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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80여 중국 학자 비자 취소하고 FBI 조사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중국 학계로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5일 미 연방수사국(FBI)이 중국 학자들의 스파이 행위를 우려해 비자를 취소하는 등 입국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FBI는 지난해부터 중국 정보기관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학자의 입국을 막기 위한 방첩 활동을 강화했으며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약 30명의 중국 사회과학부문 교수, 학술기구 책임자, 정부정책연구 전문가의 비자를 취소했다.
그러나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6일 자체 조사 결과 비자가 취소되거나 검토 대상에 오르고 또 FBI로부터 조사를 받은 중국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학자 수가 불완전한 통계이긴 하나 모두 280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주펑 난징대 교수. [중앙포토]

주펑 난징대 교수. [중앙포토]

미국 비자를 취소당한 중국 학자 중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교수가 포함돼 있다. 주펑은 2017년 미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중국은 북한을 버리고 남한을 선택해야 한다”는 기고를 하는 등 중국 내 대표적 친한파 학자로 알려져 있다.
NYT와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주 교수가 미국 비자를 취소당한 건 지난해 3월의 일이다. 당시 주펑은 미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려 할 때 FBI의 조사를 받았다.
“중국 해방군과 외교부를 위해 일한 적이 있는가, 동료 중에 중국정보기관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 등의 질문에 이어 “협력하지 않으면 미국에 ‘비우호적’으로 분류될 것”이라는 등의 말을 들었다. 주펑은 “해방군을 위해 일한 적이 없고 외교부 관련은 특별히 말할 게 없으며 정보기관과 관련된 동료는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이후 주펑이 회의를 마치고 다시 LA 공항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려는 순간 2명의 FBI 요원이 다가와 여권을 내놓으라고 한 뒤 검은 펜으로 유효기간 10년의 미국 비자에 ‘X’자를 긋고는 “중국으로 돌아가라. 통보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가 취소된 것이다.
NYT는 주펑 말고도 우바이이(吳白乙)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소장이 지난 1월 미국 조지아주 카터 센터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러 갔다가 애틀랜타 공항에서 FBI의 조사를 받고 비자가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사회과학원 소속 학자들이 단속의 주요 대상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미국 전문가로 워싱턴의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6개월을 지냈던 루샹(盧翔)도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  
왕원(王文) 중국인민대학 중양(重陽)금융연구원 집행원장 역시 카터 센터에서 개최된 행사에 참석한 중국 학자로 그의 미국 비자 역시 취소됐다. NYT는 지난해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이 “중국의 전사회가 미국에 위협적으로, 미국도 전사회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중국 학자들에 대한 비자 제한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엔 ‘미국의 가치’에 중국 학자들을 노출하는 것이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재처럼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스파이 행위나 상업적 절도, 정치적 개입 등을 의심하면서 미국이 대문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첨단분야에 종사하는 중국 연구원이나 유학생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해 왔다. 중국 생명과학 분야의 저명 인사인 라오이(饒毅) 베이징대학 생명과학원 원장이 미국의 한 학술회의에 초청받았으나 비자 발급이 거부되기도 했다.
미국 당국은 지난해 6월엔 ‘구체적 상황을 보아가며’ 미 영사가 중국 공민의 비자 유효기간을 축소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이 조치로 로봇과 항공, 첨단기술 제조업 분야와 관련된 중국 유학생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 학자에 협조를 요구하는 미국의 행태는 ‘경찰국가’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또 미국의 ‘자신감 결여’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수전 셔크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비자가 취소된 중국 학자들은) 미국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로 미·중 관계의 강력한 옹호자들인데 우리가 미국의 가장 좋은 벗들을 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그러나 미국 일각에서는 그동안의 미·중 학술 교류가 중국만 혜택을 입는 일방통행이었으며 중국은 자신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에선 미국 학자들의 비자를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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