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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현장에 산더미로 쌓인 헌 옷 …도움 안되고 분류에 고생

강원 산불 자원봉사들이 기부품으로 온 헌 옷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강원 산불 자원봉사들이 기부품으로 온 헌 옷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지난 11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경동대학교 체육관. 고성 산불 구호 활동을 위해 이곳을 찾은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은 깜짝 놀랐다. 구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헌 옷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 40여 명은 마스크를 낀 채 생필품과 헌 옷 등이 섞인 기부 물품 더미를 일일이 분류하고 있었다. 
4일 산불 재난 직후 SNS와 맘카페 등에 퍼졌던 구호품 관련 게시물. 고성군청은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에 헌 옷을 받겠다고 밝힌 적 없다"고 말했다.

4일 산불 재난 직후 SNS와 맘카페 등에 퍼졌던 구호품 관련 게시물. 고성군청은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에 헌 옷을 받겠다고 밝힌 적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화마가 휩쓸고 간 속초와 고성엔 많은 기부 물품이 들어왔다. 그중 헌 옷이 단연 많았다. 구호 현장에 필요 없는 헌 옷이 쌓인 것은 무엇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고 있는 '가짜뉴스' 때문이다. '안 입는 옷! 그래도 깔끔한 옷들을 고성군에 보내주면 좋다고 합니다"는 내용이다.  
 
고성군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15일 "현장에 필요한 물품을 확인하지 않은 채 이런 글이 퍼지며 헌 옷이 쌓였다. 헌옷 문의 전화로 업무를 못 볼 정도"라고 말했다. 앞서 12일 강원도 고성군청은 공식 블로그 통해 "산불 피해 구호와 관련되어 SNS와 맘카페 등에 잘못된 내용이 전달되고 있다"며 "정작 필요한 구호 물품을 접수하는 전화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자원봉사 요청도 일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불 발생 이틀 후인 6일 토성면 행정센터는 구호 물품 접수, 이재민 피해 신고, 자원봉사자 접수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때 자원봉사자 접수창구에서 큰 소리가 나왔다. 서울에서 자원봉사하러 온 중년 남성이 “방금 최대 피해 지역인 용촌1리를 들러 보고 왔다. 이재민이 도와 줄 인력이 필요하다더라. 당장 현장에 투입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성 고성군자원봉사센터장은 이 남성에게 “지금 현장은 피해 조사 중이라 들어갈 수 없다. 당분간은 피해 지역 진입이 불가하다”고 했다. 이 남성은 "돕겠다는 마음으로 먼 걸음을 했는데 봉사를 하지 못하게 막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지난 11일 강원도 경동대학교 체육관 건물 한 편이 쓸 수 없는 구호물품으로 인한 폐기물로 가득 차 있다. [사진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지난 11일 강원도 경동대학교 체육관 건물 한 편이 쓸 수 없는 구호물품으로 인한 폐기물로 가득 차 있다. [사진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권미영 센터장은 15일 "구호 물품과 함께 손글씨로 이재민 상황이 나아지길 기도하는 편지를 보내주신다. 쉽지 않은 정성에 깊이 감사드린다. 그래서 기부나 자원 봉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운을 뗐다. 그는 "현장 및 정부의 자원봉사센터 체계를 따라야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원 산불 피해 지역에 구호품과 함께 온 편지. [사진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강원 산불 피해 지역에 구호품과 함께 온 편지. [사진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재난 재해 시 자원봉사는 살고 있는 지역의 자원봉사센터로 먼저 문의하는 게 좋다. 15일 현재 강원도 산불 현장은 자원봉사 수요 조사 중이다. 2~3주 후부터 1365 자원봉사 포털(www.1365.go.kr)을 통해 봉사자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구호 물품 기부는 전국재해구호협회·대한적십자사 등에 문의 후 기부하는 게 좋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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