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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노총의 떼쓰기에 밀려 무너지는 법과 원칙

국민 선거를 통해 뽑힌 국가·지방 권력이 일부 세력을 대변하는 노동 권력에 힘없이 무릎을 꿇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제 오거돈 부산시장은 정당한 법 집행 절차에 따라 일주일 전 부산 일본 총영사관 인근 정발 장군 동상 앞 인도에서 기습 철거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민주노총에 돌려주기로 했다. 노동절인 5월 1일 전까지 노동자상 설치 장소를 확정한다는 내용의 ‘공론화 프로세스’ 합의문도 김재하 민노총 부산본부장 등과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시장 직무의 포기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양측은 합의문에서 신설되는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을 위한 부산시민 100인 원탁회의’에 설치 장소 지정을 일임하기로 했다. 그런데 100인의 원탁회의 참석자 선정권한을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노동자상 건립위원회와 시의회 등에 줬다. 때문에 설치 장소가 일본 총영사관 앞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도둑에게 집을 지키라고 열쇠를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르면 외국 공관 바로 앞에 소녀상이나 노동자상을 세우면 안 된다. 미국 정부도 일본 총영사관 인근 노동자상 설치문제에 대한 우려를 한국 정부와 부산시 및 시의회에 수 차례 전달했다고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4개 부처 장관도 이미 부산시에 “불허”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을 집행했던 오 시장이 “건립 취지에 공감했지만 행정적 문제로 불가피한 조치를 취해 유감”이라며 사과한 것도 모자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재발방지 약속까지 한 것은 부적절했다. 민주노총 등이 부산시장실 앞에서 점거 농성하며 “노동자상 철거는 친일(親日)”이라고 몰아붙인 것이 그리 두려웠는가. 차제에 외교적 현안이 된 노동자상 설치 문제는 부산시나 외교부에만 맡겨 둘 게 아니라 국무총리실 또는 청와대가 직접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도 있다. 그래야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는 한·일 정부간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다.
 
집단의 힘을 빌린 ‘떼쓰기’에 밀려 공권력이 무기력할 때의 폐해는 심각하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의 변광용 거제시장 집무실 점거 사건, 금속노조 대전 유성기업 지회 노조원들의 노무담당 임원 감금·폭행 사건 등에서 보듯이 사적 폭력이 판을 친다. 이러다 보니 피켓 시위, 점거 농성, 폭력 행사, 주장 관철 순의 ‘민주노총 투쟁 공식’마저 회자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공권력을 무시하는 선을 넘어 스스로 공권력과 법이 돼 버린 건 아닌가.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와 지자체장들은 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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