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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의자 앉을 자격 있나"···우리법 판사의 이미선 저격

 주식 투자 의혹에 이어 ‘재판거래’ 판결 옹호 의혹까지 겹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동료 판사들 사이에서는 자질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이 후보자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17일 송승용(45ㆍ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전산망인 코트넷에 “이미선 후보자에게 정중히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법관의 한 사람으로서,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후보자님에 대한 청문회와 그 이후의 논란을 조심스럽게 지켜보았다. 그런데 어제 후보자님이 재판거래 의혹 판결을 옹호하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게 됐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김경록 기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김경록 기자

 
"'통상임금 옹호 논란' 이미선, 입장 밝혀달라" 
논란의 소재가 된 건 2013년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로, 송 부장판사는 이 판결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판결 당시 다수의 대법관들이 ‘노사간 합의에 반해 추가 법정수당을 청구하는 것은 기업에 재정적 부담을 지워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므로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용인될 수 없다’고 의견을 낸 것을 들면서 “이러한 다수의견의 입장은 대법원이 정부와 재계의 입장을 최대한 파악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일 뿐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볼 수는 없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해당 판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대상으로 지목됐다는 점도 들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정황이 담긴 법원행정처 문건에서 ‘사법부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했다’ ‘(통상임금 판결은) 우리 경제가 안게 될 부담을 고려해 노사 양측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적절한 결론을 제시했다’ ‘재판 과정에서 대법원이 정부와 재계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구절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위 보고서에 따르면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른 판결이 아니라 이해관계의 조정과 타협의 산물로써 갈등회피 목적의 정무적인 결론에 이른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시작되니 입장 바뀌어…"눈치 봤나"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미선 후보자는 이 때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하며 해당 판결에 관여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미선 후보자는 이 때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하며 해당 판결에 관여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가 이를 옹호하는 취지의 논문을 발표한 점을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4년 한 학술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해당 판결의 의의를 설명하며 ‘(통상임금 판결은) 근로자의 청구를 한시적으로 제한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의 조화를 도모하였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송 부장판사는 “이 후보자의 관련 논문 4건을 모두 찾아보았다”며 모든 논문에 해당 구절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옹호라는 표현이 적당한지 잘 모르겠으나, 제가 보기에 적어도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해석되지는 않았다”고 적었다. 이어 “소위 통상임금 사건의 판결은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판결이냐”며 “후보자님은 그 판결의 다수의견에 동의하시느냐”고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터지며 양 전 대법원장이 수사 선상에 오르자 이 후보자의 태도가 달라진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이 후보자가 발간한 통상임금 판례 연구집에서는 ‘그러나 동시에 대상판결은 신의칙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이러한 추가 청구의 제한이 어디까지나 예외적임을 명확히 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문장이 추가됐다. 앞서 발간된 3건의 논문에는 없던 구절이다. 송 부장판사는 “3건의 논문에서 동일하게 유지되었던 대상판결의 의의에 2018년에서야 이전과 다른 평가가 추가된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이 후보자에게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9명의 재판관 중 한 자리에 임명될 자격 있는가"
송 부장판사는 “헌법재판소의 건물 외벽 꼭대기 층에는 옆으로 나란히 무궁화 문양 9개가 돋을새김 되어 있다. 이 9개의 무궁화 문양은 9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상징한다고 한다”며 “정의의 현자, 헌법재판소 재판관, 그 무궁화 문양 중 한 자리에 임명될 자격이 있는지는 이제 후보자님이 직접 답해 달라”고 글을 끝맺었다. 송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분류되는 ‘우리법 연구회’ 소속이다. 지난해 사법행정권 남용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촉구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운영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최근 판사들의 익명 카페인 ‘이판사판 야단법석’에도 이 후보자에 대한 비판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이 후보자가 주식 논란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않은 것을 언급하며 “역대 가장 준비되지 않은 후보자”라는 비판이 담겼다. 한 판사는 “이 후보자 본인이 노동법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온 이상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게 맞다”며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재판거래 문건으로 지목된데다 법조계에서 많은 비판을 불러온 판결을 옹호하는 자가 노동 인권 보호에 적극적일 수 있는지, 혹시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들의 눈치를 본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길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선 "통상임금 판결, 노동권 기여했다" 입장 전해와
이에 대해 헌재 측은 이 후보자의 입장을 대신 알려왔다. 이 후보자는 “당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에 대하여 재계 등에서는 반대하였고, 주무부서인 노동부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며,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였다”며 “그러나 해당 판결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을 명확히 선언하였는바 노동자의 권리 확장에 기여한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시 논란의 중심이 된 ‘신의칙’ 인정이 자신의 개인 의견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언론에 언급된 논문들은 검토연구관의 입장에서 해당 판례의 배경, 의의에 대한 소개, 설명을 하였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갑자기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통상임금 판결에서 신의칙 적용에 관한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였으나 이후 하급심에서 사안마다 신의칙 적용에 대한 결론을 달리하는 등 신의칙의 적용 기준과 관련하여 혼선이 있던 상황”이라며 “신의칙 적용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2018년 논문에서 그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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