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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수당, 포퓰리즘 아닌 리얼리즘…‘큰 거 한 방’은 탐욕

[박신홍의 人사이드]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을 "혁신가이자 도전자"라고 정의했다. "늘 새로운 일을 찾아 성취해 내는 게 나의 DNA"라면서다. [신인섭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을 "혁신가이자 도전자"라고 정의했다. "늘 새로운 일을 찾아 성취해 내는 게 나의 DNA"라면서다. [신인섭 기자]

오랜만에 마주 앉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유가 넘쳤다. 민감한 질문에도 거침없이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잠재적 대선 경쟁자들이 하나둘 탈락하는데도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현실에, 추진하는 정책마다 언론과 여론의 질타를 끊임없이 받는 상황에 조바심을 낼 법도 했지만 예상과 달리(?) 그의 표정은 시종 자신감에 차 있었다. 마치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 시절의 그를 다시 보는 듯싶었다.
 
평정심을 되찾은 걸까, 마음을 비운 걸까. 그새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다고 인사를 건네자 그는 “아내가 새벽마다 20~30분씩 만져준다”며 “제 머리는 K-코스메틱의 승리다. 자세한 건 영업 기밀”이라며 웃어넘겼다. 서울시 신청사 집무실 한쪽 벽은 서울의 각종 실시간 지표가 빼곡히 적힌 전광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랜 궁금증은 잠시 접고 정책 얘기부터 꺼냈다.
 
 
 
 
돌아보고, 둘러보고, 내다보기
 
올해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우선순위를 둔다면 1번도 경제, 10번도 경제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 아니냐. 특별히 ‘창업도시 서울’에 집중해 실리콘밸리·뉴욕·이스라엘·베를린과 함께 서울을 세계 톱5의 창업 메카로 키울 계획이다.”
 
창업 등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음…. 저는 우리 정치가 현장에서 떠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건성으로 듣고 있다. 이는 정치인 자신이 제공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사자를 주체로 세우는 거다. 그게 자치·자율이고 민주주의의 기본 아닌가. 경제도 마찬가지다. 청년 문제도 청년들 스스로 해결책을 마련하게 하면 답이 나온다. 청년의 삶은 어느 전문가보다 그들이 가장 잘 알지 않겠나.”
 
청년수당은 포퓰리즘 논란을 빚었다.
“서울시도 청년 정책은 전부 청년들이 결정하도록 했다. 400여 명이 2년간 숙의 끝에 20개 정책을 내놨는데 청년수당이 그중 하나였다. 500억원 예산 내에서는 자기들이 정책도 집행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정치인은 포퓰리즘이라고 하던데, 현실을 좀 보라. 불경기 때 청년에 대한 투자를 줄인 일본과 그리스는 심각한 경기 후퇴를 경험했고 오히려 늘린 독일은 흥하지 않았나. 이거야말로 포퓰리즘이 아니라 리얼리즘이다.”
 
돌봄 정책에도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대 사회가 아무리 수축사회라지만 출생률이 지금 같은 속도로 줄면 대한민국이란 나라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삶도 행복해지고 아이의 미래도 밝을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거꾸로 아이가 있으면 직장 갖기도 힘든 게 우울한 현실 아니냐. 사실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며 충격을 받고 곧장 돌봄을 3선 핵심 공약으로 삼았다. 2022년까지 4500억원을 투입해 서울 전역에 ‘우리동네키움센터’ 400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면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생 네 명 중 세 명은 커버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지 않나.
“이는 돈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또 정치적 비전과 성찰·상식·결단의 문제고. (뒤의 전광판을 가리키며) 복지를 낭비라 비난하는데, 지난 7년간 서울시 복지예산이 4조원대에서 11조원대로 늘었는데도 채무는 오히려 8조2087억원이나 줄었다. 쓸데없는 예산을 줄이고 줄여 꼭 필요한 곳에, 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데 쓰면 된다. 이래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가 돌지 않겠나.”
 
제로페이를 내놨지만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관변 페이 논란도 적잖은데.
“그럼 신용카드는 관변에서 안 했나. 정착시킨다며 오랜 기간 엄청 노력하지 않았나. 지금 가장 벼랑 끝에 있는 자영업자들을 도울 수만 있다면 관변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또 아직 5개월도 안 됐다. 봄이 끝날 무렵엔 훨씬 나아질 거다. 현재도 웬만한 편의점과 프랜차이즈는 다 들어왔고 가맹점도 11만 곳이 넘었다. 편의성도 강화돼 7초면 된다.”
 
 
진정한 기업가는 소유 대신 성취에 관심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독산동에서 제로페이 시연 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독산동에서 제로페이 시연 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 서울시]

그러면서 그는 ‘미래’를 강조했다. “한 사회의 리더는 미래를 볼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결국 세 가지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 주변을 둘러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것. 싱가포르의 국가 운영을 분석한 『역동적 거버넌스』의 핵심도 이거다. 싱가포르는 북극 항로가 열릴 것에 대비해 이미 부동항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미리 내다본 거다.”
 
그런데 왜 내놓는 정책마다 도마에 오르나.
“처음 시도하는 일이니까. 낯서니까. (자세를 고쳐 앉으며)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 결과적으로 실패한 게 있나. ‘서울로’도 그렇게 반대가 심했지만 1600만 명이 다녀가지 않았나. ‘I·SEOUL·U’도 문법이 되냐, 안 되냐 처음에 얼마나 희화화했느냐. 그런데 국내외 디자인상을 휩쓸고 있지 않나. 지도자가 현재에 만족하면 미래가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심지어 토건에 몰입하지 않았나. 토건은 과거 아니냐. 정치인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죄악이다. 그만큼 나라의 운명을 후퇴시키기 때문이다.”
 
최근엔 서울시 토건 회귀설도 나돈다.
“저는 그대로다. 생각해 보라. 초기에 왜 토건이나 하드웨어에 투자하지 않느냐고 엄청 공격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때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계속 늘고 있었다. 다만 방향이 과거와 달랐을 뿐이다. 상습 침수 구역 34곳 정비가 시민들에겐 훨씬 더 시급한 토건 아니냐.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도 난개발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현장의 모든 걸 미리 파악할 순 없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것 아니겠나. 을지면옥 철거 논란도 미처 생각 못했지만 지적을 받고 곧바로 수정하지 않았나.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것, 그게 용기 있는 정치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늘 궁금했던 걸 하나 물었다. 서울로·재활용센터·박물관마을에 이어 최근 ‘책보고’라는 공공 헌책방까지. 그는 왜 주목을 끌기 힘든 조그만 일만 굳이 찾아서 하는 걸까. 왜 비판이 쏟아지는 일만 끊임없이 하려는 걸까. 고집인가, 소신인가.
 
그는 “정치의 본질이 뭐냐”고 되물었다.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시민들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 아니냐. 그런데 지금 정치인들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해 있지 않나. 서울시장이 되자 정치인들은 제게 ‘큰 거 한 방 하라’고 끊임없이 부추겼다. 청계천처럼. 그런데 시민들에게는 마을에 도서관 하나 생기는 게 더 큰 거다. 이런 게 소확행·워라밸 추세에 딱 맞는 거다. 저는 처음부터 서울시장이란 자리는 저의 꿈이 아니라 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가 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큰 거 한 방으로 국가 재정을 낭비하는 건 자기 탐욕일 뿐이다.”
 
서울시장 7년 했는데, 너무 길진 않았나.
“늘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저는 혁신가다. 가장 좋아하는 말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고 청년들에게 늘 써주는 말도 ‘나날이 새롭게’다. 매일매일 새로워지는 것, 이게 혁신 아니냐. 그러다 보면 지루할 틈도 없다.”
 
행정가·정치가로의 변신에 후회는 없나.
“얼마 전 주한미상공회의소에서 강의하면서 제가 그랬다. 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아니라 제가 바로 비즈니스맨이라고. Entrepreneurship(기업가 정신)이 곧 도전 정신 아니냐고. 저는 평생 도전자였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때도 정점에 서니까 재미가 하나도 없어지더라. 그래서 그냥 떠났다. 아름다운재단도 100억원 모금 목표 채우고 지분 하나 없이 나왔다. 왜냐. 도전자는, 진정한 기업가는 소유가 아니라 성취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제 DNA다. 소유해서 부자가 되고 주식을 갖는 게 즐거운 게 아니라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나씩 성사시켜 내는 것,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것, 천성적으로 저는 그런 게 즐겁고 행복하다.”
 
 
실력 없이 자리만 탐하면 오히려 재앙
 
대선 얘긴 답이 뻔할 것 같아 과감히 생략할까 하다 그래도 간단히 물었다. 그런데 웬걸. 공식 자리에선 밝히지 않던 속내를 살짝, 진지하게 내비쳤다. “저는 평생 ‘뭐가 되겠다’고 목표한 적이 없다. ‘뭘 하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인권변호사도, 시민운동가도, 서울시장도 목표한 적이 없다. 3선은 꿈도 안 꿨다. 다만 세상사라는 게, 한 시기에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다음 길은 저절로 열리는 것 같더라. 이런 경험을 해본 분은 아마 이해하실 거다. 저는 늘 그렇게 살아왔다. 그럼 다음 길은? Who knows, no one knows, only God knows다.”
 
그냥 행정가로 남을 생각은 없나.
“정치와 행정은 하나다. 둘 다 시민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건데 다를 게 뭐겠나. 행정을 못하면서 정치를 한다? 정치를 모르면서 행정을 한다? 이게 가능하겠나. 기존의 정치적 관점으로 저를 재단하지 마라. 대덕(大德)이면 득기위(得其位)라, 큰 덕을 쌓으면 자리는 저절로 온다고 하지 않았나. 자신의 실력과 비전을 키울 생각은 안 하고 자리만 탐하면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그 자리가 자기에게 맞는 자리가 되도록 늘 자신을 갈고닦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거다.”
 
앞으로의 계획은.
“힘이 다할 때까지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 청년들에게도 가슴 설레는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결과도 좋을 거라고. 제겐 정책을 가다듬고 갈무리하는 게 늘 새롭고 신나는 일이다. 이거야말로 시민들의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일 아니겠나.”
 
박신홍 정치에디터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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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