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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김호철 국가대표 전임 감독의 처신

박소영 스포츠팀 기자

박소영 스포츠팀 기자

선수 시절 세계적인 세터로 활약하다 은퇴한 뒤엔 이탈리아 프로팀 감독으로 활동했던 한국 배구의 전설이 있다. 명장으로 불리는 김호철(64) 감독이다. 2000년대엔 국내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감독을 맡아 명문팀으로 발전시켰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는 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5년 프로팀 감독에서 물러난 김 감독은 지난해 다시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이전과 다른 점은 임기를 정해놓고 대표팀만을 이끄는 전임 감독이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대표팀을 이끌고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준비해 온 김 감독이 최근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 감독으로 옮기려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OK저축은행이 최근 “김호철 감독이 먼저 ‘감독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배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배구협회는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열어 김 감독의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배구협회는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듯 지난해 김 감독을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임명하기에 앞서 "대표팀 감독을 맡았는데도 프로팀 감독 제의가 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당시 김 감독은 "계약 기간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고 약속했다. 계약 기간은 지난해 3월부터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다. 계약 기간 내 그만두면 위약금을 문다는 조항도 있었다.
 
김호철 남자 배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김호철 남자 배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OK저축은행 배구단

OK저축은행 배구단

그런데 김 감독이 먼저 OK저축은행에 감독을 맡을 생각이 있다고 제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배구인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 감독 연봉은 약 1억원이다. 프로배구팀 감독 연봉은 그보다 4~5배 가량 많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실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국가대표 감독의 품격과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최천식 배구협회 경기력 향상위원장은 "김 감독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앞으로 대표팀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김 감독의 제안에 맞장구를 친 OK저축은행도 문제가 있다. 아무리 성적이 중요하다지만 김 감독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선 건 볼썽사납다. 배구협회 역시 김 감독이 대표팀을 떠날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방관했다.
 
결국 피해는 대표팀 선수들과 배구 팬에게 돌아간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당장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예선을 치러야 한다. 어떤 선수가 이렇게 부끄러운 감독과 협회를 믿고 뛰겠는가.
 
박소영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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