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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벽' 쌓은 소방관, '인간 사슬' 만든 사제..노트르담의 영웅들

15일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소방대원들. [AP=연합뉴스]

15일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소방대원들.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발생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최악의 사태를 막은 ‘영웅들’의 사연이 공개돼 감동을 주고 있다. 불이 서쪽 정면 출입구에 있는 종탑까지 번지지 않도록 사력을 다해 ‘물의 장벽’을 만든 소방대원들과 ‘인간 사슬’이 돼 성당 안 유물을 구해낸 사제·소방관·시민들이다.  
 
 로랑 누네즈 프랑스 내무부 차관은 1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방관들이 건물을 구했는데, 15~30분만 더 늦었으면 건물이 모두 붕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소방관들의 사투 덕분에 15~30분을 남기고 성당 건물 전체가 붕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누네즈 차관에 따르면 화재는 보수공사를 위해 비계가 설치된 장소에서 발화해 첨탑을 태우고 지붕으로 번졌다. 지붕까지 무너져 내리게 한 불길은 서쪽 정면 출입구 윗부분에 있는 두 개의 종탑으로까지 옮겨가는 중이었다.
 
 이 종탑 내부에 있는 목재 부분으로까지 불이 번지면 무게가 13톤 이상인 종이 떨어져 깨지게 되고 이 충격이 탑 자체를 무너뜨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화재 진압에 투입된 500여 명의 소방관은 목재 지붕과 종탑 사이에 ‘물의 장벽’을 치려고 사력을 다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16일 노트르담 대성당에 물을 뿌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16일 노트르담 대성당에 물을 뿌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대원들은 외부에서 소방 호스로 물을 뿌렸을 뿐 아니라, 성당 내부에서도 해당 지점까지 번지지 않도록 지붕과 종탑 연결부를 집중적으로 진화해 성당 전소를 막아냈다. 
 
 화마 속에서 가시 면류관 구해낸 사제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에 주저하지 않고 대성당 안에 있는 유물을 지키기 위해 뛰어 들어간 사람들의 용기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텔레그래프 등은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과 가톨릭 신부, 일부 시민들이 ‘인간 사슬’을 만들어 예수가 쓴 것으로 알려진 가시 면류관 등 성당 안에 있는 귀한 유물들을 구해냈다고 보도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사라진 것과 남은 것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사라진 것과 남은 것

 이 인간 사슬의 제일 앞에는 파리 소방서에서 사제로 근무하는 장-마크 푸르니에 신부가 있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푸르니에 신부는 동료 소방대원들과 함께 불타는 대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허가해 달라고 필리프 구종 파리 15구역 구청장에게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들은 이후 성당 안으로 들어가 손에서 손으로 유물을 건네 무사히 밖으로 내보냈다. 이들의 헌신 덕분에 화염을 피한 유물들은 현재 파리 시청에 보관돼 있으며 곧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송된다. WP는 푸르니에 신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목으로 일했고, 2015년 파리 테러 당시에도 테러 생존자들을 위로하는 데 적극 나섰던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불타는 대성당에 들어가 유물들을 구한 장-마크 푸르니에 신부. [사진 트위터 캡처]

불타는 대성당에 들어가 유물들을 구한 장-마크 푸르니에 신부. [사진 트위터 캡처]

 화재로 소실된 첨탑의 끝에 장식돼 있던 수탉 청동 조상도 화재 폐기물 더미에서 극적으로 회수됐다. 르 피가로에 따르면 화재 진압 후 폐허 더미를 뒤지던 프랑스 건축연맹 자크 샤뉘 회장이 이를 찾아냈다. 그가 트위터에 공개한 조상은 추락으로 일부 일그러진 부분이 있었지만 날개 등이 온전한 상태였다. 노트르담 성당의 오르간도 화재의 피해는 피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원인 아직 불투명..마크롱 “5년 내 복구 희망”
 프랑스 검찰이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는 상황이다. 파리 검찰은 보수 작업에 참여한 직원 50여 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보수 작업을 시행 중인 업체의 대표는 “불이 났을 당시 현장에 우리 직원들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프랑스 건축연맹 자크 샤뉘 회장이 폐기물 더미에서 찾아낸 수탉 청동 조상을 들고 있다. [사진 자크 샤뉘 트위터]

프랑스 건축연맹 자크 샤뉘 회장이 폐기물 더미에서 찾아낸 수탉 청동 조상을 들고 있다. [사진 자크 샤뉘 트위터]

 복구 계획 등 후속 조치와 관련한 전문가들의 조언도 이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을 더 아름답게 재건할 것”이라며 “5년 안에 작업이 마무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CBS 방송은 영국 켄트대 중세유럽사 전공인 에밀리 게리 부교수를 인용해 “복구에 4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며 “성당의 모든 것을 강화하고 손실 목록을 정리한 뒤 건축물 자재를 알아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게리 부교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과 지분이 참나무로 만들어졌고, 천장에 1만 3000개의 기둥이 사용됐다면서 이를 교체하려면 참나무 3000그루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17일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 소방관 뿐 아니라 기중기가 보인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17일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 소방관 뿐 아니라 기중기가 보인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게리 부교수는 또 “중세에는 단단한 참나무 확보가 가능했지만, 과도하게 쓰여 유럽의 참나무 숲이 많이 파괴되면서 대량으로 20년 이내에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회암도 12세기 노르망디에서 공수된 최상급이 사용된 만큼 최상의 석공과 채석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파리=김성탁 특파원, 서울=이영희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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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