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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오지랖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남북은 언어가 같은 듯 다르다. 한 단어가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광복 후 70년 넘는 분단이 쳐놓은 문화적 장벽이다. 익히 알려진 ‘일없다’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관심 없다’는 뜻으로 상대를 따돌릴 때 쓰지만, 북한에서는 ‘괜찮다’는 소리다. ‘소행(所行)’도 차이가 있다. 남한에서는 ‘그따위 소행’처럼 부정적 의미로만 사용하는 반면, 북한에서는 부정·긍정 같은 가치 판단이 배어 있지 않다.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아름다운 소행’과 ‘무책임한 소행’이란 표현 둘 다 어색하지 않다.
 
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런 언어 차이 때문에 괜한 오해를 받은 것 아니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하지 말라”고 한 부분 말이다. 확인했더니 ‘오지랖 넓다’의 사전적 의미는 남북 간에 차이가 없었다. 북한 사회과학출판사가 2017년 펴낸 『조선말대사전』은 ‘오지랖 넓다’를 ‘쓸데없는 일에 지나치게 참견하다’라고 풀이했다. 실생활에서는 조금 다른 뜻으로 쓰지 않을까 해서 탈북 인사에게 물었다. 김형직사범대를 졸업하고 북한 보위부에서 일했던 이나경(46)씨는 이렇게 답했다. “비슷하다. 오히려 남쪽보다 북에서 부정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 ‘싸가지 없다’에 가깝다. 상대방 태도에 몹시 화가 났을 때만 쓴다. 그렇지 않을 때 사용하는 건 실례다.”
 
김 위원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참견쟁이처럼 굴지 말라”고 핀잔을 줬다는 얘기다. 큰 결례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잠잠하다. 외신보도를 인용해 “더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얘기를 듣지 않게 해달라”던 야당 원내대표에게는 족보에 없는 ‘국가원수 모독죄’까지 들먹이더니, 김 위원장의 직격탄에는 일언반구 없다. 다시는 “오지랖 넓다” 소리 듣지 않으려고 단단히 마음먹은 것 같다.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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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