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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혁신적 사업 모델 부족해 출혈경쟁 우려

가입자 급증했지만 2년 만에 성장 주춤 … 토스뱅크 등 3곳은 예비인가 도전장
 

플레이어 늘어난 인터넷전문은행 어디로

출범 초기 돌풍을 일으켰던 인터넷전문은행이 차별성을 잃고 주춤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출범 초기 내놓은 혁신 서비스는 기존 금융권에 ‘디지털 열풍’을 불러왔지만, 이후로는 되레 기존 금융권의 영업행태를 답습하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촘촘한 규제 탓도 있지만 혁신적 사업 모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새로운 인터넷은행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새로울 게 없는 사업으로 출혈경쟁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는 올해 안에 최대 2곳까지 예비인가를 내준다는 계획이다. 
 
출범 두 돌을 맞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직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케이뱅크 콜상담센터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출범 두 돌을 맞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직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케이뱅크 콜상담센터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깝다.” 정부가 그동안 철통같이 지켜온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제한)’ 원칙까지 완화하면서 흥행몰이에 나섰던 제3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3월 말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접수 결과 3곳이 신청했다. 그러나 정부가 기대했던 네이버와 같은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금융지주 1위 자리를 탈환한 신한금융은 예비인가 신청 막판 발을 뺐고, NH농협은행은 적당한 ICT 기업을 찾지 못해 결국 손을 뗐다. 예비인가를 신청한 3곳 중 1곳은 아직 주주구성조차 하지 못했다. 외형적으로는 흥행에 성공한 듯 보이지만,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지난해 정부가 제3,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부터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이후 네이버·인터파크와 같은 공룡 ICT 기업이 공식적으로 참여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신규 사업자 선정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가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게 은산분리까지 완화했는 데도 흥행에 실패한 건 제1, 제2의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 초기 보여줬던 혁신성과 폭발력이 많이 사그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지도 못했다. 네이버가 참여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인터넷은행만의 차별성이 없고 돈이 안 된다”고 지적한 것도 이 영향이다.
 
2년 전인 2017년 4월 케이뱅크가 출범할 때만 해도 인터넷은행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모든 거래를 비대면으로 하는 ‘쉽고 빠른’ 은행을 지향하며 금융권 지형을 흔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신분증을 촬영해 올리기만 하면 은행계좌를 만들 수 있고, 대출도 할 수 있어 소비자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인터넷은행 출범 후 위기감을 느낀 시중은행도 부랴부랴 모바일·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는 경쟁에 돌입했다. 수십년째 이자 장사에만 골몰하고 있던 ‘고인물(금융산업)’을 휘저을 ‘메기’의 가능성을 보였던 것이다. 케이뱅크가 일으킨 ‘인터넷은행 바람’은 그해 7월 제2의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는 돌풍으로 바뀌었다. 카카오뱅크는 국민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발판삼아 무서운 속도로 고객 수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첫날(2017년 7월 27일)에만 18만 명이 가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세 둔화
올 3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는 고객 수가 891만 명, 케이뱅크 98만 명이다. 인터넷은행 출범 2년 만에 국민 5명 중 1명이 계좌를 만든 것이다. KB국민은행의 고객이 310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은행 2곳이 2년 만에 국민은행 고객의 30%를 끌어들인 것이다. 인터넷은행이 인기를 끈 가장 큰 요인은 편리함이다. 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도, 복잡한 인증 절차 없이 금융거래를 스마트폰으로 쉽게 한다는 사실은 출범 초기만 해도 새로운 혁신으로 받아들여졌다. 캐릭터 이모티콘을 활용한 마케팅이 20~40대 젊은 고객군의 취향을 저격하기도 했다. 비상금 대출, 26주 적금, 모임통장, 보험 등 생활 밀착형 상품들로 시중은행이 기존에 채우지 못한 틈새시장도 공략했다.
 
시중은행보다 비교적 낮은 금리로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었다. 케이뱅크 직장인K신용대출의 금리는 현재 최저 3.32%이며, 직장인K 마이너스 통장은 최저 3.52%로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3.21%,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경우 3.61%다. 이와 달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최저 금리 수준은 4%이고, 대출 절차는 서류제출 등 인터넷은행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롭다.
 
이렇게 무섭게 고객 수를 늘려갔지만, 규모에선 여전히 시중은행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자산을 합쳐도 전체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79%(지난해 9월 말 기준) 수준이다. 수신(예·적금)금액은 카카오뱅크 14조4897억원, 케이뱅크 2조5900억원으로 총 17조797억원이다. 여신(대출)금액은 카카오뱅크 9조6665억원, 케이뱅크 1조4900억원으로 11조1565억원이다.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수신·여신 모두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
 
특히 출범 초기 보여줬던 혁신성과 폭발력이 많이 사그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은 고객 확보 면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보였지만, 그것이 전부다. 더는 혁신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이 인력과 자본을 투입해 인터넷은행 ‘따라잡기’에 나서자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간 차별성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시중은행이 기존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으로 유도해 온라인 가입자 수가 오히려 인터넷은행보다 많다. 각 은행의 주요 애플리케이션(앱) 가입자는 국민은행 1480만 명, 신한은행 1440만 명, 우리은행 1417만 명, 하나은행 1100만 명에 이른다. 고객 확보를 위한 무리한 출혈경쟁 탓에 돈도 벌지 못했다. 전국은행연합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2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케이뱅크 역시 지난해 79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메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피라미’였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이유다.
 
특례법 시행됐지만 자본 확충 ‘빨간불’
물론 혁신성이 사라지고 있는 건 금융당국의 간섭과 여전한 규제 영향도 있다. 특히 다양한 고객정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는 여건이 이어지고 있고, 비이자이익 확대는 당국의 수수료 규제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기존 시중 은행을 답습할 게 아니라 당초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대로 금리나 수수료 인하 경쟁을 주도하거나, 벤처·기술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등의 혁신적 사업 모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인터넷은행의 사업모델을 보면 가계대출에 목을 매는 시중은행의 영업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전체 대출액 중 전·월세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출범 초기 낮은 금리로 고객을 빨아들였지만 지난해부터는 시중은행과의 금리 경쟁력마저 잃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혁신이 문제가 아니라 영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은 13.85%로 전분기(15.67%) 대비 1.8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4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BIS비율을 16.85%(2018년 6월 말)로 끌어올렸으나, 반기 만에 전년 말(13.74%)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케이뱅크의 BIS비율은 16.53%로 2017년 말보다 1.62%포인트 하락했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에 비해 사정이 낫긴 하지만 대신 자본금이 4775억원이어서 두 은행 모두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더욱이 두 은행은 올해까지만 ‘바젤Ⅲ’ 자본규제가 유예된다. 그동안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경영이 안정화할 때까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강도가 낮은 ‘바젤Ⅰ’ 규제를 적용받았다.
 
바젤Ⅰ 규제에서는 위험가중자산에 따른 자기자본비율만 8% 이상으로 관리하면 되지만, 바젤Ⅲ 규제에서는 보통주자본비율·기본자본비율·총자본비율 등으로 세분화한 자본비율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두 은행은 그동안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었던 만큼 내년부터 당장 시중은행과 동일한 건전성 규제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지만 3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고, 카카오뱅크는 계획대로 5000억원을 증자했지만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올해부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ICT 기업에 한해 지분 보유 한도 34%로 상향)이 시행돼 자본 확충 문제는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복병이 생겼다. 기존 인터넷은행이 특례법 혜택을 받으려면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 적격성 심사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두 회사 모두 대주주의 위법 전력이 있다.
 
특례법상 대주주는 공정거래법 등 금융 관련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 처분을 받은 적이 있으면 안 되는데,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현 지분율 18.8%)는 담합 협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카카오(현 지분율 18%) 또한 계열사인 카카오M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통과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KT는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해 지난달 3월 12일 금융위원회에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 심사’를 신청했고, 카카오는 아직 신청하지 않았다. 만약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하면 증자도 어려워진다.
 
판 키우려면 다양한 기업 끌어들여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3, 제4 인터넷은행을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 ‘양강’으로 꼽히는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는 자본력이 약한 중소형 업체이거나 금융자본이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뱅크에는 하나은행과 SK텔레콤이 들어가 있으나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주주사가 28곳에 달해 이견을 조율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토스뱅크는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분 60.8%를 갖고 나머지는 벤처캐피털이 주력이어서 성격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보다는 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해 은행계좌를 보유하겠다는 욕구가 더 커 보인다”며 “예·적금, 대출 등 기존 은행과 똑같은 서비스로는 출혈경쟁만 부추기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들의 ‘혁신성’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 시중은행과 제대로 싸울 수 있게 수수료나 빅데이터 관련 규제를 확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으로는 ICT 기업이나 금융회사 외 사업자도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에서는 유통기업 세븐일레븐이 설립한 세븐뱅크가 편의점 채널을 활용해 다양한 금융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라쿠텐도 인터넷은행을 통해 금융사업을 대폭 키우고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인터넷은행 설립 주체가 IT나 은행 외 유통, 자동차 업종 등 다양하다”면서 “국내 인터넷은행이 다양한 사업모델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려면 보다 다양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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