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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따끔거리는…세월호를 새기는 또 다른 방법

영화 ‘생일’에서 순남(전도연)이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윤찬영)가 다니던 학교를 찾은 모습. 텅 빈 교실 창문에 아이들을 기리는 쪽지가 가득하다. [사진 NEW]

영화 ‘생일’에서 순남(전도연)이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윤찬영)가 다니던 학교를 찾은 모습. 텅 빈 교실 창문에 아이들을 기리는 쪽지가 가득하다. [사진 NEW]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따끔거리는 내 사람들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니까
 
괜찮을 거야
 
‘온유 소리’란 제목의 시 일부다. 시의 말미엔 이렇게 적혀있다. ‘그리운 목소리로 온유가 말하고 시인 박연준이 받아 적다.’ 
양온유 양은 3월 26일 태어났다. 단원고 2학년 2반. 2014년 4월 16일, 5년 전 오늘 그는 세월호에 있었다. 사고 직후 갑판까지 나와 헬기에 구조될 수 있었지만, 친구들을 구하러 다시 선실로 내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친구들이 그의 아버지에게 울면서 했다는 얘기다.
 
이런 그의 단단했던 사랑을 담아, 시인은 이 시를 썼다. 생전 그의 목소리를 빌린 것처럼, 남겨진 이들의 그리움과 추억을 보태, 부모님과 동생들과 친구들에게 하고플 이야기를 담담히 적었다. 그렇게 쓴 시는 참사 이듬해 안산시 치유공간 ‘이웃’에서 열린 온유 양의 생일모임에서 읽혔다.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두 모여, 한목소리로 그를 추모하며.  
 
2015년 나온 『엄마. 나야.』(난다)는 이렇게 쓰인 시 서른네 편을 엮은 시집이다. 부제는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 도종환·나희덕·허수경 등 서른네 명의 시인이 각기 아이 한 명씩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치유공간 ‘이웃’이 시작하고 시인 김민정이 엮었다.
 
시집 『엄마. 나야.』 [사진 난다]

시집 『엄마. 나야.』 [사진 난다]

 
이달 초 개봉한 영화 ‘생일’에도 이 시들의 일부가 나온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엄마 순남(전도연)은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어 미루고 미루다 2년 만에야 연 생일모임에서 아들 수호(윤찬영)의 목소리가 실린 시를 듣는다.  
 
늦은 밤이나 새벽
아무런 기척도 없는데 현관 센서 등이 반짝
켜지곤 했지요?
어머니, 놀라지 마세요
제가 다니러 간 것이에요
애처롭고 간절한 응답이었어요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죠
이제 저는 보이지 않게 가고  
보이지 않게 차려 놓으신 밥을 먹고
보이지 않게 어머니를 안아요
다시 놓지 않으려 당신을 안아요
그때 센서 등이 반짝, 켜지는 거예요
 
(중략)
 
사랑해요  
나의 애인, 나의 사랑
박순남
슬픈
보고픈
그리운 그리운 그리운 나의 어머니
 
영화에서 수호의 이 생일시는 제목이 ‘엄마. 나야.’로 나온다.  실제 제목은 ‘우리들의 시간은 꽃이었어요’로, 6월 10일 태어난 단원고 2학년 6반 선우진 군의 목소리를 시인 이규리가 담아냈다. 우진 군을 한 번도 만난 적 없어도 그의 다정한 마음이 그려진다. 그를 잊지 못하는 이들에겐 오죽할까.  
 
영화 '생일'의 생일모임 장면 촬영 현장. 가운데 보이는 사람이 이종언 감독이다. [사진 NEW]

영화 '생일'의 생일모임 장면 촬영 현장. 가운데 보이는 사람이 이종언 감독이다. [사진 NEW]

“영화 작업하며 잡고 있었던 책이에요. 아이 한 명, 한 명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한 명, 한 명의 육성을 듣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생일’의 이종언 감독 얘기다. 참사 이듬해부터 안산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그는 치유공간 ‘이웃’에서 열린 생일모임에도 참여했다. 영화에서는 주연배우를 비롯해 50명이나 출연하는 생일모임 장면을 30분 가까이 카메라를 한 번도 끊지 않고 어렵게 촬영해냈다. 감독은 "실제 있었던 생일모임들을 그대로 떠서 담듯, 영화에 새기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그 마음은 떠난 아이들의 생일모임을 열고, 생일시를 적어낸 마음들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기억과 위로. 이외에 달리 설명할 말이 있을까.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게  
영원히 잊히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제 욕심이자 제 바람입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영원히 잊고 잊힐 존재가 아니던가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아이들의 추움을 껴안아주세요  
아이들이 그러잖아요  
엄마. 나야. 라고
 
시집을 엮은 김민정 시인은 책의 말미를 이렇게 맺었다. 이 시집과 함께, 이종언 감독은 『다시 봄이 올 거예요』(창비)와 『세월호, 그날의 기록』(진실의 힘)도 권했다.  
 
“『다시 봄이 올 거에요』는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들의 육성기록으로 그 마음을 다 담아낸 책이에요. 영화 만들며 여러 번에 걸쳐 많이 봤습니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엮어냈어요. 아주 상세히, 그날의 상황을 기록한 두꺼운 책이에요. 그 기록 자체로 의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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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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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