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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폴더블폰의 두뇌, 중국 설계 대만 생산 ‘양안합작’

한국 위협하는 ‘제조 중국’ ⑤ 반도체·디스플레이
중앙일보가 지난 2월 찾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19 현장. MWC 개막 하루전인 2월 24일 리처드 위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가 "3년에 걸친 연구 끝에 세계 최고의 폴더블폰을 만들었다"며 폴더블 폰 '메이트X'를 야심차게 공개했다. 
 
5G(세대) 이동통신이 가능한 폴더블폰 메이트X에는 미국 퀄컴과 인텔의 제품이 아닌, 중국이 스스로 만든 '두뇌'가 들어가 있다.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린980'과 5G 모뎀칩 '발롱5000'이다. 둘다 세계 최초로 7나노미터(㎚ㆍ10억분의 1미터)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칩이다. 삼성의 최신AP 엑시노스 9820이 8나노 공정인 점을 감안하면 보다 더 상위 기술로 발열량, 배터리 소모량을 더 낮출 수 있다. 
 
화웨이가 세계 최초로 7나노 공정을 적용해 만든 칩셋 기린980.

화웨이가 세계 최초로 7나노 공정을 적용해 만든 칩셋 기린980.

화웨이, 세계 최초 7나노 공정 칩 내놔…삼성은 8나노 
하이실리콘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76억 달러(약 8조6800억원). 한국 최대 반도체 설계 업체인 LG계열사 실리콘웍스의 매출(약 7억 달러) 대비 약 11배 더 크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달리 제조 공장(팹)이 없다. 본사만 경제특구인 중국의 선전(深川)에 있을 뿐이다. 공장(Fab)이 없는 팹리스(Fabless), 즉 AP나 통신모뎀 같은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칩의 설계만 맡는 업체다. 
 
중국반도체협회(CSIA)에 따르면 하이실리콘 같이 반도체 칩 설계가 가능한 업체가 1698곳으로 집계됐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추산한 국내 비메모리 업체 수(약 150곳)와 비교하면 약 11배 규모에 달한다. 세계 팹리스 상위 10개 기업 중 중국 기업은 하이실리콘(7위), 유니그룹(10위) 등 두 곳이 포함됐지만 한국은 없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AP·5G모뎀칩 등 비메모리 분야, 이미 한국 앞선다는 평가  
이병인 한중시스템IC협력연구원장은 "개인적으로 파악한 수치에 따르면 중국 내 반도체 설계 업체가 1800곳에 이른다"며 "메모리 굴기는 트럼프 덕분에 막혔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선 중국이 한국에 앞서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13%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한국 기업의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2.8%(69억달러·시장조사업체 IHS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체 반도체 시장을 놓고 봐도 메모리 반도체(1658억 달러·35%) 대비 비메모리 분야의 시장 규모가 3109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크다. 중국 역시 '제조 2025'를 밝히며 '산업의 쌀'이라 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를 육성하려 했지만, 미국의 견제가 심해지자 공장이 필요없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전력 투구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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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의 독특한 반도체 분업 체제 역시 중국의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하이실리콘이 화웨이 제품에 들어가는 칩 설계(팹리스)를 마치면 대만에 있는 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 업체 TSMC가 양산 공정을 맡는다. AP 기린 980에 세계 최초로 7나노 공정이 적용된 것도 TSMC의 양산 능력 덕분이다. TSMC는 올 하반기 극자외선(EUV) 공정이 적용된 화웨이의 AP ‘기린 985’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 역시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내놓을 최신형 AP와 부딪힐 수 밖에 없다.
 
경제특구 선전에선 매년 850억원에 달하는 시스템 반도체 지원 기금을 조성한다. 선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대만을 통해 이를 양산화하는 방식이다. 또 양산품이 나오기 전까지 설계 툴, 설계 자산(IP) 테스트 장비 투자비 50%를 지원한다. 같은 공단 내에서 완제품 업체가 팹리스 업체 칩을 처음 구매할 때에는 구매 비용의 50%를 보조해준다.  
 
中 비메모리 기업만 1800곳, 한국의 12배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반도체 국산화'라는 국가적 목표 아래 반도체 분야에선 이미 대만과 철저하게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메모리 분야에서 각종 지원책으로 자국 기업을 북돋고 있다면, 메모리 반도체에선 제재 카드도 꺼내 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까지 D램 분야 상위 3개 업체를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들어갔다. D램 가격 담합 여부가 표면적 원인이라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자국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 언론에선 이들 3개 업체가 물어야 할 과징금이 최대 8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2015년에도 중국은 미국 퀄컴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60억 위안(약 1조원)을 부과한 바 있다. 3년 뒤인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는 중국의 메모리 업체 푸젠진화를 대상으로 자국 기업의 부품과 장비 수출, 기술 이전을 금지했다. 이 조치로 푸젠진화의 D램 양산 계획에는 현재 차질이 빚어진 상태다. 
 
메모리 굴기는 트럼프 강공에 틀어막혀
김건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팹리스 경쟁력은 미국·일본·유럽은 고사하고 중국에 비해서도 뒤처지는 모습을 보인다"며 "1980년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기업들이 기술과 경험이 부족했던 한국 기업에 역전당했던 것과 같이 한국 반도체 역시 중국에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4년 전 리커창(李極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제조 2025’를 발표하며 10대 핵심 산업 분야 프로젝트 가운데 첫째로 반도체를 비롯한 ‘차세대 정보기술 분야’를 꼽았다. 현재 14% 수준인 반도체 자급률은 2020년엔 40%, 2025년에는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주요 목표다. 제조 2025에는 "전자제품 산업 발전에 필요한 핵심 칩을 만들어 국산 칩 사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 정부는 각종 반도체 칩을 국산화하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지니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힘만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기 어렵다면 미국과 공조를 해서라도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별취재팀 cchoon@joongang.co.kr  
 
☞비메모리 반도체=정식 용어는 시스템 반도체로, 전자 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통신·이미지센서 반도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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