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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으로 표현한 우주…‘바람의 결’을 그리다

작품 ‘무제’ 앞에 선 미국 작가 린 마이어스.

작품 ‘무제’ 앞에 선 미국 작가 린 마이어스.

미국 작가 린 마이어스(Linn Meyers·51)의 국내 첫 개인전이 4일부터 5월 30일까지 서울 성북동 제이슨함 갤러리에서 ‘토성의 고리(Ring of Saturn)’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다.
 
마이어스의 작품 세계는 모눈종이에서 시작한다. 그 작은 정사각형 위에 점을 하나 찍고, 그 옆에 혹은 그 위에 다른 점을 찍는다. 점은 모였다가 흩어지며 어지러운 움직임을 만든다. 가늘게 시작된 선 역시 계속 비틀리고 휘어진다. 그 선은 지문 같기도, 등고선 같기도, 아니면 너른 바다의 물결 같기도 하다. 그의 구도자적 붓은 점에서 선으로, 다시 우주로 확장한다. 그때 그때 그려내는 선과 선 사이 간격의 불규칙성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자신도 모른다는 점에서 설렘의 원천이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의 작품 제목들이 모두 ‘무제(untitled)’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제목이 붙어있으면 보는 사람이 어떤 특정한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저는 보는 사람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모눈종이 작업은 1999년부터 시작했다. 혼돈과 무질서가 어떤 과정을 통해 균형과 조화를 이뤄나가는지 관찰하는 자세를 지니게 됐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그의 섬세한 작업은 대단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데, 특히 그가 2010년 워싱턴 필립스 컬렉션 전시장 바람벽에 그린 벽화는 우주 한복판을 유영하는 듯한 심오한 느낌을 선사한다.
 
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제 작품 속 이미지에서 자신들만이 연상되는 대상을 발견하곤 합니다. 제 작품에 대해 제가 받은 최고의 감상 중 하나는 미술 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여성이 스튜디오에 들어와 한 말입니다. 그 분은 약간 숨을 가쁘게 쉬면서 ‘와, 이 그림들은 바람의 그림인가?’ 하더라고요.”
 
함윤철 제이슨함 갤러리 대표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W.G. 제발트가 고대 왕국이었던 영국 동남부 지방을 여행한 뒤 펴낸 책자의 동명 소설 제목을 인용했다”며 “소설에 등장하는 ‘걷는다’는 의미와 과정이 린 마이어스가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과 유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쳐앤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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