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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제어 앱 이용 신종 금융사기 주의보…제주서 2억원 편취

보이스피싱. [중앙일보 DB]

보이스피싱. [중앙일보 DB]

1억 9900만원. 원격조정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휴대전화에 설치토록 유도한 후 계좌에서 이런 거액을 빼가는 범죄가 제주에서 발생했다. 시작은 한 통의 문자였다. 
 
16일 금융감독원 제주지원에 따르면 제주에 사는 고모(55)씨는 지난달 27일 ‘416불 해외 결제’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휴대전화로 받았다. 당시 해외에 나가지도 않았고, 그런 결제를 한 적 없었던 고씨는 문자메시지 발신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하려 했다. 처음 전화를 받은 것은 가짜 카드사. 
 
카드사 상담원인척 전화를 받은 사기꾼 일당은 “카드의 부정 사용 신고를 접수했으니 경찰로 사건을 이첩하겠다”고 했다. 사기꾼 일당은 고씨를 완전히 속이기 위해 두 단계를 더 준비했다. 두 번째 전화는 사기꾼들이 고씨에게 했다. 가짜 경찰이었다. 좀 전 가짜 카드사 직원의 설명대로 경찰에서 전화가 온 것으로 믿었다. 고씨는 경찰로부터 “경찰서입니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금융감독원에서 곧 연락이 갈 겁니다”라는 안내를 받았다. 
 
잠시 후 자신을 금감원에 다니는 ‘김OO’이라 소개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고씨 명의로 발급된 계좌가 자금세탁에 이용되고 있으니 조치를 위해 원격제어 어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으라고 요구했다. 고씨는 카드사·경찰서·금감원 등으로 치밀하게 꾸며진 세 곳의 전화를 받은 데다 본인의 계좌가 범죄와 연루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 등으로 당황했고, 곧바로 그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휴대전화에 ‘퀵 서포트(Quick Support)’라는 앱을 깔았다.  
 
하지만 이 앱은 원격제어가 가능한 일종의 해킹 프로그램이었다. 사기꾼 일당은 해당 앱이 고씨의 휴대전화에 설치되자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으로 4900만원을 대출을 받았다. 최종 비밀번호가 필요했는데, ‘정상적으로 계좌 이체가 되는지 시험해보는 것’이라고 속여 고씨에게 직접 입력하게 했다. 자신들의 ‘LE VAN LOC’, ‘NGUYEN THI’ 등 명의의 국내 모 은행 계좌로 대출받은 돈을 모두 이체하는 수법을 썼다. 재미를 톡톡히 본 사기꾼 일당은 이튿날인 지난달 28일에 같은 수법으로 고씨의 예금 1억5000만원까지 자신들의 계좌로 이체, 이틀간 2억원 가까운 돈을 편취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 금감원 등 정부 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전화로 자금의 이체 또는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경우 신속하게 경찰서나 해당 금융회사에 신고해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수사기관이나 금감원 직원이라는 전화를 받은 경우 당황하지 말고 소속과 직위, 이름을 확인하고 전화를 끊은 뒤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반드시 사실 여부를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금감원 직원은 개인에게 휴대폰 앱 설치를 권유하지 않으므로 직원을 사칭하며 권유하는 경우에는 100% 보이스피싱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번처럼 신종 보이스피싱 사례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례를 홈페이지 등에 적극적으로 게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3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와 피해 금액은 2016년 304건 24억9300만원, 2017년 378건 34억3400만원, 2018년 505건 55억2600만원 등 매년 피해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제주지방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 기준 144건이 발생, 18억200만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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