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현장에서] 문형배는 말하고 이미선은 말하지 않은 것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문형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왼쪽)와 이미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현직 부장판사인 이미선 후보자 지명에 법조계에선 '파격'이란 말이 나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문형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왼쪽)와 이미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현직 부장판사인 이미선 후보자 지명에 법조계에선 '파격'이란 말이 나왔다. [연합뉴스]

"저도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입장을 숨기라 했어요, 하지만 문형배 후보자처럼 정면대결하는 것이 맞습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보좌했던 헌재 출신 변호사의 말이다. 이 변호사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후보자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와 배우자의 주식 투자 논란은 제쳐두더라도 이 후보자가 낙태, 동성애,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청문회를 넘어갔기 때문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10일 인사청문회에서 “40대 지방대 출신 여성 부장판사인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의 다양성을 충족하고 있지만 굉장히 기회적인 답변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 관계자는 "후보자가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 예단을 주고싶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헌재 출신 변호사는 "관행대로 안전하게 청문회를 통과하자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 꼬집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 후보자보다 하루 앞서 인사청문회에 나선 문형배 후보자는 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형제는 폐지, 낙태죄는 부분적 허용, 동성결혼은 현 단계에서 반대, 군대 내 동성애 처벌은 합헌이란 견해를 솔직히 드러냈다. 
 
지난해 9월 임명된 이석태 헌법재판관도 동성결혼은 찬성, 군대 내 동성애 처벌엔 반대 의사를 밝혔다. 2017년 11월 임명된 이진성 헌법재판소 소장(2018년 9월 퇴임)은 당시 헌재에서 심리 중이던 낙태죄에 위헌 요소가 있다고 했다. 국민과 정당은 그들이 어떤 재판관인지 알고 찬성과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의 남성 법조인이었다. 이 후보자보다 나이가 17살이나 많은 후보자도 있었다. 하지만 서면답변에서 민감한 이슈마다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회피한 이 후보자보다 더 진지하고 진보적인 태도로 청문회에 임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017년 1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강정현 기자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017년 1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강정현 기자

이 후보자와 달리 비교적 사회적 논란이나 의혹이 적었고 야당의 공격이 거세지 않아 후보자들이 입장을 밝힐 여유가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여야 의원이 현안 질의를 할 때에도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답을 하지 않았다. 청문회에서 "주식 투자는 남편이 다 했다(나는 모른다)"는 무책임한 답변 태도가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기도 했다.
 
한 현직 판사는 "이 후보자의 주식 투자 논란에 대해선 판단을 보류하고 있지만 여러 쟁점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이 시대상에 맞는 헌법재판관인지 알 근거가 '문재인 대통령 지명' 외에 없기 때문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도 "헌법재판관은 대통령까지 파면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며 "그 자리에 오를 이 후보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인사청문회에 나선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모습. 김경록 기자

지난 10일 인사청문회에 나선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모습. 김경록 기자

진보적 여성 대법관으로 불린 전수안 전 대법관은 이 후보자가 위기에 몰린 14일 "이 후보자가 유죄추정의 원칙을 받고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5년간 근무한 탁월한 판사"라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 후보자와 배우자가 "법관 부부로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하다가 남편이 개업하고 아내가 헌법재판관이 되는 것이 국민눈높이에 어긋난다고 누가 단언하는가"라고도 했다. 후보자의 배우자인 오충진 변호사도 자신의 세전 연봉(5억 3000만원)까지 공개하며 주식 투자 의혹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법리 해석만 잘하면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나""판사 부부가 가난하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는 반박이 바로 나왔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노동법 전문가라는 이 후보자는 가난한 것이 아니라 수십억의 자산을 가진 자본가의 삶을 살아온 것"이라 말했다.
 
청와대가 국회와 여론의 반발에도 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시민들은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주식투자로 부를 쌓은 노동법 전문가이자 40대 지방대 출신 국제인권법 소속 여성 부장판사라는 것만 알게된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헌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른채 시민과 소수자들은 그를 헌법재판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이 후보자는 말해야한다. 지금이라도 '이미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야한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