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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3차 북미회담 용의···제재해제 문제 집착 않겠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가 지난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렸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12일 오후 공개한 영상에 나온 회의 모습.[연합뉴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가 지난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렸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12일 오후 공개한 영상에 나온 회의 모습.[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 말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대미 입장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 위원장이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에서 한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전제했다. 즉 올해말까지 기다리겠다는 시한부 통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후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을 한 것은 12일이 처음이다.
 
조선중앙TV가 11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11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①“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
김 위원장은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부하지 않았다. 해 볼 용의가 있다는 표현으로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면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고 밝혔다. 따라서 올해 말까지는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모라토리엄 약속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모라토리엄 약속을 연말까지는 지키면서 3차 회담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②“미국식 대화법엔 흥미 없다”
김 위원장은 그렇다고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빅 딜’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3차 회담에 나왔던 빅딜은 북한이 핵무기 폐기 및 미국으로의 인도 및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전면 폐기 방안이다. 김 위원장은 그간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가 전략적 결단과 대용단을 내려 내짚은 걸음들이 과연 옳았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을 자아냈다”며 “미국이 진정으로 조미 관계를 개선하려는 생각이 있기는 있는가 하는데 대한 경계심을 가지게 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물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중시하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하노이 조미 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데 대해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거듭 밝혔다. 
 
③“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말라”
김 위원장은 남측을 향해서도 메시지를 내놨다. 남측의 북ㆍ미간 중재자 역할을 “오지랖 넓다”고 직접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과 손잡고 북남 관계를 지속적이며 공고한 화해협력 관계로 전환시키고 온 겨레가 한결같이 소원하는대로 평화롭고 공동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면서도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관계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며 “말로서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마친 뒤 잠시 산책하고 있다. [AP=연합]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마친 뒤 잠시 산책하고 있다. [AP=연합]

 
④“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
김 위원장은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선 선을 넘지 않았다.  그는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 수용을 촉구하면서도 항상 “좋은 관계”라고 하는 걸 똑같이 반복했다. 결국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⑤“제재 돌풍은 자립 열풍으로 쓸어버린다”
김 위원장은 국내 체제 기반도 다지려 했다. 그는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에 배치되는 요구를 그 무슨 제재해제의 조건으로 내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있다”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항시적 제재 속에서 사회주의를 건설해왔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에 만성화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장기간의 핵 위협을 핵으로 종식한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대북 제재가 쉽게 풀리지 않을테니 이른바 자력갱생으로 극복하자는 지시다. 그러면서 지도부 인사들을 크게 긴장시켰다. 김 위원장은 “국가 활동에서 인민을 중시하는 관점과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사회주의 건설과정에 일군들 속에서 세도와 관료주의와 같은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는 것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다”고 했다. 북한 관료, 지도부 인사들 입장에선 언제든 세도주의, 관료주의 죄목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낄 대목이다. 
 
정용수·백민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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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