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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Who & Why]이해찬은 권노갑의 길을 갈 수 있을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언론과 거리를 두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공식 브리핑을 빼곤 인터뷰도 잘 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었고 18일부터 출입기자들과 줄줄이 오찬 간담회 갖는 등 언론과 접촉을 늘린다. 총선 1년을 앞두고 그가 움직이고 있다.  
 
①당 대표의 불출마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당 대표로 당선된 뒤 “민주정부 20년 연속 집권을 위한 당 현대화 작업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 취임 직후 한 중진 의원은 “‘당 현대화 작업’이라는 게 여러 가지 있지만, 핵심은 물갈이를 통해 새로운 인물 중심으로 다음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실제 중진 의원들의 불안감이 조금씩 커지는 분위기다. 중진 의원들은 이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 전에 말한 “더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발언의 의미를 곱씹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이제껏 총선 지휘한 여당 대표가 불출마한 전례가 드물다. 그래서 못 보던 현상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공천 개혁을 과감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00년 총선 당시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권노갑 고문 [중앙포토]

2000년 총선 당시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권노갑 고문 [중앙포토]

②권노갑의 방식
공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사가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공천 방향은 어떻게 달라질까. 오래전이긴 하지만 권노갑 전 의원의 전례가 있다. 권 전 의원은 당 대표는 아니었지만, 김대중 정부 당시 권력의 2인자로 공천권에 개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호남에서 단수 공천을 받아 당선될 수 있는 그였지만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당의 혁신을 위해 자신부터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곤 동교동계 수도권ㆍ호남 중진 의원들이 배지를 내려놓게 했다. 이때 대거 들어온 이들이 386세대 의원들이다. 
 
당시 곁에서 지켜본 이훈평 전 의원은 “불출마를 먼저 선언했기 때문에 ‘너도 나가지 마라’고 설득할 명분이 있었다.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어 의원들이 전화를 피했다. 직접 만나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여주며 불출마를 권유했다. 끝까지 버티는 의원들에겐 권 전 의원이 ‘내가 돈을 줄 테니 한번 여론조사 다시 해봐라’라고까지 했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권 전 의원이 설득하는 역할을 했고, 나는 불출마하겠다고 하는 의원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논의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총선공천제도기획단 간사인 강훈식 의원이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이날 열린 4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회의에서 내년 총선에 현역 의원이 출마하는 경우 전원 경선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공천 기준을 잠정 결정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총선공천제도기획단 간사인 강훈식 의원이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이날 열린 4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회의에서 내년 총선에 현역 의원이 출마하는 경우 전원 경선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공천 기준을 잠정 결정했다. [연합뉴스]

③중진이 떨고 있다
권 전 의원과 같은 ‘찍어내기’ 방식의 개혁 공천이 현재 가능할 것이라 보는 민주당 인사는 적다.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전략 공천(20대 총선)의 피해자였는데, 자신이 누구한테 나가라, 나가지 말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다수의 의원은 이 대표 스스로 이해관계가 없는 ‘시스템 공천’의 방식으로 물갈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선공천제도기획단이 16일 발표한 공천 기준이 그 신호탄이다. 새 공천 기준은 정치 신인에겐 10%의 가산점을 주고, 현역 의원은 원칙적으로 경선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당 관계자는 “공천 기준에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 지금은 큰 틀만 발표돼 반발이 작지만, 공천 기준이 구체화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진 의원들은 겉으론 새 공천 기준에 불만을 보이진 않고 있다. 다만 신인에게 유리한 공천 기준을 만든 뒤, 친문 신인들이 당에 대거 영입돼 친문 중심으로 총선이 치러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는 있다. 중진 의원들 사이에 친문 원내대표 후보인 김태년 의원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친문 공천’이라는 프레임이 생기면 다음 총선에서 당 망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원외 지역위원장 협의회에서 “240석을 목표로 내년 총선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총선 구상이 몇 석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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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