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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야” 대피 주민에 흉기 휘둘러…딸 살리려는 엄마도 찔러

17일 오전 4시25분쯤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살인 사건의 범인 안모(42)씨가 진주경찰서 진술 녹화실을 나오고 있다. [뉴스1]

17일 오전 4시25분쯤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살인 사건의 범인 안모(42)씨가 진주경찰서 진술 녹화실을 나오고 있다. [뉴스1]

“화재 경보가 울려 나왔는데 주차장과 아파트 1층 출입구 1~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등에 주민들이 바닥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현장은 너무 끔찍해서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17일 묻지마 살인이 발생한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 강모(62)씨는 당시 현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오전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계단에서 대피하는 주민들과 출동한 경찰·소방대원들이 뒤섞여 있다. [뉴시스]

이날 오전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계단에서 대피하는 주민들과 출동한 경찰·소방대원들이 뒤섞여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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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은 이날 오전 4시25분쯤. 이 아파트 4층에 사는 안모(42)씨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질렀다.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거실 바닥 등에 뿌리고 불을 붙였다. 불이 나자 아파트 전체에 경보기가 울렸다. 한참 잠들어 있던 주민들은 놀라 집 밖으로 달려나왔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친 건 양손에 흉기를 든 안씨였다. 안씨는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대부분 여성과 노약자·어린이였다. 1층에 사는 유모(63)씨는 “‘쿵’ 소리가 나 무슨 소리인지 확인하려고 아파트 밖으로 나왔는데 1층 계단 쪽에 사람 두 명이 바닥에 피를 쏟은 채 쓰러져 있었다”며 “엘리베이터 입구 바닥에도 피가 흥건하게 젖어 있어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고 했다.
 
안씨는 4시49분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경찰은 2층 복도에서 흉기를 든 안씨에게 테이저건과 공포탄·실탄을 쏜 뒤 장봉으로 제압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의 119 신고 내용엔 급박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건 직후 119와 112 등에는 20여 건의 신고가 빗발쳤다. 중앙일보가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119 녹취록에는 "불이 났다” "제발 빨리 (와주세요) 다 찔렸다고요” 등 긴박한 상황이 그대로 담겨있다.
 
안씨가 무차별적으로 휘두른 흉기에 5명이 사망하는 등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주로 안씨가 살고 있던 4층과 5층 등에 살던 이웃들이 가족 단위로 큰 화를 입었다.
 
이날 오후 시민들이 진주시의 한 병원 장례식장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날 오후 시민들이 진주시의 한 병원 장례식장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피해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K양(11)의 가족은 6명 중 4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K양과 K양의 할머니 김모(64)씨가 범인 안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K양을 구하기 위해 안씨에게 달려든 K양의 어머니 차모(41)씨도 흉기에 등을 찔리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K양의 사촌 언니인 염모(18)양도 부상을 당했다.  
 
진주시 한 병원에 입원 중인 염양은 “불이 난 것을 알고 동생(K양)과 함께 4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다가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놀라 다시 올라가려고 했는데 그가 동생을 잡아채서 흉기로 찔렀다”며 “그 모습을 본 동생 어머니가 딸을 살리려다가 찔렸다”고 전했다. K양의 할머니 김씨는 흉기에 찔려 숨진 채 1층 입구 쪽에서 발견됐다.    
 
진주=신진호·김정석·이은지 기자, 현일훈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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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