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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편견 없다”…‘뷰티플 마인드’의 희망 찾기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스틸컷. 10살 피아 니스트 김건호.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스틸컷. 10살 피아 니스트 김건호.

지난 10일 저녁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다섯 명의 연주자가 무대에 서자 갑자기 무대와 객석에 조명이 꺼졌다. 컴컴한 암흑이 살짝 당황스러운 관람객들과 달리 연주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어둠 속에서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을 시작했다. 피아노 페달에 발이 아직 간당간당한 10살 소년 건호부터 각각 바이올린과 첼로를 연주하는 스물한 살 동갑내기 수진과 민주, 고교생 클라리넷 주자 승태와 희준까지, 이들은 모두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빛과 음악은 이들을 차별하지 않았다.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스틸컷. 점자 악보를 읽는 모습.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스틸컷. 점자 악보를 읽는 모습.

이들이 소속된 ‘뷰티플 마인드’ 오케스트라는 발달장애 및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 20명,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 6명, 그리고 비장애 저소득층 학생 4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돼있다. 재외 한인이 주축이 돼 2006년 미국에서 시작된 문화외교 자선단체 ‘뷰티플 마인드’는 2007년 국내에도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설립을 주도한 노재헌 한중문화센터 원장은 “2008년 뮤직아카데미를 시작해 장애인 예비예술인과 비장애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재능기부 음악프로그램을 해왔고, 2010년부터는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콘서트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역시 창립 멤버인 배일환 이화여대 음대 교수의 솔선으로 지금까지 150명이 넘는 음대 교수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지금까지 75개국 108개 지역에서 424회 공연했고 국내외 170여 기관에 5억1400만여 원을 기부했다.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 영화로 표현”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스틸컷. 이원숙 지휘자.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스틸컷. 이원숙 지휘자.

이날 행사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뷰티플 마인드’(2018)의 개봉(18일)을 앞두고 그동안 닦은 실력을 무대에서 뽐내는 ‘시네 콘서트’ 자리였다. 자폐성 장애를 딛고 놀라운 클래식 기타 독주를 들려준 심환씨의 무대에 이어 신나는 ‘윌리엄 텔’ 서곡, 조성우 음악감독이 만든 ‘음악하는 마음’과 ‘꽃피는 봄이 오면’, 그리고 멘델스존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오케스트라 무대의 대미를 장식하자 박수 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보면대를 뒤로 하고 학생들에게 바짝 붙어 열정적인 몸짓으로 소리를 이끌던 이원숙 지휘자는 파트별로 일일이 일으켜 세우며 관객들에게 차근차근 인사를 시켰다.
 
영화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그들의 부모, 그리고 선생님들이 서로 만나 연습하고 또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잔잔하게 담아낸다. 입시와 연습 스트레스에 “매일 이가 몽땅 빠지는 꿈을 꾼다”는 학생이 있고, 연습하기 싫다고 떼쓰며 나가려는 아들을 달래 데려오는 엄마가 있으며, “네가 이제 대학입시 과제곡을 치는구나”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선생님이 있다.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스틸컷. 클래식 기타리스트 심환.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스틸컷. 클래식 기타리스트 심환.

몸이 불편하기에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한 아이들을 그렸지만, 작품은 별로 무겁지 않다. 무대 인사 연습을 위해 로봇처럼 걷는 아들을 보며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엄마, 언니와 함께 매장에서 옷을 고르며 짓는 흐뭇한 표정, 친구와의 합주가 잘 안맞아서 오히려 깔깔대는 아이들이 모습은 절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스틸컷. 10일 롯데콘서트홀 공연 모습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스틸컷. 10일 롯데콘서트홀 공연 모습

“아이가 장애가 있는 덕분에 가족들과 더 많이 이야기를 하게 됐고, 더 단단하게 결속할 수 있었다. 평범한 아이들은 미운 일곱살만 지나면 엄마 손을 벗어나려 하지만, 스물에도 여전히 일곱 살 같은 우리 아이 덕분에 순수함을 계속 느끼며 산다”고 말하는 엄마의 표정은 너무 환했다. 그런가 하면 한 엄마의 눈물의 고백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제가 뒤에 있는 것을 모르고 제 아이한테 심한 말을 한 임산부가 있었어요. 그때 저도 모르게 ‘당신도 이런 아이 낳을 수 있어’라는 말을 하고 말았죠. 그 말이 지금까지 제 가슴에 대못처럼 박혀있네요. 그분이 건강한 아이를 낳으셨길 늘 기도하고 있어요.”
 
다큐를 연출한 류장하 감독은 데뷔작인 최민식 주연의 ‘꽃피는 봄이 오면’(2004)에서 탄광촌 중학교의 브라스밴드를 지도하게 된 선생님 이야기를 뭉클하게 그려낸 바 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지난 2월 지병으로 타계하면서 그의 첫 장편 음악다큐멘터리는 아쉽게도 유작이 되고 말았다.
 
 
“연주하며 다른 아이들과 친해져”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진(왼쪽)과 첼리스트 김민주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진(왼쪽)과 첼리스트 김민주

9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뷰티플 마인드’ 시사 및 기자 간담회에는 류 감독과 함께 영화를 연출한 손미 감독, 제작자이자 영화 음악가인 조성우 감독, 이원숙 지휘자, 첼리스트 김민주,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진 양이 자리를 함께 했다.
 
영화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을 영화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정영범 이사의 소개로 우연히 ‘뷰티플 마인드’의 연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극적인 소재였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로 인연을 맺은 류 감독에게 바로 연락했다.”(조성우)
 
몸이 불편한데 음악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예고 시절, 같은 중학교에서 온 아이들이 너무 많아 나만 혼자 있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친해지고 나니 친구들이 그때 절 어떻게 대해야할 지 몰랐다고 하더라. 같이 연주하면서 많이 친해졌다.”(김민주)

“음악을 한다는 게 너무 힘들고 아직도 확신이 없다. 그래도 계속 연습하고 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미래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김수진)
 
영화에서 오케스트라 연주곡으로 ‘윌리엄 텔’ 서곡을 선곡한 이유는.
“여러 곡을 다 연주·촬영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템포 빠르고 신나는 곡을 좋아한다. 아이들의 힘과 용기, 적극적인 모습을 담아내기에 이 곡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음악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편견 없이 봐주시면 좋겠다.”(이원숙)
 
인상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범순 어머님이 ‘아들은 축복의 통로’라고 말씀한 대목이다. 우리 영화의 특징이 가장 잘 담겨있다고 생각한다.”(조성우)

“환이가 아버지와 기타를 듀엣으로 연주하는 장면을 꼽고 싶다. 사실 느닷없이 요청했고 휴대폰 카메라로 몰래 찍었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영화의 성격을 잡을 수 있었다.”(손미)

“둘이다. 하나는 민주가 칠리 새우를 먹는 장면이다. ‘맛있겠다’ 말하고 정작 언니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서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다른 하나는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수진이의 뒷모습이다. 고개를 살짝 돌렸다가 다시 앞을 보는 모습에서 우리에게 뭔가 말하려는 간절함이 느껴졌다.”(이원숙)
 
“세상 사람들은 장애인 아니면 예비 장애인”
김성환 사단법인 ‘뷰티플 마인드’ 이사장(왼쪽에서 여섯 번째)과 문희상 국회의장(왼쪽에서 네 번째) 등 10일 콘서트장을 찾은 주요 인사들. [사진 뷰티플 마인드]

김성환 사단법인 ‘뷰티플 마인드’ 이사장(왼쪽에서 여섯 번째)과 문희상 국회의장(왼쪽에서 네 번째) 등 10일 콘서트장을 찾은 주요 인사들. [사진 뷰티플 마인드]

주미대사를 지낸 한승주 전임 이사장에 이어 지난 3월 사단법인 ‘뷰티플 마인드’ 이사장에 취임한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10일 콘서트장에서 만났다.
 
어떤 인연인가.
“2007년 ‘뷰티플 마인드’의 12월 모금행사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했다. 이후 기금 마련을 위한 와인을 구입해 공관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영화를 본 소감은.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고 담담해서 더 뭉클했다. 서로 편견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한다. 집안 형님 중 한 분이 재활의학과 의사 선생님인데, 이런 말씀을 하신다. ‘세상에는 장애인과 예비 장애인밖에 없다’고.”
 
장애 학생들에게 악기도 대여해준다는데.
“아직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딸애가 쓰던 바이올린이 하나 있는데, 필요하다면 학생들에게 대여해주려 한다.”
 
평창대관령음악제와는 연계할 생각이 있나.
“재주있는 학생이 많다. 뮤직아카데미출신이 132명인데, 2018년까지 24명이 국내외 유수 콩쿠르에서 74회에 걸쳐 우승 또는 입상했다. 손열음 예술감독과 의논해야 할 사안이지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마스터 클래스 같은 행사에 초청하는 것도 검토하려 한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쳐앤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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