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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는 ‘후기’ 합헌인데, 과학고·영재고는 ‘전기’, 왜?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진선여자고등학교 회당기념관에서 열린 영재학교·과학고·자사고·외고·국제고·일반고 진학을 위한 '종로학원하늘교육 고교 및 대입 특별 설명회'에서 초등학생, 중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진선여자고등학교 회당기념관에서 열린 영재학교·과학고·자사고·외고·국제고·일반고 진학을 위한 '종로학원하늘교육 고교 및 대입 특별 설명회'에서 초등학생, 중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논란이 이어지면서 과학고·영재학교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이공계열 우수 학생 중 일부는 민사고·상산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에 진학했지만, 이들 학교가 우선 선발권이 사라지고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되자 과학고·영재학교로 눈을 돌리는 학생·학부모가 많아서다.
 
 
자사고 우선선발권 폐지에 과학고·영재학교 인기 상승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최근 2020학년도 원서접수를 마감한 과학영재학교·과학예술영재학교 7곳의 평균 경쟁률이 16.57대 1로 전년도(15.85대 1)보다 소폭 상승했다고 12일 밝혔다. 한국과학영재학교·경기과학고·대전과학고·대구과학고·광주과학고·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등의 입학 경쟁률이다. 서울과학고는 이달 16일부터 19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현재 고교 입시는 시기에 따라 크게 전기고와 후기고로 구분되는데, 전국에 8곳 있는 과학영재학교·과학예술영재학교가 가장 먼저 입시를 시작한다. 영재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들 학교는 전국단위로 학생을 선발한다. 대부분 과학고에서 전환돼 학교명을 ‘과학고’로 사용하는 곳이 많지만,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해 설립·운영된다는 게 다르다. 반면 8월에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과학고는 특수목적고로 분류되고 광역단위로 학생을 모집한다. 이들 학교 모두 교육의 질과 대입실적이 우수하고 교육정책 변화의 영향이 적어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이외에 예술·체육계열 특수목적고, 산업수요맞춤형고·특성화고 등이 전기고에 포함된다. 12월에 입학전형을 진행하는 외고·자사고·일반고 등이 후기고에 해당한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소속 학부모들이 자율형사립고 폐지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소속 학부모들이 자율형사립고 폐지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계에선 앞으로 과학고·영재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더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자사고의 우선 선발권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자사고와 일반고의 입시 시기 일원화(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0조 1항)는 합헌, 지원자들의 이중지원 금지(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 5항)는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우선 선발권이 폐지된 자사고와 달리 영재학교는 4월, 과학고는 8월에 입학전형을 실시한다”며 “이들 학교에 지원했다 떨어져도 자사고·일반고에 진학하는데 아무런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이공계열 우수학생들이 더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헌재 “과학고는 재능 가진 학생 우선 선발 필요”
자사고의 우선 선발권은 폐지됐는데, 과학고·영재학교에서는 학생을 앞서 선발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특히 과학고는 외고와 같이 특수목적고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자사고 우선 선발권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판결에서 “과학고는 ‘과학 분야의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취지 등 과학 분야에 재능이나 소질을 가진 학생을 먼저 선발할 필요성 있지만, 자사고는 특정한 재능이나 소질을 가진 학생을 선발할 필요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자사고 측은 “자사고도 과학고·영재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교의 인재상에 맞는 학생을 먼저 선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또 현 정부가 자사고 폐지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유발 역시 자사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영재학교는 서류평가·영재성검사·지필고사·조별토론·면접 등을 통해 까다롭게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자사고보다 사교육 유발효과가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서울에 있는 자사고 21곳(하나고 제외) 중 지난해 입시에서 면접을 치른 학교는 절반밖에 안 된다”며 “자사고가 학교를 서열화하고 사교육을 유발했다는 근거가 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과학고·영재학교 진학을 희망하거나 재학 중인 학생이 사교육을 많이 받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조사에서 주6일 이상 사교육을 받는 비율은 과학고·영재학교 희망자가 48.1%로 가장 높았고, 전국단위 자사고(46.8%). 외고·국제고(41.3%), 광역단위 자사고(39.2%) 순이었다. 또 고1을 대상으로 월평균 사교육비를 조사한 결과 100만원 이상 지출하는 비율은 과학고·영재학교 재학생이 37.7%로 가장 많았다. 중3 때 고2 수준 이상의 수학을 배우는 학생 비율은 영재학교·과학고 진학 희망자가 54.5%로 일반고(5.9%)의 10배 가까이 됐다. 다만 월평균 10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비율은 광역단위 자사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43%로 높게 나타났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일반고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사교육을 적게 받거나 선행을 하지 않는 것은 ‘대포자’(대학을 포기한 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자사고가 강남 8학군으로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 평준화에 기여한 것도 있는데 무조건 폐지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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