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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던 獨러스트벨트, ‘중국바람’ 불자 벌떡 일어난 사연

상하이 푸동 공항 청사의 벽에 걸린 대형 세계 지도가 있다. 이 지도에는 유럽의 4개 도시만 표시돼 있다. 파리·런던·베를린 등 유럽의 중심도시다. 상하이의 눈높이에 맞는 도시는 이 정도는 되야 한다는 뜻일까.동북아의 허브 공항을 놓고 인천공항과 경합 중인 푸동공항의 야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나머지 한 개 도시는 특히 가장 큰 동그라미로 표시해 눈길을 끈다. 이 도시는 어딜까. 

뒤스부르크다.  

[사진 인민망]

[사진 인민망]

 
독일의 북서부에 위치한 뒤스부르크는 엣센·보쿰·도르트문트를 잇는 거대한 루르 공업 지역에 속해 있다. 지금은 중공업 산업의 활력이 식으면서 러스트 벨트가 된 지역이다. 전통적 중후장대 제조업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가 뒤스부르크다. 이런 러스트 벨트 도시를 중국의 경제수도가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뒤스부르크의 물류 경쟁력에 답이 있다. 뒤스부르크의 양면이다. 제조업과 내륙 수운을 통한 물류가 이 도시의 양 날개였던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뒤스부르크는 어떤 도시인가. 
유럽 최대 마인~도나우 운하의 핵심 가운데 핵심이 뒤스부르크다. 전장 171㎞ 구간 가운데 가장 큰 내항(inland port)이다.  거대한 루르공업지대의 중소 도시들이 뒤스부르크와 수로로 연결돼 있다. 라인강과 루르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이 도시는 유럽 최대의 하항(河港)이 개발돼 200개 이상의 글로벌 물류회사들이 입주하는 등 서유럽 물류의 허브인 곳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 운하가 건설될 당시만 해도 소요 비용에 비해 화물운송 기대 효과가 낮다는 경제성 비판이 높았다. 환경파괴 우려까지 제기되며 1992년 완전 개통까지 30년이 걸렸다. 게다가 개통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물동량이 최대 예상치의 1/3에 불과했기 때문에 반대론자의 목소리가 거셌다. 반전의 기운은 동쪽에서 밀려들어왔다. 
[사진 루시통]

[사진 루시통]

 
2011년 7월 중국 서부 충칭(重慶)에서 뒤스부르크로 향하는 ‘위신어우(渝新歐)’ 국제 화물운송 컨테이너 화물열차가 개통됐다. 실크로드와 초원길을 잇는 유라시아 대륙교가 중국과 유럽간 물류 통로로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다. 위신어우는 충칭을 부르는 지역 명칭인 위와 경유지인 신장위구르 자치구, 그리고 중국어로 유럽(歐洲)의 첫 글자를 땄다. 해외 수출을 위해 동남부 항구 외엔 출구가 없었던 내륙 기업들은 이 국제화물열차를 이용해 유럽으로 물건을 팔 수 있게 됐다.열차는 중국~독일 1만1179㎞ 거리를 13일 만에 주파한다.
[사진 신화망]

[사진 신화망]

2013년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중국의 국가적 정책 드라이브를 타고 이 열차는 본격 가동됐다. 
컨테이너 화물을 실은 위신어우 열차는 충칭, 고원지대인 시안, 란저우, 신장자치구,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유럽의 종착역인 독일 뒤스부르크로 향한다. 
 
대량 수송이 가능한 해운에 비해 화물운임이 높지만 운송기간을 절반 가까이 단축한다. 항공 운송에 비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고 대량 수송에 적합한 화물일 경우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상하이 푸동공항이 뒤스부르크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국제화물열차에 실어보내기 위해 상하이로 들어온 크고 작은 화물들이 컨테이너에 재포장돼 충칭으로 이동하는 물류 흐름이 생기면서 상하이의 국제물류허브 기능을 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인민망]

[사진 인민망]

 
요즘 뒤스부르크 경제는 차이나를 빼고 생각하기 어려운 정도로 일대일로를 타고 차이나 머니와 상품이 밀려들고 있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다. “매일 충칭과 우한에서 출발한 화물열차가 뒤스부르크에 짐을 부려놓는다. 이 컨테이너들은 다시 트럭과 수운선(水運船)을 통해 이탈리아·스위스·프랑스 등 서유럽 각지로 퍼져나간다. 도처에서 중국 브랜드, 일테면 중국원양운수(Cosco)·중국해운집단(China Shipping)의 로고가 찍힌 컨테이너를 만날 수 있다.” 
[사진 인민망]

[사진 인민망]

 
뒤스부르크 복합운송 터미널의 국제개발 본부 책임자 아멜리에 에르스레벤은 “2014년 시진핑 중국 주석이 충칭에서 온 화물열차를 환영하는 행사를 가진 뒤 중국으로부터의 교통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FT에 전했다. 
 
매주 90편 가량 내항에 도착하는 열차 가운데 1/3이 중국발 화물열차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폭증하는 중국 비즈니스를 처리하기 위해 지난해 추가로 20만 스퀘어의 부지를 빌렸다. 이제 뒤스부르크 내항에 남는 용지는 더이상 없을 정도로 최대 한도까지 부지를 확보한 것이다.  
[사진 신화망]

[사진 신화망]

 
중국이 일대일로를 앞세워 서진하자 유럽연합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자국 시장은 온갖 이유로 빚장을 걸면서 서유럽을 향해 성큼성큼 밀고 들어오는 중국의 의도에 대해 견제의 날을 세워왔다. 그리스의 항구들에 이어 G7 일원인 이탈리아의 항구까지 발판으로 삼은 중국에 대해 유럽연합은 경제적 경쟁자이자 시스템 라이벌로 규정했다. 
 
일대일로가 헤집고 지나온 나라마다 부채의 늪에 빠지고 급기야 전략 자산에 대한 운영권까지 뺏기는 지경에 몰렸다며 중국 자본에 함부로 손 대지 말라고 경고해왔다.  
독일도 비교적 강경한 입장이다. 
헤이코 마스 독일 외무부 장관은 “중국과 좋은 조건으로 영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어느날 문득 자신들이 중국에 예속돼 있다는 것을 알고 경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쏠쏠해 보일지라도 나중에 아주 쓴 맛을 보게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유럽 주류가 이렇게 중국과 철도물류 접속을 경계하는 이유는 철도운송이 경제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경제 외적 목표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진 뒤스부르크시정부 홈페이지]

[사진 뒤스부르크시정부 홈페이지]

 
전문가들은 철도 운송이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철길을 따라 대형 도시들이 늘어서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구 수 백만 이상의 대형 도시들이 염주알처럼 길게 늘어서 있을 때 철길이 도시를 꿰뚫고 지나가면서 물류 수요를 흡수할 경우 어느 정도 경제성을 논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을 벗어나 사막을 거쳐 중앙아시아·동유럽을 지나 뒤스부르크까지 오는 길에 그런 대도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중국은 서유럽의 심장부에 확실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까. 뒤스부르크만 봐선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
뒤스부르크 내항 관계자의 전언을 들어보자. “우리에게 일대일로는 거대한 기회다. 지난해 내항에 들어온 중국발 화물열차는 6300편이었다. 앞으로 5년 안에 1만편까지 증편될 것이다. 해운을 이용할 경우 충칭~뒤스부르크 노선은 45일이 소요된다. 지금은 이렇게 안한다. 열차는 딱 13일 걸린다. 10일로 단축하는 게 목표다.” 화물열차를 통한 운송의 경쟁력은 왈가왈부할 게 없다는 얘기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물류 거점을 확보한 중국은 거침 없이 자국 기업들을 내보내고 있다. 지난 5년간 100여개 국유·민영기업들이 뒤스부르크에 둥지를 틀었다. 부동산개발사 싱하이국제(스타하이)는 2억6000만 유로를 투자해 차이나·유럽 트레이드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이라는 변수가 일으킨 경제적 변화는 중국과의 교역에만 끝나지 않는다. 
뒤스부르크라는 입지전적인 물류허브와 국제화물 열차의 결합이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등 촉매작용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스위스 유수의 운수·물류회사인 퀴네+나겔은 뒤스부르크에 유럽에서 가장 큰 물류기지를 세웠다. 
 
유럽연합의 결사적 방어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금이 다급한 이탈리아·그리스 등 개별 국가, 뒤스부르크 같이 일대일로의 수혜 도시들은 지금 중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이렇게 다자 접근법이 안통하면 개별 일대일 접근을 통해 돌파구를 뚫고 있다. 
 
견제의 벽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밀고 들어오는 중국 자금과 정책 드라이브가 거세다는 반증이다. 유럽의 외곽부터 중심부 주변, 그리고 중심의 한 구석이 헐리기 시작했다. 중국 요인 아니면 경제적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나머지 유럽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불러올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유럽의 현주소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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