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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조 적자 쿠팡 “그래도 GO”

쿠팡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갔다. 지난해 매출 4조원을 넘어서며 이커머스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적자 규모 역시 1조원 이상을 넘겨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쿠팡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4227억원, 영업손실 1조970억원을 냈다고 15일 공시했다.
 
적자 규모는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상회한다. 공시 전 시장의 평가는 7000억~8000억원 선이었다. 쿠팡은 2015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를 투자받은 이래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하게 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쿠팡은 ‘로켓 배송’ 영토 확장에 총알을 쏟아부었다.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상품 직매입 비중을 늘렸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배송 품목은 500종으로 2014년보다 80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덩치를 키운 만큼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상품매입액은 3조6726억원으로 2017년(2조1768억원)에 비해 대폭 늘었으며, 또 물류센터 등에 2만4000명을 직간접 고용했다. 일반인이 자차를 이용해 배송할 수 있는 ‘쿠팡 플렉스’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인건비는 전년보다 3000억원 이상 증가한 9866억원에 달했다.
 
쿠팡은 막대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소비자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이 들 때까지 기술과 인프라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쿠팡의 ‘계획된 적자’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0년 출범 이후 쿠팡이 줄곧 외쳐온 기치다. 볼륨을 키워 결국 세계 4위에 달하는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을 잡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1조 적자’가 업계에 던지는 파문은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로켓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에 그 정도 돈을 쏟아부을 거라면 차라리 물류 회사를 인수하는 게 차라리 더 낫지 않았을까”라며 “사업의 지속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쿠팡의 뒤에는 손정의 회장이 있다.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를 통해 20억 달러를 투자한 손 회장은 계속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김범석 대표를 치켜세웠다. 손 회장은 “김범석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SVF가 쿠팡의 화수분은 아니다. 특히 연간 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며 부담은 가중됐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수년간 매출 대비 적자 규모가 4분의 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4000원짜리 물건 하나를 팔 때마다 1000원씩 밑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볼륨을 키우면서도 매출 대비 적자 비중을 줄여나갔다면 시장 지배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이런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매출이 10조로 늘어난다 해도 적자 규모 역시 큰 폭으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올해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다면 쿠팡은 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쿠팡 관계자는 “현재 쿠팡은 충분한 투자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은 다른 이커머스 업체와 달리 볼륨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2~3년 이내에 M&A나 주식시장 상장 등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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