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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패션·산업 플랫폼 된 DDP 5주년, 미래 과제는

간호섭 패션 디렉터, 홍익대 교수

간호섭 패션 디렉터, 홍익대 교수

요즘 화두 중 하나가 플랫폼(Platform)이다. 플랫폼을 구축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할 정도다. 플랫폼이란 평평한 토대로서 승강장이나 연단 등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기술 기반 시설이나 운영 체계 또는 환경을 뜻한다. 플랫폼 자체가 무형의 자산이 된 것이다.
 
서울 동대문에는 원래 이간수문(二間水門)이라는 기반 시설이 있었다. 한양도성을 통과하는 수문으로서 이름처럼 두 칸으로 만들어져 도성 안 물 흐름을 조절하는 물길 역할을 했다. 그 자리에 동대문운동장이 들어섰다. “체력이 국력”이던 시절에 하나의 운영 체계로서 각종 스포츠대회와 행사를 치렀다. 그 역사를 이어받은 것이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다.
 
2014년 개관한 DDP가 올해 5주년을 맞았다. 처음에는 역사성·지역성 없는 건물이란 비판도 많았다. 그러나 지난 5년간 DDP는 과거 이간수문을 이어받은 기반 시설로서 패션문화·산업을 위한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패션을 중심으로 탈 경계적·융합적 전시를 잇따라 열면서 DDP를 한국 패션의 상징적 공간으로 만들었다. 인근 동대문의 패션 생태계와 연계하면서 창출한 산업적 효과도 있다.
 
우선 2014년 샤넬부터 루이뷔통, 막스마라, 반클리프 아펠, 폴 스미스에 이르기까지 명품 브랜드들이 속속 전시를 열었다. 얼마 전 타계한 거장 카를 라거펠트처럼 DDP 공간 자체에 매료된 디자이너들이 많았다.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고 패션·건축·가구·제품·음식 등 장르 경계를 뛰어넘는 전시를 선보이면서 융합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과거 유산들이 현재에 영감을 주고 미래에 새로운 창조물로 탄생하는 연결고리가 DDP를 매개로 이어진 것이다.
 
DDP 개관과 함께 그곳에 둥지를 튼 서울패션위크는 여러 개로 분산됐던 컬렉션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통합 컬렉션으로 자리 잡게 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 ‘제너레이션 넥스트(Generation Next) 컬렉션’을 신설해 인재 발굴의 장을 연 것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점차 참여 디자이너들이 줄고, 제너레이션 넥스트 컬렉션에 참여했던 신진 디자이너들이 막상 서울 컬렉션 본 무대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아쉽다. 반면 서울패션위크에 참석한 해외 바이어와 패션 관계자들에 의해 선정된 한국 패션 디자이너 10인으로 구성된 ‘텐 소울’(Seoul’s 10 Soul)은 2017년 영국 런던의 셀프리지 백화점, 2018년 미국 뉴욕의 편집매장 오프닝 세러머니, 2019년 2월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여는 성과를 냈다. 패션 브랜드 수출국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줘 주목된다.
 
초보적이지만 DDP를 통해 동대문 패션 상인과 신진 디자이너들의 교류도 이뤄졌다. 동대문 상인들과 함께 도심 거점 산업의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이를 디자인에 접목해야 소상공인들이 실질적으로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간 DDP는 매력적인 건축물이 어떻게 문화와 산업을 이끄는 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줬다. 하지만 패션 플랫폼이란 승강장에는 출장의 목적지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가시화된 출장의 성과가 있어야 한다. 매출로 연결될 수 있는 비즈니스 전시와 판매가 연결되는 프로세스를 안정화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지금 성과를 이어가는 지속성과 시대 변화에 대처하는 유연성이 동시에 필요하다. 미래에는 DDP라는 유형의 기반시설보다 온라인을 통한 무형의 DDP가 새로운 패션 비즈니스의 장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DDP를 통해야 누릴 수 있는 문화적·경제적 혜택이 늘어날 때 DDP라는 패션 플랫폼에 참여하려는 패션 디자이너와 패션 기업들로 승강장은 북적일 것이다. 개관 10주년 때는 그 성과가 숫자로 나오길 기대한다.
 
간호섭 패션 디렉터,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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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