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중앙시평] 비핵평화 -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한반도 비핵평화 개념과 방식에 대한 하노이와 워싱턴의 연속 무타결은 충격적이다. 나아가 안타깝고 부끄럽다. 주권국가와 국민이 자기정체성을 외부로부터 규정당하는 것은 고래로 국가주권에 대한 모멸이었기 때문이다.
 
‘형제이자 안보대상’인 나라의 일개 부상(副相)이 대한민국을 중재자가 아니라고 훈계하더니, ‘동맹이자 외국’의 의원들도 우리를 중재자가 아니라고 충고하고 있다. 특히 비핵화 협상상대의 국가수반은 오만무례한 용어로 우리의 중재자·촉진자 자임을 질타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연설에서 우리에겐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면서도 대한민국에 수차 약속했던 비핵화 이행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다.
 
북핵문제에 관한 중재자라는 말이 등장한 이후 필자가 지나치게 자주 비핵평화 문제에 관한한 한국은 중재자일 수 없다고 주장해온 이유는 분명하다.(중앙일보. 2018년 6월 6일. 8월 20일. 9월 19일. 12월 24일. 2019년 2월 13일. 3월 4일) 중재자로 인식해서는 종전선언과 제재해제는 커녕 북핵문제와 비핵평화 과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안보·평화문제의 당사자성을 모르면 사안의 직접성과 심각성, 국민설득과 대외관계의 해법은 찾아지지 않는다. 국제정치가 허용하는 세 가지 근본역할, 즉 당사자, 중재자, 제3자 중 당사자로서 사력을 다해도 어려운 것이 나라의 안보와 평화문제다. 이를 중재역할을 통해 풀려는 접근처럼 순진하고 허황된 인식은 없다.
 
비핵평화문제의 당사자로서의 해법은 명확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관점에서 비핵평화의 정의·개념·범주·절차·목표를 완벽하게 마련하는 일이다. 그게 가장 먼저다. 정부는 지금 그것이 있는가? 한국 독자의 비핵평화방안을 마련해 북한과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엔과 세계에 제시해야한다. 그것이 - 미국과 북한과 세계가 동의한 - 노태우 때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었고, 노무현 때 6자회담 9·19합의였다.
 
둘째 제재해제를 포함해 경제문제는 북핵폐기 협상의 의제 자체가 되면 안된다.(집요하던 상대 국가수반의 금번 연설이 거꾸로 이를 천명하였다.) 즉 안보 대 안보가 해법이다. 그간 북핵문제에 차용했던 2차대전 이후 최초로 핵문제를 경제교환을 통해 풀었던 넌-루가 방식, 즉 우크라이나 모델은 그것이 소련의 핵무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기나라의 생존을 걸고 개발한 무기가 아니었다. 실제로 경수로지원, 중대제안, 방코 델타 아시아(BDA) 해제를 포함해 그동안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안보 대 경제의 교환 방식은 모두 실패했다. 경제는 비핵문제의 핵심고리가 아닌 것이다.
 
셋째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의 분리다. 그동안 우리는 남북관계와 비핵평화를 민족주의·민족경제의 관점에서 선순환·동조화(coupling)하려 시도해 왔으나 북한의 응답은 정 반대였다. 탈(脫)동조화(decoupling)조차 넘어 아예 역(逆)동조화(counter-coupling)였다. 제1차 남북관계 개선 국면(1988~94년)은 영변폭격 위기를 포함한 제1차 북핵위기로 귀결됐고, 제2차 남북관계 개선국면(1998~2007년)은 2006년 핵실험으로 응수했다. 분단 이후 두 번의 최량의 남북관계 시기 동안 모두 북핵문제의 악화였다. 그러나 북한은 귀책사유를 오직 미국에 돌렸고 남한과의 약속파기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세 번째 남북관계 개선국면을 맞은 지금 민족주의 환상을 넘어 두 번의 역동조화를 냉철하게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
 
끝으로 현재의 대북 제재 체제는 국제제재를 감수하며 핵개발과 ICBM발사를 강행한 결과 산생된 자업자득이자 국제합의라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미국은 물론 미국 내 과거 민주당 정부와 현재 공화당 정부, 그리고 유엔,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국제 체제인 것이다. EU의 제재는 유엔보다 더 강력하다. 우리 대통령의 잦은 설득노력에도 불구하고 개별 정상회담은 물론, 유엔, EU, G20, 아셈의 거의 모든 국제 다자기구와 다자회의들이 제재완화를 반대한 이유는 분명하다. 즉 북핵문제는 (특히 ICBM 개발 이후로는) 북한 대 남한, 북한 대 미국을 넘어 북한 대 세계 문제로 변전된 것이다. 한국과 세계의 안보문제요 평화문제를 경제문제요 남북문제로 접근하는 몽매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결국 북한의 핵폐기와 국제사회의 북한 체제보장의 교환이 바른 해법이다. 이는 민족 대신 보편, 통일 대신 평화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북한의 완전 핵폐기에 따라 남북기본조약 - 북미수교 - 한반도 평화협정 및 평화체제를 교환하는 방식이 정도다. 핵폐기에 따른 남북, 북미 사이의 상호 수도에의 연락사무소-상주대표부-대사관의 순차 개설은 일괄 타결과 단계적 접근의 결합에도 들어맞는다. 제재해제 문제는 응당 그에 따라온다.
 
정부는 당장 당사자로서 독자해법을 제시해야한다. 그것 없이는 안된다. 인간과 국가는 궁극적인 자발적 필요와 외부의 강제가 아니면 핵심 가치와 수단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 모두의 궁극적 필요와 상호 요구는 안전과 평화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