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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영의 일본 속으로] 지방선거까지 덮친 저출산·고령화, 27%가 무투표 당선

 
가가미하라 신이치로 의원이 선거사무소로 쓰려고 했던 창고. 현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무투표로 당선되는 바람에 창고엔 잡동사니만 굴러다니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가가미하라 신이치로 의원이 선거사무소로 쓰려고 했던 창고. 현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무투표로 당선되는 바람에 창고엔 잡동사니만 굴러다니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출마 후보 없고 운동원도 없어
60세 이상 다수, 의회도 고령화
무투표 당선자도 허탈감 토로
주민들 정치 무관심도 한 몫

일본 통일지방선거 투표일을 사흘 앞둔 지난 4일, 막바지 선거운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할 가가미하라 신이치로(鏡原慎一郎·34) 후보의 사무실은 텅 비어있었다. 창고를 개조한 선거사무실엔 잡동사니와 선거현황판으로 쓰려했던 화이트보드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는 “원래 컴퓨터도 여러 대 놓고 자원봉사자 20명이 선거운동을 도와줄 예정이었다. 마룻바닥도 30만엔(약 300만원)을 들여 새로 깔았는데, 쓸모없게 됐다”고 말했다.
 
가가미하라는 열흘 전 가가와(香川)현 현의원으로 출마했지만, 선거는 치러지지 않았다. 히가시가가와(東かがわ)시에 배정된 현의원이 2명이었는데 후보자도 2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입후보자 등록 마감과 동시에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그는 옆 지역구 후보의 지원유세를 다녔다. 그는 “싸우지 않고 당선 됐으니 기쁘기는 했지만, 힘이 쭉 빠진 건 사실이다”라고 허탈해 했다.
 
가가와현 의회에 출마했으나, 후보자 부족으로 무투표 당선된 가가미하라 신이치로 의원. 윤설영 특파원.

가가와현 의회에 출마했으나, 후보자 부족으로 무투표 당선된 가가미하라 신이치로 의원. 윤설영 특파원.

 
이번 통일지방선거에서 가가미하라처럼 투표 없이 당선된 의원은 가가와현 의회에만 절반 가까이 된다. 정원 41명 가운데 19명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않고서도 당선이 됐다. 13개 선거구 가운데 9개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픽= 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

그래픽= 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

 
NHK 집계에 따르면 전국 41곳에서 치러진 의회선거 총 945개 선거구 가운데, 39%에 해당하는 371개 선거구에서 후보자 수가 정원에 미치지 못했다. 의원 2277명 가운데 612명, 즉 26.9%가 투표없이 당선됐다. 통계로 기록하기 시작한 1951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 현상이 지방 정치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율 43%의 시마네(島根)현 오쿠이즈모쵸(奥出雲町)는 벌써 9번째 무투표 당선이 계속되고 있다. 이토하라 도쿠야스(糸原徳康·71) 의원은 6선 의원이지만, 단 한번도 투표로 뽑힌 적이 없다. NHK는 “주민들은 헤이세이(平成) 31년동안 제대로 된 선거를 해본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지방 정치인을 하려는 사람이 왜 없을까. 요시다 도오루(吉田徹) 홋카이도대학 대학원 법학연구과 교수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지방의원 역할을 수행해온 농가나 상공업 단체, 노동조합 등도 고령화가 진행됐다. 과거처럼 차세대를 재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 수많은 '무투표 당선'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통일지방선거의 전국 투표율은 역대 최저치로 44.02%를 기록했다. ‘무투표 당선’이 발생한 지역에선 “선거가 없는지 조차 몰랐다”는 주민들의 반응이 많다. 가가미하라 의원은 “지방의원은 생각보다 권한이 적다. 보수도 적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여기엔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의원직에 도전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10여년 전 의원연금 제도가 폐지되고 나선 더욱이 정치계로 들어오기 위한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가가와현의회 의장을 지낸 고쇼노오 교이치(五所野尾恭一) 의원은 “젊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정치가를 선택하기 어렵다보니, 연금이 나오는 60세 이상 출마자가 많다. 의원도 고령화가 진행중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방일수록 학연, 혈연, 지연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기성 정치인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벽도 무시할 수 없다. 현직 의원이 건재하는 한, 젊은 신인 정치인이 파고들 틈이 없다고 한다. 아예 대립을 피해 사전에 후보자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서 “의원들의 고정화, 세습화, 돌려막기적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신지방자치포럼)는 지적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후보만 출마해서 무투표로 당선되는 선거구가 많아, ‘자민당 1강’이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4일 치러진 가가와현 현의회 선거에서 13개 지역구 가운데 9곳에서 무투표 당선이 발생했다. 윤설영 특파원.

4일 치러진 가가와현 현의회 선거에서 13개 지역구 가운데 9곳에서 무투표 당선이 발생했다. 윤설영 특파원.

 
인구가 적지 않은 수도권 지역에서도 ‘무투표 당선’이 생겨나는 건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번 선거에서 도쿄 인근 요코하마(横浜)시, 사이타마(埼玉)시, 치바(千葉)시 등 현청(県庁) 소재지에서도 무투표 당선이 발생했다. 교육환경이 좋아서 젊은 세대 유입이 넘치는 치바현 나가레야마(流山)시, 나리타 국제공항이 있어서 국제도시로 불리는 나리타(成田)시에서도 후보자가 부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투표 당선되는 꼴은 못보겠다”며 뛰어드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가나가와(神奈川)현의 한 선거구에서는 후보자 마감 직전에 한 여성이 “무투표에 저항하겠다. 주민의 신임을 묻는 기회는 있어야 한다”며 출사표를 던지는 일도 있었다.
 
‘무투표 당선’의 부작용은 “주민들이 투표할 기회를 잃는다”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일부 의회에서는 특정 정당 의원들이 조례 통과를 주도하거나, 정책 논의보다 당의 색깔에 따라 우르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쇼노오 의원은 "민주주의란 여러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나와서 주민들이 선택해야 하는 것인데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있다"면서 "무투표 당선이 계속되는 상황은 지방정치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투표기회 사라져 의정활동 평가 기회 잃어... 지방정치의 위기"
고쇼노오 교이치 가가와현 의원은 현의회 의장을 지낸 6선 의원이다. 그 역시 이번 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됐다. 그는 “선거에 나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젊은 사람이 없다”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선택의 기회를 잃은 것도 문제지만, 정치가 역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가가와현 의회 의장을 지낸 고쇼노오 교이치 의원이 지난 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 역시 이번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됐다. 윤설영 특파원

가가와현 의회 의장을 지낸 고쇼노오 교이치 의원이 지난 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 역시 이번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됐다. 윤설영 특파원

 
-지방의원이 되려는 사람이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지역사회에 정치 쟁점이 없다. 교육이나 복지, 저출산 대책은 대체로 방향이 같다. 특별히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안든다. 예전엔 지방에 도로, 다리 건설 등 공공사업이 많아서, 정치가가 풍족했고 힘도 있었다. 의원이 되려고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정치에 의욕을 가진 젊은이가 없다는 건 매우 한탄스러운 일이다. 지방정치의 위기다.  
  
-‘무투표 당선’이 문제인 이유는 무엇인가.
=주민의 의사표시가 불가능하다는 것, 의원들도 선거로 의정활동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무투표가 결정되면, 아무래도 주민의 목소리를 세세하게 듣지 않게 된다. 문제는 지방일수록 인구 감소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할 사람이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정치 인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의원연금을 부활시켜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 출마했다가 떨어질 경우, 원래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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