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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사춘기 시절, 나는 뚱뚱하고 우울한 소녀였다. 뚱뚱하다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이 싫어서 자주 구석진 곳에 숨어있었다. 숨어 있다고 한들 뚱뚱한 나를 다 숨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숨길 수가 없어서 어디에 갔다가 누가 뚱보라고 놀리면 나는 집으로 돌아와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데 누군가가 나를 부르면 그렇게 싫었다. 세상이 나를 부르는 소리는 내 뚱뚱한 실존을 드러내라고 채근질을 하는 소리 같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놀림을 받아 마음이 쓰라릴 때면 나는 또 구석에 앉아서 단팥이 들어간 빵을 집어먹었다. 더 뚱뚱해질까봐 겁이 나는데도 먹었다. 빈속에 단맛이 들어가면 슬프고 외로웠다. 나는 그때마다 천창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그 천장을 올려다보던 마음이 내가 문학으로 가는 모퉁이였다. 나는 혼자였고 외롭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놀림을 당하는 실존을 가졌다.
 
그것이 내 문학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허수경 시인의 책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난다)중에서. 짧은 산문집의 맨 마지막 장에 실린 ‘우울했던 소녀’다. 상처받은 실존에서 출발한 문학의 뿌리에 대해 고백하고 있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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