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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직장 대신 현금 주는 일자리 정권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인생 ‘쫄리는’ 맛에 산다는 말이 있기는 한데 요즘 우리 모습이 그런 쪽에 가깝다. 특히 부채의 쪼아 대는 압력이 역대급이다. 20~30대 새내기 직장인 중 절반이 평균 3500만원 정도의 빚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심각한 건 레버리지로 이름까지 바꿔 부르는 빚의 증가 속도가 빛의 속도를 닮아간다는 점이다. 빚으로 빚을 틀어 막는 악순환이 넘실대서다.
 
‘빚 내서 집 사라’로 빚쟁이를 양산 시킨 전 정부의 적폐 탓이라고 지금 정부는 욕을 한다. 하지만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는 지금 정권의 나라 빚 중독도 그에 못지 않다. 2010년 교육감 선거가 두드러진 출발점이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무상 급식, 무상 보육, 무상 의료, 반값 등록금이란 ‘3무1반’으로 태풍을 만들었고 재미도 봤다. 그 뒤론 너나 없이 기름을 부어 대며 뛰어들어 선거판은 이제 복지 포퓰리즘의 불바다다.
 
문제는 차곡차곡 현실화 돼 나라 빚도 쑥쑥 커 간다는 사실이다. 다음 주 제출한다는 추경안도 결국엔 문자 속이 같다. 재원 대부분이 적자 국채라니 ‘빚덩이 추경’인데 뜯어보면 내년 총선용 숫자를 만들겠다는 거다. 정부는 미세먼지와 산불 대책용이라지만 한마디로 핑계다. 관련 예산이 남아 있고 예비비도 있다. 일자리와 경기 활성화도 거론하는데 그것도 핑계다. 막대한 예산 퍼붓기로 노인 일자리가 이미 늘었고 지금도 마구 쏟아붓는 중이다.
 
진짜 속셈은 아마도 경제 활성화보다 정치 활성화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서야 자고 나면 수십 조 원 규모의 세금 뿌리는 초대형 토목공사를 속속 발표할 까닭이 없다. 전 정권의 SOC 건설을 ‘토건 삽질’이라고 두들겨 패며 ‘우린 안 하겠다’고 다짐한 정부다. 하지만 안 하는 건 예비타당성 조사 뿐이다. 여당 지도부는 전국을 돌며 예산정책 간담회로 개발 붐에 불을 질렀다. 초슈퍼예산에 추경은 외길이다.
 
추경 자체를 문제 삼을 건 없다. 필요하면 하는 거다. 중요한 건 꼭 해야 하는 상황에, 제대로 쓰는지 여부다. 정부는 IMF의 재정확대 권고를 들이대는데 IMF는 잠재성장률 강화 조치도 함께 얘기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구조조정이 우선이다. 근로자 피해를 보호할 사회안전망이 필요할 테고 꽤 큰 돈이 들 거다. 하지만 그런 미래대비형 추경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일본이 갔던 실패 경로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떠내려간 정치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쏟아낸 부양책 중엔 선거용 예산 정치가 많았다. 특히 민주당 정권의 아동 수당, 고교 무상, 고속도로 무료화로 이어지는 무상 시리즈가 절정이었다. 하지만 곧 세금이 덜 걷히고 저출산·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늘어나자 더 크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한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은 거꾸로였다. 하나같이 자신과 정부를 먼저 수술대에 올렸다. ‘정부는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가 바로 경제 위기의 문제다’라는 게 레이건의 대통령 취임사다. 거대 정부를 유지하기 위한 과도한 세금과 정부 지출을 줄이고 20%가 넘는 ‘살인 금리’에 지지 신호를 보냈다. 그런 인기 없는 정책들이 ‘위대한 미국’을 만드는 초석이 됐다. 영국병과 독일병, 프랑스병을 고친 대처와 슈뢰더, 마크롱의 개혁이 다르지 않다.
 
두 번의 추경과 슈퍼예산에도 청년실업 대란은 요지부동이다. 공무원 증원이다 뭐다 해서 나라 살림도 빠듯한데 고용노동부는 지방 정부의 청년수당을 사실상 전국에 확대했다. 구직 청년 5만 명이 정부의 현금 뿌리기에 줄을 섰다. 일본은 튼튼한 체력으로 그나마 버틴다. 맷집 약한 아르헨티나는 그러다 얼마 전 IMF에 또다시 손을 벌렸다. 그 나라 대통령은 ‘우린 분수 넘치게 살았다’는 담화를 냈다. 펑펑 써 대면서 ‘좋은 게 좋은 거’만 외치는 정부로 돌파 된 경제위기는 지금까지 없었다. 우린 분수껏 살고 있나.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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