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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이해관계자 주식투자금지법·법관윤리강령이 이미선 사태 낳았다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뉴스1]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뉴스1]

청와대가 과다 주식 보유와 내부 정보 유용 논란이 제기된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기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청문보고서 1차 채택 시한인 15일까지 기다린 뒤 이르면 16일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전 이 후보자 부부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했다. 부패방지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죄 혐의다.  
 
이 후보자 부부가 주식투자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느냐 여부를 놓고 강대강 대치 국면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 과정에서 공직자 윤리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 제도가 좀 더 촘촘했다면 논란을 애초에 잠재울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투자 제한” 발의됐지만 국회는 ‘뒷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에서 자신이 재판을 맡았던 회사의 관련 주식을 대량 사고팔아 논란이 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이 후보자의 남편 오충진 변호사에 대한 고발장과 수사의뢰서를 접수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송언석, 이만희, 최교일, 이양수 의원.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에서 자신이 재판을 맡았던 회사의 관련 주식을 대량 사고팔아 논란이 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이 후보자의 남편 오충진 변호사에 대한 고발장과 수사의뢰서를 접수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송언석, 이만희, 최교일, 이양수 의원. [연합뉴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 12월 공·사익의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주식 취득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현재까지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이 후보자처럼 재산 공개나 주식 백지신탁 대상자가 아니어도 정부·국회·대법원·지방자치단체 등 각 기관(장)이 판단해 업무상 이해관계가 있는 공무원의 주식투자를 금지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지금은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 판사, 검사장급 이상 검사 등과 재정 업무를 다루는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4급 이상을 대상으로 주식백지신탁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직무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 등 부정한 재산 증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주식취득 제한 조항을 추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이테크의 현장설비 사고와 관련한 민사 재판을 맡았다. 당시 이 후보자 부부는 이 회사 주식 17억원어치를 보유 중이었다. 재판 후에도 이 후보자 부부는 이 회사 주식을 추가 매입했다.  
 
이 같은 주식투자를 제한하는 법안이 진작 제안됐지만 국회에서 17개월째 낮잠을 자고 있었던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그동안 시간이 부족해 개정안을 논의하지 못했다. 이달 중으로 통과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 올라온 36개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가운데 법안이 통과된 것은 국회 규칙을 일부 개정하는 안이 유일하다.
 
규정 애매한 법관윤리강령…‘주식거래 징계 0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 3당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홍영표(더불어민주당·가운데)·나경원(자유한국당·오른쪽)·김관경(바른미래당·왼쪽)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끝내고 비공개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 3당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홍영표(더불어민주당·가운데)·나경원(자유한국당·오른쪽)·김관경(바른미래당·왼쪽)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끝내고 비공개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공직자윤리법이 아니더라도 현직 판사의 주식 투자를 금지하는 장치가 있다. 바로 법관윤리강령이나 법관 및 법원공무원 행동강령이다. 공무상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할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강령에 따라 내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공공기관의 내부 규율보다 주식투자 제한 조항이 구체적이지 않고 강제 규정도 아니어서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2006년 법관윤리강령이 마련됐지만 지금까지 주식 거래로 내부 징계를 받은 법관은 없다”고 말했다.
 
특허청의 경우 내부 행동강령으로 심사‧출원 업무 등을 맡는 공무원은 투자와 관련된 직무 관련직으로 규정했지만, 법원 내 윤리강령엔 이런 조항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대전지역의 한 변리사는 “특허법원에 속한 판사는 기술을 거래하는 기업의 내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권한은 있지만 주식 거래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남편 오충진 변호사는 특허법원 판사로 근무하던 2006~2009년 한해 평균 20.7개 기업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신고했다. 이 중에는 코스닥에 상장된 기술 기업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현행법에서는 재산 공개 대상자 등에 대해 주식백지신탁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보유 주식이 3000만원을 초과한 경우 한 달 안에 매각 또는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하거나 직무 관련성 심사 청구를 해야 한다.  
 
검찰에서도 현직 검사장급 검사가 과도하게 주식을 보유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16년 7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전 검사장은 2009~2011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맡았다. 당시에도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다량 갖고 있었지만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심사는 없었다. 
 
“알바생 뽑나”…국민과 다른 ‘국민 눈높이’
리얼미터가 15일 발표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적격 여부 여론조사. [중앙포토]

리얼미터가 15일 발표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적격 여부 여론조사. [중앙포토]

전수안 전 대법관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프레임이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알고 싶다. ‘부실한 청문회’와 언론이 포기한 기능이 빚어낸 프레임을 ‘부실한 후보’ 탓으로 호도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이 후보자를 옹호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미선 후보자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중대 흠결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 후보자를 지원했다.
 
하지만 국민정서는 정반대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했더니 ‘부적격’ 응답이 54.6%로 나타났다. ‘적격’은 28.8%, ‘모름’이나 ‘무응답’은 16.6%였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지금 국민 여론은 단순히 부자여서 부적격이라는 게 아니라 부의 축적 과정이 부정적이라는 뜻”이라며 “국민은 판사나 변호사가 지위를 이용해 내부 정보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거나 후보 지명을 취소해야 한다는 게 국민 목소리”라고 말했다.
 
이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참모가 국민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부터 주요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결해야 하는 헌법 재판관을 임명하는 자리에 편의점 알바생 뽑는 수준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재·김민상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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