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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살인범, 9년 전에도 대학생 얼굴에 흉기 휘둘렀다

진주 아파트 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씨가 18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진주 아파트 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씨가 18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남 진주시 ‘묻지마 살인’ 사건의 범인 안인득(42)이 9년 전에도 흉기로 대학생 얼굴을 그어 상처를 내 형사 처벌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충남공주치료감호소를 간 이유다. 지난 17일 흉기로 5명을 살해하고, 15명을 다치게 할 때도 안씨는 9명의 얼굴과 목을 그어 상처를 냈다. 잔혹한 유사 범행 수법이 재현된 셈이다. 경남 진주경찰서는 18일 “안씨가 2010년 충남 공주치료감호소를 갈 때 흉기를 사용했고, 그 흉기로 시비가 붙은 피해자 얼굴 부위에 상처를 냈다”고 밝혔다.
 
안씨를 잘 아는 주변인들에 따르면 당시 그는 경남 창원에 있는 한 공장을 다니다 나온 뒤 자동차 ‘스타렉스’에서 생활을 했다.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고서다. 진주시내 한 골목에 머물다가 대학생들과 쳐다보는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차에 있던 안씨가 나왔고 고성이 오갔다. 몸싸움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안씨가 흉기를 꺼내 일행 중 한 명의 얼굴을 그었다. 경찰은 폭력 등의 혐의로 그를 구속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구속 후 안씨는 1개월간 정신감정을 받았다. 편집형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받았다.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처벌을 받았다.
 
안씨가 흉기나 둔기로 사람을 위협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사건 발생 한 달여 전쯤인 3월 10일에는 진주시 모 호프집에서 시비가 붙었다. 안씨는 불법주차 문제로 호프집 손님 등과 시비가 붙자 망치를 들고 가 위협했다. 몸싸움 과정에서 폭행 자체는 망치가 아니라 맨손으로 이뤄졌지만, 망치를 들고 있어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돼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안씨의 주변인들은 “사건 발생 12일 전인 지난 5일 잔혹한 살인을 막을 수도 있었다”고 했다. 한 지인은 “가족 중 한 명이 그날(5일) 출근하지 않고 안씨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진주 아파트 화단에 희생자의 핏자국과 신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진주 아파트 화단에 희생자의 핏자국과 신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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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전하는 지난 5일의 상황은 이랬다. 사건 발생 한 달 전인 3월부터 안씨의 폭력 증세가 심해졌다. 아파트 주민과 시비(3월 8일), 진주시내 행인 폭행(3월 10일), 이웃집 오물투척(3월 3일, 12일 두 차례), 아파트 주민과 시비(3월 13일) 등 폭력 사건이 계속 이어지면서다.
 
이에 위험을 인지한 안씨의 가족이 직접 나서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한 것이다. 이 지인은 “그날 하루 동안 정신병원·동주민센터 등을 찾아 입원에 대해 상담하고 문의했지만 결국 입원은 시키지 못했다. 본인 동의가 필요하고, 서류도 환자 본인이 챙겨 와야 하는 등 절차를 강조해서였다고 한다”고 했다.
 
안씨는 어쩌다 잔혹한 살인자가 된 걸까. 주변인들에 따르면 그는 20대 초반까지 순한 성격의 평범한 청년이었다고 한다. 경남 김해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사고를 당해 허리를 다쳤다. 주변인들은 이때부터 안씨의 성격이 변했다고 말한다. 폭력적인 성향보다는 피해망상 같은 정신적 문제를 보였다고 한다. “가족이 밥을 주면 안 먹는다. 독을 탄 게 아니냐며 난동을 부렸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이후에도 공장과 건설 현장을 전전하던 안씨는 창원의 한 공장에서 물건을 나르던 중 허리를 다시 다쳤다. 산업재해 인정을 받으려다 실패한 후 피해망상은 더 심해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30대 초반이던 2010년 대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충남 공주치료감호소에 들어갔다. 이후 폭력 성향은 강해지기 시작했다. 별 이유 없이 주변인뿐 아니라 가족과 주먹다짐을 하고 수시로 경찰서에 들락거렸다고 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8일 진주시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유족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8일 진주시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유족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소 후 가족과 잠시 함께 살던 안씨는 2011년 10월부터 진주시의 한 단독주택에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특별한 직업도 없었다. 정신적인 문제로 그해 11월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됐다. 일자리를 구하기도 했다. 한 공장에 취업했지만 며칠 만에 그만뒀다. 거친 행동으로 인해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한 게 이유였다고 한다. 진주시 관계자는 “횡설수설하고 허언증 증세가 일하면서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그는 무직인 상태로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해 계속 생활했다. 그러다 2015년 12월 어머니가 사는 집과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했다.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지만 안씨는 여전히 혼자였다. 그러던 중 다니던 정신과 통원 치료마저 그만뒀다.
 
폭력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네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켰고 경찰에 재물손괴 등으로 입건됐다. 남의 집 문에 간장과 식초를 뿌리는 등 난동을 피웠다. 지난해 12월 진주의 한 기관에 취업했지만 적응 실패로 한 달여 다닌 뒤 그만뒀다. 이때도 실제 출근은 10일만 했다. 일을 그만둔 후 그는 이 시설을 다시 찾아가 주먹으로 직원들을 폭행하기도 했다.
 
창원지방법원은 18일 안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이날 오전 안씨에 대해 현존구조물방화 및 살인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했다. 법원에 가기 직전 경찰 조사에서 그는 “불이익을 당하며 살았다. 홧김에 그랬다”고 말했다.  
 
한편 친형 강제 입원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55) 경기도지사가 지난 17일 오후 자신의 SNS에 “진주 묻지마 살인, 막을 수 있었다는 데 동의합니다”는 글을 올렸다. 피의자 안씨가 조현병 이력이 있다는 것과 관련, ‘단체장의 강제 정신 진단 지시와 입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지사는 “정신건강복지법상 정신질환자의 발견과 치료는 지자체장의 의무(7조, 8조, 12조)”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정신질환으로 인한 가해 위험이 분명해 여러 차례 민원을 냈는데, 지자체가 강제 진단과 치료를 기피해 정신질환자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자로 인한 묻지마 범행을 막는 법 제도는 여의도광장 질주 사건으로 이미 1995년에 생겼지만, 병을 인정 않는 정신질환의 특성상 고소·고발과 민원이 많아 공무원과 전문의들이 이 제도를 회피하고 있다”고도 했다.
 
진주=위성욱·김윤호·남궁민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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