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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전 건설 않고서 해체 산업 육성 가능한가

정부가 원전 해체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기로 했다. 연구소를 세워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500억원 규모의 펀드도 만들기로 했다. 마땅한 일이다. 전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은 향후 총 55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프랑스·영국·독일 등에 비해 해체 기술 개발·확보가 늦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다가는 큰 시장을 속수무책으로 놓치고 만다. 언젠가 해야 할 국내 원전 해체 역시 외국 업체 손에 맡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어제 정부가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원전 해체 산업 육성전략을 세운 이유다.
 
그러나 정부가 빠뜨린 게 있다. 해체 산업을 육성하려면 탈원전에 대한 재고가 필수라는 점이다. 원전 설계·건설·운영이 해체와 큰 시너지를 내는 관계여서다. 원전은 종류에 따라 해체 방식에 차이가 난다. 설계 변경이나 유지·보수 과정에서의 구조 변화에 또한 해체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해체 대상과 비슷한 원전을 설계·건설·운영하지 않고서는 해체 과정에서 어떤 위험에 직면할지 모른다. 삐끗하면 방사능 유출 참사를 부를 수 있다. 원전 해체 시장에서 설계·건설·운영자가 강점을 갖는다는 의미다.
 
실제 선진국 사업자를 봐도 그렇다. 영국 AMEC는 해체뿐 아니라 설계와 운영에서도 손꼽히는 경쟁력을 지녔다. 미국 에너지 솔루션스는 원전 운영 관련 사업과 해체를 함께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해체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건 2030년 이후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절반 가까이 문을 닫는 시기다. 건설 또한 짓고 있는 신고리 5·6호기가 마지막이다. 그런데도 그때 가서 한국의 해체 기술이 글로벌 시장의 신뢰와 선택을 받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정부가 원전 해체를 건설의 대안처럼 들이미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 해체 시장이 크다지만 건설과는 비교할 수 없다. 폐기물 처리 비용을 빼고 원자로 1기를 해체해 벌어들이는 돈은 15년에 걸쳐 약 6000억원, 연간 400억원 정도다. 1기당 8년간 약 4조원, 연간 5000억원가량인 원전 건설 수익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탈원전 때문에 스러지는 원전 산업을 해체만으로 일으키기는 역부족이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원전 산업과 나라 경제를 위해, 그리고 ‘미래 먹거리’라는 원전 해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탈원전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원전 문을 닫는 나라가 해외에서 원전 건설이나 해체를 수주하기는 언감생심이다. 탈원전을 고수하는 것은 원전 해체 산업 육성에 들어갈 엄청난 세금을 공중에 날리는 처사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노후 원전 등을 중단하고, (건설이 취소된) 신한울 3·4호기와 스와프(교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국민 여론 또한 원전 유지·확대를 지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국에서 세일즈를 하며 말했듯, 한국은 40년 넘게 원전의 안전성을 검증한 나라이기도 하다. 악착같이 탈원전을 붙들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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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