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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쉬운 한·미 회담…성급한 남북 만남 피해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열린 11일 한·미 정상회담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다.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바랐던 대북제재 완화나 조속한 3차 북·미회담 개최 문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어떠한 긍정적 다짐도 끌어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단호했다. 제재 완화 의사를 묻는 말이 나오자 그는 “더 강화할 수도 있지만 현 상황으로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3차 북·미 회담에 대해서도 그는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서두르면 제대로 된 협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북·미 정상 간 대타협이 빨리 이뤄지길 바라는 문 대통령의 뜻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비핵화 방식의 ‘굿 이너프(good enough) 딜’ 역시 외면당하긴 마찬가지였다. 트럼프는 “여러 형태의 스몰 딜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북핵을 제거하기 위한 빅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달성할 방안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번 만남을 어떻게 여기는지는 회담 후의 백악관 보도자료를 보면 안다. 거기엔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해야 한다고 양 정상이 분명히 했다”고 돼 있다. 또 양국 간 무역 문제가 주로 논의된 것처럼 나와 있다. 북핵 문제가 회담의 중심이 됐던 것처럼 묘사된 청와대 측 자료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그나마 문 대통령이 얻은 것이라면 빨리 남북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하자 트럼프가 “한국이 파악한 북한의 입장을 가급적 빨리 전해달라”고 밝혔다는 대목이다. 남북 회담을 통한 수습 방안을 수용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인정한 셈인 까닭이다.
 
결국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하노이 협상 이후 지지부진해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구체적 방안을 끌어내는 게 문 대통령의 임무가 됐다. 하지만 주의할 건 정부가 남북 회담 자체에 목을 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북한이 쉽게 응할지도 의문이지만 회담이 성사되면 문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네 번째 회동이 된다.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둘 단계는 훨씬 전에 지났다는 뜻이다. 그러니 당국은 구체적인 결실이 나올 수 있도록 북측과 사전에 협의해 철저히 조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비핵화와 관련된 북한 측 결단이 없으면 “왜 만났냐”는 볼멘 소리만 터져 나올 게 뻔하다.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지나친 낙관론을 펴는 것도 금물이다. 정부는 북측이 듣기 싫어할지라도 사전 접촉에서부터 정확한 미국 측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재확인됐듯, 북한이 완전히 핵무기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지 않은데도 달콤한 말로 김정은을 트럼프와 마주 앉게 해 봐야 전해 들은 것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그 만남은 또다시 결렬될 수밖에 없다. 잠잠했던 한반도가 군사적 충돌을 걱정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회귀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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