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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살인범, 조현병? 어린이·여성만 골라…판단능력 있었다"

사이코패스 전문가 이수정 교수 인터뷰 
17일 오전 4시 30분쯤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안모(43)씨가 본인 집에 불을 지른 뒤 계단에서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사진은 이날 오전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현장 모습.[뉴스1]

17일 오전 4시 30분쯤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안모(43)씨가 본인 집에 불을 지른 뒤 계단에서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사진은 이날 오전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현장 모습.[뉴스1]

17일 오전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불을 지른 뒤 흉기로 10여명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것은 이 아파트 4층에 살던 40대 남성 안모씨였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 주변인들에게서 안씨가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범행 3개월 전인 지난 1월에도 난동을 부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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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범죄 심리학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는 안씨의 범행이 우발적이었을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1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씨의 범행은 우발적이라기보단 상당히 계획적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안씨가) 정신질환 증세를 갖고 있었다고 해도 범행 당시엔 충분한 의사 결정 능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 사이코패스 검사(PCL-R)를 처음 소개하고 이를 한국판으로 표준화한 전문가다. 다음은 이교수와의 일문일답.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중앙포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중앙포토]

-안씨의 범행 과정을 분석한다면.
“우발적 행위라 보기 어렵다. 이미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를 당시에 그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칼을 들고 밖으로 나갔지 않았겠나. 언론보도를 보면 본인이 ‘불이야’라고 소리를 지른 뒤 흉기를 휘두르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사람들이 불을 피해 빠져나올 것을 예상한 것이다. 그리곤 사람이 어디로 나올지 알고 길목을 지켰을 것이다. 4층에서 불이 났는데 본인이 불이 난 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있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 것이다. 1~2층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걸 보면 범행 당시에 계획적으로 생각을 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는것이 맞다.”
 
-안씨가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주변인 진술이 나오고 있는데.
“조현병이라도 24시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범행 당시 정신 상태가 어떠하냐가 중요하다. 당시 사리 분별능력이 있었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재판에서 범행의 책임을 줄여줄 것이냐 아니냐가 결정된다. 그런데 안씨의 경우 범행 당시엔 충분한 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이 피해자들에게 무슨 행위를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노인·어린이·여성 등 취약한 사람들만 골라 피해를 주지 않았나.”
 
-범행 당시 충분한 판단능력이 있었다는 것인가.
“앞서 말한 행동들은 분별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범행 자체는 정신병적 증상에 기인해 했다고 보기 어렵다. 정신병의 양성 증상(환각·환청 등)이 심하면 이런 행위를 하기 어렵다. 평소 양성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범행 당시엔 그러한 양성 증상이 안씨의 정신을 지배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정신질환 증세가 있어도 계획적 살인을 저지를 수 있나.
“살인사건 중엔 정신질환 증상이 있어도 계획적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들이 꽤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범인 본인은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범행 당시에 범인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어디까지 계획을 했고, 사전에 어떤 것을 준비했는지 등이다. 이런 점을 정확히 수사하고 재판 과정에서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지난 2008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 방화현장에서 범인이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중앙포토]

지난 2008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 방화현장에서 범인이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중앙포토]

-이번과 같은 방화 살인 사건이 있었는지.  
“이번 사건은 지난 2008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 방화 살인사건과 매우 비슷하다. 그때도 (범인이) 자신의 방에 불을 지르고 5명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1명은 고시원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다. 당시엔 범인이 정신병력이 없었다.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논현동 고시원 방화살인사건은 2008년 10월 20일 논현동의 한 고시원에서 발생했다. 범인 정모(당시 30세)씨는 자신의 고시원 3층 방에서 지포라이터용 휘발유를 침대에 뿌리고 불을 붙였다. 비좁은 고시원에 연기가 퍼지자 사람들이 방에서 뛰쳐나왔고, 정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 3층 복도에서 6명을 찔렀다. 이후 4층으로 올라가 5명을 더 찌른 뒤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이 사건으로 6명이 숨졌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정씨는 경찰에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살기 싫다”고 진술했고, 2009년 서울중앙지법은 정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정씨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
17일 오전 4시 30분께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안 모(43)씨가 본인 집에 불을 지른 뒤 계단에서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위해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뉴스1]

17일 오전 4시 30분께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안 모(43)씨가 본인 집에 불을 지른 뒤 계단에서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위해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뉴스1]

-안씨의 경우는 다를 수 있지 않나.
“물론 범인 안씨가 향후 정신감정을 통해 조현병 등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인정이 되면 상황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5명이나 죽였는데 심신미약 사유로 감형이 된다면 양형이 맞느냐 틀리느냐에 대한 논쟁이 일어날 수 있다. 경찰과 검찰, 재판부가 안씨의 심신미약 부분을 인정할 것인지가 향후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다.”
 
-피해를 본 대다수가 기초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다.  
“범행이 일어난 곳이 기초수급자가 지내는 임대아파트로 알고 있다. 이런 흉포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기초수급자라는 이유로 이웃과 아무 제약없이 함께 사는 건 문제가 있다. 형사 정책적으로 시스템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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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