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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프리즘] 한국의 공공도서관은 책 무덤?

신준봉 전문기자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신준봉 전문기자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뭔가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든다. 책무덤 같다. 책만 있는 공공기관이랄까. 시민들이 그렇게 여기다 보니 투자가 이뤄질 리 없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지난달 30일 자로 보도한 도서관 취재를 하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괜찮은 공공도서관으로 꼽히는 광진정보도서관 오지은 관장에게서다.
 
소싯적에 도서관 한 번 안 가본 사람 있나. 중·고등학생 시절, 불룩한 책가방을 둘러메고 그냥 ‘국기원 도서관’이라고 불렀던, 서울 테헤란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당시 도서관은 당연히 중간고사, 기말고사 공부를 할 수 있는 열람실 위주였다.
 
언제부턴가 우리 도서관도 좋아진다고 느꼈다. 건물이 산뜻해지고 열람실도 깔끔해졌다. 없는 책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가령 문학 서가만 떠올려도 웬만한 도서관의 장서는 저 책들을 언제 다 읽나 싶을 정도로 충분해 보였다. 도서관이 괜찮아졌다는 건 기자 만의 생각이었던 거다. 아니면, 업계의 내부자들만 전혀 다르게 느끼고 있거나. 이런 것도 인지부조화 사례로 분류할 수 있을까.
 
도서관 이용자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 수치와 통계로 나타난 부족한 점에 관해서는 30일 자에서 웬만큼 썼다. 문제의 핵심은 사서 부족이었다. ‘사서의 기관’인 도서관에서 벌어지면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취재해 놓고도 못다 쓴 문제점이라면 장서를 폐기하기 어려운 상황을 꼽을 수 있다. 도서관 서가 공간이 무한정이 아닌 다음에야 주기적으로 책을 선별해 처분해야 한다. 그래야 쏟아지는 새로운 양서를 받아들인다. 서울도서관의 경우 폐기 물량이 매년 장서의 1%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이 책을 제대로 버리지 못하는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폐기할 책을 선별할 때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찾는 책인지, 내용이 얼마나 요즘 시류에 적합한지를 따져야 한다. 연식 오래된 경유차 폐기하듯 출간 연도를 따져 낡은 순으로 갖다 버릴 일이 아니다.  
 
당연히 책 한 권마다 가치와 의미의 무게를 찬찬히 따져봐야 하고, 이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새 도서를 구입하면 내용을 분석해 이용자가 쉽게 주제어 검색을 할 수 있도록 카탈로그 작업(목록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 공공도서관들은 버리는 게 잘 안 된다는 얘기다. 가장 큰 이유는 사서가 부족해서다. 책 구입도 마찬가지다. 책 선별, 카탈로그 작업을 상당수 도서관이 외주를 준다. 역시 사서가 부족해서다. 한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뭐든지 싸구려로 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건물을 짓는 외형에 그만 신경 쓰고 내실을 기할 때”라고 했다.
 
현재의 도서관 서비스에 만족한다면 이런 얘기를 들을 필요는 없다. 그럴 때 인지부조화는 성립하지 않는다. 한국의 공공도서관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을 외국에서 찾고 싶다고 했더니 또 다른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이제는 한국도 미국·유럽과 엇비슷한 문제들을 동시간대에 겪다 보니 굳이 외국 사례를 따라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래도 외국 사례는 신선해 보인다. 가령 미국 코네티컷의 웨스트포트 도서관 안에는 3D 프린터를 갖춘 공방인 ‘메이커스페이스’가 있다. 매년 박람회를 열어 이용자가 만든 컴퓨터 게임, 예술작품을 전시한다. 이런 도서관은 더 이상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장소가 아니다. 상상과 제조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조금주 저,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그에 비하면 우리 공공도서관은 역시 책무덤 같다. 책만 빌려주는 공공기관 말이다.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당장 이번 주말 가까운 도서관에 한 번 가보면 어떨까. 마침 12~18일은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도서관 주간이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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