 어뷰징(남용)’을 우려한다. 현재도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 ‘환불 대행’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이렇게 해서 게임 아이템을 챙기고 환불도 받았다”는 글이 쏟아진다. 배우성 한국게임산업협회 선임연구원은 “부모가 결제해놓고 자녀가 했다며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재도 환불 어뷰징이 심각하기 때문에 환불 관련 약관을 개선할 경우 악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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