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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성배인가 독이 든 과일인가

보수의 재구성

보수의 재구성

보수의 재구성
박형준·권기돈 지음
메디치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
패트릭 J 드닌 지음
이재만 옮김
책과함께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

자유민주주의냐, 아니면 ‘자유’ 없는 그냥 민주주의냐. 보수와 진보 진영은 개헌안과 역사교과서에서 ‘자유’라는 수식어를 떼냐 붙이냐를 놓고 치열한 백병전을 벌였다. 아직은 ‘우리가 어떻게 얻어 지켜온 자유인데 그렇게 쉽고 가볍게 자유를 폐기할 수 있느냐’는 국민 정서가 강해서인지 진보 진영은 일단 한발 물러섰다. 불꽃 튀는 논쟁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겼지만 근본적인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자유’라는 두 글자에 대한 진영 간의 입장이 서로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된 『보수의 재구성』과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는 자유주의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다. 전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대통령실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연설문을 쓴 권기돈 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장의 공저다. 보수주의적 입장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후자는 자유주의 연구의 권위자인 패트릭 드닌 미국 노터데임대 정치학 교수가 지난해 ‘Why Liberalism Failed’라는 타이틀로 펴낸 책의 한국어판이다. 드닌 교수는 500년 전 구상돼 면면히 이어 내려왔고 20세기 이래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된 자유주의가 내재적 모순 때문에 ‘이미’ 실패했다고 단정한다.
 
『보수의 재구성』은 박근혜 정권의 몰락으로 궤멸 직전에 빠진 보수를 제대로 보수(補修)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공화주의를 더욱 튼튼히 하는 길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자유민주공화주의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여러 보수 정권이 이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것을 성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진보·보수 진영은 치열한 이념 싸움을 벌인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보수에 타격을 입힌 2016년 촛불 집회. [중앙포토]

진보·보수 진영은 치열한 이념 싸움을 벌인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보수에 타격을 입힌 2016년 촛불 집회. [중앙포토]

국가와 관료제의 권력이 무소불위로 커지고, 기본권이 제약되고, 의회가 경시되고,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권위주의적 발전국가 시스템하에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공화주의는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유신체제와 제5공화국은 고도 경제성장으로 정당화될 수 없을 만큼 제헌헌법으로부터 크게 탈선했으며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공화 가치에 큰 얼룩을 남겼다고 지적한다. 이후에도 권위주의적 색채가 다시 살아나고 권력을 지도자에게 귀속된 전유물로 인식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백한다.
 
비록 해방공간에서 외부로부터 이식되기는 했지만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는 단지 보수주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87년 체제까지 이어진 우리나라 헌법정신이라고 강조한다. 선거를 통한 권력에의 접근, 견고한 관료제, 법을 통한 지배 체제를 더 확실하게 구축하는 것이 보수의 임무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독재와 부패의 유혹, 권력의 전횡에서 벗어나야 하고 반공을 명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왜곡하거나 억압하는 일, 반공을 이용해 정치적 상대를 탄압하는 일들이 없어지면 자연히 권위주의적 반공주의도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백번 옳은 지적이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반면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는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정치, 공동체 해체에 따른 시민 간 분열, 포퓰리즘과 권위주의의 부상, 경제 양극화 같은 문제들이 자유주의 체제 그 자체 때문에 발생하고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유주의는 성공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논리다. 즉 자유주의는 스스로 정한 계획과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는 자유주의의 소멸을 예비하는 패배나 다름없는 승리, 장차 자유주의를 허물어뜨릴 병폐들을 낳은 성공이었다는 주장이다.
 
다소 급진적인 주장으로 보이는 이러한 논리에 쉽게 동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자유민주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국가들에서조차 시민들이 기득권층과 정치인들에 맞서 거의 반란을 일으킬 지경인 점을 보면 한편으론 수긍이 가기도 한다.
 
앞으로도 자유주의에 대한 논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드닌 교수의 지적처럼 자유주의는 많은 문제를 노출시켰다. 그동안 한국 보수 정권이 앞세웠던 자유민주주의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발전적으로 극복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민주공화주의를 실현한다면 누가 반대할 수 있을까. 어쨌건 이 책들은 자유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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