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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 싹둑, 소아암 환자 위해 기부한 여중생들

소아암 환자들에게 모발을 기증하기 위해 긴 생머리를 자른 삼우중학교 학생들. [사진 학부모]

소아암 환자들에게 모발을 기증하기 위해 긴 생머리를 자른 삼우중학교 학생들. [사진 학부모]

전북 완주군 이서면에 있는 삼우중학교 2학년 김예윤(14)양은 지난해 7월 ‘단발머리 소녀’가 됐다. 그리고 올봄엔 그보다 더 짧은 ‘상고머리’로 잘랐다. 한창 멋 부릴 나이에 그가 긴 생머리를 싹둑 자른 이유는 뭘까.
 
예윤양은 지난해 초 경기도 수원에서 아버지 직장(농촌진흥청)이 있는 완주로 이사 왔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머리 모양을 바꾸고 싶던 차에 딸의 고민을 들은 어머니 윤현주(44)씨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백혈병 등 소아암에 걸린 환자들에게 머리카락을 기증하면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예윤양은 한동안 고민에 빠졌지만 이내 결심을 굳혔다.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져 외출을 꺼리던 또래 친구들이 기부자들이 보낸 모발로 만든 가발을 쓴 뒤 자신감을 얻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다.
 
옆집에 사는 같은 학교 단짝 윤나경(14)양도 예윤양과 함께 미용실에 갔다가 기꺼이 생머리를 잘랐다. 미용실 양세연 원장은 “마음이 예쁘다”며 공짜로 머리를 잘라줬다. 두 학생이 단발머리가 된 사연은 학교 안에서 입소문이 나 알음알음 퍼져 나갔다. “나도 동참하겠다”며 머리를 기르는 친구들도 생겨났다. 소녀들의 작은 선행이 ‘나눔 바이러스’를 퍼뜨린 셈이다.
 
올해는 지난 8일 삼우중 2학년 여학생 40여 명 중 예윤양을 비롯해 변희원·윤다은·이채원·정세인양 등 5명이 모발을 기증했다.
 
소아암 환자들에게 기증하는 모발 조건은 까다롭다. 염색이나 파마를 하지 않은 25㎝ 이상 모발이어야 한다.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부자로 등록한 후 모발을 우편으로 지정된 특정 가발업체에 보내면 그곳에서 가발을 만들어 소아암 환자들에게 기증한다. 모발 기증 캠페인은 오는 20일로 끝나지만, 협회와 가발업체의 가발 제작비 지원은 계속된다.
 
사춘기 소녀로서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서로 “예쁘다” “잘 어울린다” “네가 남자였으면 대시했을 거야” 등 칭찬해 주기 바쁘다. 학생들은 “머리는 짧아졌지만, 내 머리카락을 (소아암 환자들에게) 선물할 수 있어서 좋다”고 입을 모았다.
 
딸들의 선행에 올해는 예윤양 어머니 등 학부모 2명도 모발 기증에 동참했다. 삼우중 졸업생 1명도 머리카락을 내줬다. 
 
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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