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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의 시선] 조국 수석님, 고맙습니다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한때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참 열심히 봤다. 조국 서울대 교수와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속된 말로 ‘모두까기’(거리낌 없이 모든 것을 비판)에 능한 ‘네임드’(유명인사) 계정들을 가급적 많이 팔로우해서 출근길마다 지하철에서 쭉 훑었다. 젊은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의 평소 생각과 발언이 궁금해서였다.
 

부실 검증 탓 이어진 인사 참사
권력욕·탐욕 팽배한 내편 챙기기
의도 무관하게 ‘그들’ 실체 드러내

독설 가득한 이들의 SNS를 보고 있으면 잘못한 것도 없이 맨날 야단맞는 것 같아 때론 불편했지만 얻은 것도 적지 않았다. 특히 조 교수가 정부 고위 공직자들을 향해 날리는 날카로운 비판과 엄격한 잣대, 그리고 이에 호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권력을 향한 국민들의 높아진 도덕적 잣대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그런 그가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에 발탁됐다고 자신의 SNS에 밝혔을 때 나름 참신한 선택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검찰 몫이었던 민정수석 자리에 교수를 앉혔다는 사실보다도 국민과 눈높이 맞추는 데에 영 소질이 없었던 검사 출신 전임자들과 달리 SNS 중독자로 불릴 만큼 소통에 열중하는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조 수석 스스로도 ‘강부자’(강남땅부자)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이라며 재산 형성 과정의 불법과 전혀 무관하게 부자 권력자들을 자주 비난했던 만큼, 민심과 동떨어진 부자 정권이라고 두드려 맞았던 과거 보수 정권과 달리 최소한 공직자 검증만큼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해내지 않겠나 싶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출발부터 삐걱거리더니 그가 지금껏 검증한 후보자 가운데 과거 그의 잣대에 부응하는 인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조대엽 후보자는 음주운전 전력에도 불구하고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음주운전 전력의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 소식에 “미국 같으면 애초 청문회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며 강하게 비난하던 조 수석은 막상 ‘내 편’인 조 후보자 음주운전을 놓고는 “단속에서 순순히 교수 신분을 밝혔으니 상황이 다르다”며 옹호하기까지 했다.
 
위장전입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0년 한겨레에 쓴 칼럼에서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며 이명박 정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에 대해 맹비난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조 수석이 검증한 장관 후보자 가운데 위장전입은 너무 많아 언급하기도 벅찰 정도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처음에 길을 잘 닦고 유은혜 교육부 장관까지 무탈하게 임명된 덕분인지 이번 3·8 개각에서도 한 달 사이에 세 번이나 위장전입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검증에서 걸러지기는커녕 소리소문없이 임명됐다.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발탁했다”며 내세운 7명 중 한 사람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또 어땠나. 의원 시절 그가 창을 휘두르던 청문회에선 ‘자료 호통’이 박 후보자의 특기였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배우자는 물론이요 직계존비속까지 금융소득내역을 광범위하게 요구하면서 “(의혹을 해소하려면) 자료를 내시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2012년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난 1982년 MBC에 입사해 지금까지 재산을 어떻게 불렸는지 다 소명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청문회의 후보자 자리에 앉으니 당당하게 재산 증식 과정을 소명하기는커녕 무려 3억 원에 이르는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를 대납받았다는 의혹에도 “사생활에 가까운 개인정보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단순한 계좌이체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2009년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에겐 “자료를 안 내고 버텨서 적당히 넘어가겠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고 자료를 요청하면 내게 돼 있다”더니, 이쯤 되면 내로남불이나 위선을 넘어 후안무치에 가깝다.
 
부실 검증의 화룡점정은 35억 원 주식 보유로 논란이 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찍었다. 주식 투자도 남편이 했다 하고, 해명도 조 수석과 친분이 있는 남편이 하는 걸 보니 우리는 이제 곧 사상 처음으로 남편 대신 재판정에 앉아있는 ‘아바타 재판관’까지 둬야 할 딱한 운명인 모양이다.
 
이런 마당에 새삼 도덕적 잣대 들이대며 스트레스받을 일이 뭐가 있나 싶다. 조 수석의 부실한 검증 덕분에 지금까지 남에게 손가락질하며 스스로 도덕적 우위를 점한 양 지내오던 자칭 진보 인사들의 탐욕스런 진짜 본모습을 우리 국민들이 다 알게 된 것만으로 작은 위안을 삼으면 되지 않겠나.
 
조국 수석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실체를 드러내 주셔서요.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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