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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 당한 이재민들, 트라우마 치유 병행해야

기자
김성주 사진 김성주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44)
7일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의 한 야산이 산불로 대부분 소실돼 시커멓게 보인다. 옥계면 남양리에서 발생해 동해시 일대로 번진 이 산불은 17시간 만에 진화됐다. 장진영 기자

7일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의 한 야산이 산불로 대부분 소실돼 시커멓게 보인다. 옥계면 남양리에서 발생해 동해시 일대로 번진 이 산불은 17시간 만에 진화됐다. 장진영 기자

 
지난 식목일 전날 밤 강원도 고성과 속초, 강릉, 인제에 산불이 나 큰 피해를 보았다. 산불은 소방청의 신속한 진압으로 다행히도 진압되었으나 보금자리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이재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암담할 것이다. 가슴이 아프다.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지만 피해 당사자들은 매우 답답할 것이다. 강원도 고성과 속초 인근에서만 최근 20년간 산불이 세 번이 났었다. 이렇게 산불이 나면 산촌에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산촌에 사는 주민들은 불이 날까 봐 늘 불안해한다. 물론 농어촌도 마찬가지지만 화재에 좀 더 취약한 곳이 산촌이다. 불이 쉽게 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고 불이 나도 진압이 매우 어렵다. 소방도로가 확보되어 있지 않아 소방차의 진입이 어렵고 소화전이 많지 않아 물을 공급하기도 어렵다. 산불은 규모가 커 한번 당하면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다. 이번 산불로 인해 피해를 본 주민이나 귀산·귀촌한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숙박 사업하는 귀산·귀촌인 피해 커
귀산·귀촌인들 중에는 펜션과 같이 숙박사업을 하는 사람이 꽤 많다. 이 경우 자신이 주거하는 주택이 사업장이니 화재를 입으면 타격이 매우 크다. 게다가 펜션은 계곡이나 강 주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수해를 입기도 한다.
 
과거 산불 피해를 당하면 재기하기가 힘들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도시로 돌아갈 기반이 없어지면 그냥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5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에서 산불 피해를 입은 이재민이 시름에 잠겨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5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에서 산불 피해를 입은 이재민이 시름에 잠겨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재해를 극복한 이들은 우선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번같이 국가재난사태로 선포되면 관에서 복구지원이 나오지만 자신이 입은 피해를 파악해 놓지 않으면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곤란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단다. 그리고 피해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주인이 자리에 없으면 나중에 복구작업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로 대피소나 수련원 등지에 수용된 분들은 가족들이 번갈아 화재 현장을 지키는 것이 좋겠다. 또 여기를 포기하면 또 어디를 가겠느냐면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복구작업에 참여해야 한다. 산불로 인해 실제 피해를 봤다면 화재에 대한 두려움이 클 것이다. 산불은 외형적인 부분, 재산적인 부분에만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니고 심리적 영향도 받는다. 주변에서 피해 보상만 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며 무심하게 말해 오히려 피해 주민을 속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큰 상처로 남아 트라우마가 된다. 자신이 살던 집과 마을이 불타 버린 걸 목격하면 그렇게 된다. 그래서 물질적인 복원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치유도 병행해야 한다. 마을이 재해를 당하면 동시에 마을 공동체도 함께 붕괴한다.
 
이번 화재로 개인 농가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피해를 본 곳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역시 피해 상황 파악이 중요하다. 화재를 당했으니 경황이 없어 그랬겠지만 마을에서 공동으로 관리하는 시설이나 문화재에 대한 피해 파악도 해두는 것이 좋다.
 
피해 주민 위한 심리상담소 가동
강원 고성·속초 일대 산불 이틀째인 5일 오후 고성 천진초등학교에 마련된 이주민 대피소에서 재난심리상담사가 서류를 살피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강원 고성·속초 일대 산불 이틀째인 5일 오후 고성 천진초등학교에 마련된 이주민 대피소에서 재난심리상담사가 서류를 살피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피해 복구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끼리 갈등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피해 보상금 분배라든가 복구 물자·자원봉사자 지원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피해 복구가 급한데 누구한테는 자원봉사자를 먼저 보내고 누구한테는 나중에 보내고 한다면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복구 지원은 공정해야 한다.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 기관이나 자원봉사자들은 항상 피해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건물은 다시 세우는 건 금방이지만 한번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기가 어렵다. 그래서 피해를 본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는 건 다행이다.
 
식목일 전날에 이런 큰 산불이 날지 어떻게 알았겠는가. 나무를 심는 것도 필요하지만 키우는 게 더 어렵다는 걸 느끼게 한다. 농어촌을 가 보면 화재보험에 가입이 안 된 시설이 꽤 있다. 그중에는 본인 스스로 미가입 상태인 것도 있지만 보험회사가 가입을 거부한 경우도 적지 않다. 농어촌의 시설은 비닐하우스나 축사와 같이 화재에 취약한 요소가 많다. 화재 취약 지역인 점을 고려해 주고 안전장치를 마련해 보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면 좋겠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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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