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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시설 설치” vs “분향소 철거 이행”…갈림길 선 팽목항

‘세월호 5주기’ 아픔 여전한 팽목항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내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와 녹이 슨 세월호 모양 조형물.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내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와 녹이 슨 세월호 모양 조형물.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내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조립식 건물인 분향소 뒤편으로 굴삭기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오가고 있었다. 2020년 완공 예정인 진도항 2단계 개발 사업에 투입된 장비다. 팽목항 일대를 국제항으로 만드는 진도항 사업은 세월호 참사 때 중단됐다가 2016년 재개됐다.
 
세월호 5주기를 나흘 앞둔 팽목항에는 검게 녹이 슨 세월호 모양 조형물과 컨테이너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당초 진도항 공사에 따라 지난해 9월 철거할 예정이던 건물들은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팽목항에 남아 있다. 현재 이곳에는 단원고 고 우재군의 아버지인 고영환(51)씨가 홀로 머물고 있다. 고씨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팽목항을 떠날 수 없다”며 “표지석이나 비석·소공원·기억관 같은 추모 공간을 만든 뒤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당초 유가족들은 지난해 9월 초 팽목항 분향소를 찾아 영정을 정리했다. 원래 세월호 선체 인양 때까지만 분향소를 운영키로 한 합의에 따라서다. 당시 진도군은 분향소와 숙소·식당으로 쓰던 컨테이너를 철거하려다 중단했다. 일부 유가족이 팽목항에 추모시설을 추가로 설치해달라는 요청을 해와서다.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내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뒤편으로 진도항 공사에 투입된 굴삭기가 오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내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뒤편으로 진도항 공사에 투입된 굴삭기가 오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해 9월 철거 합의…일부 유족 반대
진도군은 분향소가 진도항 공사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난색을 보인다. 팽목항 인근에 들어설 국민해양안전관에 추모시설들이 조성된다는 점 등에서 추가 설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팽목항에서 4㎞가량 떨어진 곳에 ‘세월호 기억의 숲’이 만들어진 것도 철거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다.
 
국민해양안전관은 팽목항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 10만㎡ 규모로 조성되는 안전체험 시설이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재발을 막자는 취지로 오는 6월 착공된다. 선박탈출 체험장을 갖춘 선박재난관과 생존수영법을 가르치는 해양생존관 외에 추모공원인 해양안전정원과 추모 조형물 등이 들어선다.
 
일각에선 진도군 측이 세월호 추모공간이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도 주민들이 지난 5년간 희생자 가족들과 슬픔을 함께하면서 깊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참사 직후부터 생업을 중단하고 승객 구조나 봉사활동을 벌이고도 극심한 마음고생을 해왔다.
 
오는 6월 착공 예정인 국민해양안전관 건립부지와 붉은색 팽목항 등대. 프리랜서 장정필

오는 6월 착공 예정인 국민해양안전관 건립부지와 붉은색 팽목항 등대. 프리랜서 장정필

주민들, 사고현장 ‘트라우마’ 여전 
참사 후 주민들이 겪은 가장 큰 고통은 사고가 발생한 현장이라는 ‘트라우마’다.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뒤 주민들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숨죽여왔다. 사고 원인과는 별개로 자신들이 사는 곳에서 300명이 넘게 숨졌다는 충격에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2016년 전남대병원 조사 결과 진도 주민 10명 중 2명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호소한 바 있다. 
 
참사 이후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것도 진도의 지역경제를 어렵게 했다. 사고 전 전남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 곳곳의 숙박업소와 식당들이 세월호 사고의 직격탄을 맞았다. 
 
진도군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후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상공인들이 대출받은 특별자금은 122억원에 달한다. 이중 지난달 말까지 30억원(24.5%)만 상환됐을 뿐 나머지는 돈을 갚지 못해 대출연장을 했다.

 
세월호 5주기를 나흘 앞둔 지난 12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5주기를 나흘 앞둔 지난 12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어민들 고통에도 보상 문제는 ‘제자리’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해 어민들이 입은 피해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진도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선체 인양과정에서 잔존유 50㎘가 유출돼 동·서거차도 일대의 양식장 등 554㏊가 피해를 봤다. 진도 어민들은 “당시 135어가에서 34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신고했지만, 실제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성연(61·여·진도읍)씨는“사고 직후 꽃게나 미역 등 진도산 수산물을 외면했던 사회 분위기 등도 주민들에겐 큰 상처”라며 “이제는 세월호의 충격에서 벗어나 먹고 사는 문제부터 챙기자는 게 대다수 주민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진도=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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