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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직거래 가능하단 김정은, 한국엔 "오지랖 중재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미국과 북한을 중재해 온 한국 정부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한반도 운전자론과 북미 중재역할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는 표현을 쓰면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남조선이 오지랖 넓은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 역할을 하라"고 주문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남조선이 오지랖 넓은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 역할을 하라"고 주문했다. [사진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전한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그는 “남조선 당국과 손잡고 북남관계를 지속적이며 공고한 화해 협력 관계로 전환하고 평화롭고 공동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려는 것은 나(김정은)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면서도 “(남측이)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관계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측은)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며 “말로서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만수대의사당 앞에서 새로 구성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인사 및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만수대의사당 앞에서 새로 구성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인사 및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의 당사자 역할에 대한 북한의 공개적인 요구는 지난달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 이후 두 번째다. 특히 지난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던 김 위원장이 ‘오지랖’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서운함을 드러낸 점이 주목된다.  
북한이 당사자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은 물론 대북 제재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북한 지역 철도 도로 현대화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불만이 묻어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특히 미국과의 추가 협상할 의지를 밝히면서 직거래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연설에서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중재역할 없이도 미국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북ㆍ미 대화의 필요성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을 넘지 못했다. 연이어 북한마저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전직 정부 고위당국자는 “중매를 잘못하면 뺨이 세 대라는 속담이 있다”며 “남북, 미 모두 최고지도자들이 나서 진행하는 톱-다운 방식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자칫 일이 헝클어지면 되돌릴 수 없는 톱-다운 방식의 맹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이벤트성 행사에 쫓겨 조급해하다 보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며 “양쪽으로부터 뺨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이 오는 12월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시한’을 정했지만, 물밑접촉이나 특사파견 등을 통해 충분히 협의하고 조율하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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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