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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현장1] '마우스' 조차 사라졌다...데이터가 노동자 대체

2014년. 정부는 제조업 혁신 3.0의 3대 전략 과제 중 하나로 스마트 팩토리 확산 정책을 채택했다. 2025년까지 스마트 팩토리 3만 곳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내놓기도 했다. 지난 5년간 현장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포스코·한화정밀기계·비와이인더스트리를 찾아 스마트 팩토리의 현재와 미래를 취재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 운전실. 3년 전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이 도입됐다. 포스코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를 국내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 운전실. 3년 전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이 도입됐다. 포스코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를 국내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쿵. 쿵.”
 
지난달 14일 포항 포스코 제2열연공장. 1200도로 달궈진 20t 무게의 붉은색 철판이 압연기를 지나자 묵직한 소음이 건물 전체를 때렸다. 공장 제어실 내부엔 모니터 20여대 이상이 작업 상황을 실시간으로 비췄다. 직원 6명이 단독주택 크기 정도의 압연기기 작동 상태 등을 살폈다. 지난 2015년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한 이 공장 제어실에선 직원의 마우스 '클릭' 조차 사라졌다. 정태기 공장장은 “제어실 직원들이 1년 동안 입력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켜 공장 제어 시스템을 자동화했다”고 말했다.
 
스마트 팩토리 도입은 제조업 현장을 바꿔놓고 있다. 불과 5년 전 이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제작 주문서에 맞춰 철판을 두드릴 압력 등을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해야 했다. 하지만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고선 직원들이 철판 제조 과정에 개입하는 일은 없어졌다. 
 
생산량은 늘었다. 2015년 476만t을 압연한 이 공장은 지난해 압연량을 511만t으로 늘렸다. 정 공장장은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한 이후 3년 사이 생산량은 10% 늘어났다"고 말했다.
포스코 제철소 도금공장 운전실의 전경. 생산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 포스코]

포스코 제철소 도금공장 운전실의 전경. 생산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 포스코]

 
제2열연공장에서 차로 5분. 지난해 완공한 스마트 데이터 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3층 높이의 센터에는 제2열인 공장을 포함해 포항 포스코 각 공장에서 만든 각종 데이터가 저장된다. 제2열연공장에서 하루 동안 생산되는 데이터양만 70GB(기가바이트) 분량이다. 이는 HD급 영화 45편 정도를 저장할 수 있는 양이다. 하루 동안 쌓이는 데이터가 많은 건 공장 곳곳에 설치된 CCTV 영상은 물론이고 철판을 달군 온도와 철판을 누르는 압연기의 압력 등이 실시간으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서정수 포스코ICT 부장은 "센터에 저장된 데이터는 인공지능 재학습 등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이런 스마트 팩토리는 한국을 포함한 독일·일본 등 제조업 선진국에선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고령화와 이에 따른 생산 인구 감소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28일 발표한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 결과’에 따르면 2017년부터 10년간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50만명 감소한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452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대에는 연평균 33만명, 2030년대에는 연평균 52만명씩 급감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동평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은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나날이 약해지고 있다"며 "스마트 팩토리가 새로운 가능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포항 포스코에 신설된 데이터센터 전경. 각 공장에서 생산된 스마트 팩토리 데이터는 이곳에 쌓인다. 포스코는 이곳에 쌓인 데이터를 인공지능 재학습에 활용한다. [사진 포스코]

지난해 포항 포스코에 신설된 데이터센터 전경. 각 공장에서 생산된 스마트 팩토리 데이터는 이곳에 쌓인다. 포스코는 이곳에 쌓인 데이터를 인공지능 재학습에 활용한다. [사진 포스코]

 
스마트 팩토리가 확산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제조업 영업이익률의 꾸준한 하락세 때문이다. 1990년대 6.8%를 기록했던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2000년대 6.1%로 하락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5.4%로 5%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매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안성훈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삼 분의 일 수준이지만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미국·독일 등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라며 "스마트 팩토리 도입 정도에 따라 제조업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 팩토리 도입에 따라 일자리는 줄어들까.  포스코 제2열연공장의 경우 최근 3년간 공장 직원은 120명에서 109명으로 줄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생산인력 감소는 정년퇴직 등에 따른 자연감소"라며 "스마트 팩토리 도입에 따른 공장 자동화에 따라 생산인력이 줄어든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으로 공장 근로 인력이 줄어들지는 않지만 일하는 방식은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스마트 팩토리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해외 사례를 연구한 양혁승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스마트 팩토리 확산에 따라 고용감소보단 생산 효과와 확산 효과로 인한 고용증대가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항=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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