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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경복궁 그림…광화문을 감싼 새벽 봄볕

백악춘효.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백악춘효.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시대 말기의 대표 화가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1861~1919)이 그린 실경산수화 중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걸작’으로 꼽는 작품이 하나 있다. 100여 년 전인 1915년에 그린 ‘백악춘효(白岳春曉·사진)’. 웅장한 경복궁을 멀리서 조망해 그린 것으로 화폭 위쪽으로는 북악산 자락이 보이고 가운데에는 광화문과 경복궁 전각이, 아래에는 궁을 수호하는 해태 상이 보인다. 지금은 북악산이라 불리는 청와대 뒷산의 원래 이름은 백악산. ‘백악춘효’를 풀이하면 백악산의 봄날 새벽이다. 웅장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일까. 옛 조선 왕조의 영광에 대한 아련함이 배어있는 듯하다.
 
안중식의 또 다른 걸작 중엔 ‘영광풍경(靈光風景·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이 있다. 역시 1915년에 그린 것으로 전남 영광의 실제 풍경을 현장감 있게 그려낸 실경산수의 대표작이다.
 
‘백악춘효’와 ‘영광풍경’ 등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의 한국 근대 서화 걸작 100점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이 16일부터 여는 특별전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다’에서다. 이번 전시는 심전 안중식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국내 주요 기관이 각기 소장한 안중식의 걸작을 한자리에서 본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뿐만 아니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옮겨 온 다음 처음으로 개최하는 ‘근대 서화’ 전시로, 그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서화 작품을 대거 만날 기회다.
 
모두 6부로 구성된 전시에서 1부에선 안중식을 비롯해 1860년대 전후에 태어난 세대를 조명한다. 안중식과 조석진, 오세창, 지운영, 황철, 강진희를 비롯한 서화가들뿐만 아니라, 김옥균, 박영효, 민영익 등 개화 지식인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안중식의 작품은 총 20여 점이 나왔다. 이중 1890년대에 그린 ‘화조도(花鳥圖)’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지만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최열 미술사가이자 평론가는 “안중식의 작품들은 조선시대 화원이 절정에 도달한 역량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안중식은 한국 수묵 채색화를 탄생시킨 거장인데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국공립 미술관에서 이런 규모로 작품을 소개하고 조명한 적이 없다. 이번 전시야말로 거장 안중식을 제대로 돌아볼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안중식의 ‘탑원도소회지도(塔園屠蘇會之圖)’와 ‘도원행주(桃源行舟)’도 눈여겨봐야 할 작품이다.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작가의 화풍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밖에도 독립운동가 이회영(李會榮·1867~1932)이 1920년에 그린 ‘석란도(石蘭圖, 개인 소장)’를 포함해 안중식 등 서화가 10인의 합작 병풍인 ‘서화미술회합작도(書畫美術會合作圖,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과 서화협회 14인이  참여한 ‘서화첩(書畫帖)’도 선보인다.
 
김상익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김옥균의 글씨 등 그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사노시향토박물관 소장품 8점도 함께 선보인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앞으로 이 시기 미술사 연구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일까지. 관람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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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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